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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장 구황유령천수(九皇幽靈天手) - 2
- 단엽은 유령종, 진충은 유령환을 이루고.
녹림의 맹주로 십만 산도적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며, 한꺼번
에 몇 명의 미인을 껴안고, 최고급 죽엽청에 목욕을 하며 살던 맹
호림은 서글펐다. 어쩌다 우쭐한 기분에 천금마옥에 들어와서 가진
생고생을 다하더니, 이젠 나타나지도 않는 애송이 한명을 지키느
라 이렇게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안
타깝고 불쌍하기만 했다.
‘호자개 개눔의 새끼, 분명히 나를 차도살인하고 녹호리 그 계집
과 배가 맞은 것이 틀림없어. 그리고 날 죽이려고 날 부추켜 이리로
보낸 게야.’
처음부터 그의 부추김에 으쓱했던 자신이 저주스러웠다.
지금쯤 자신의 애첩인 녹호리와 녹림맹의 군사인 호자개가 살을
맞대고 비비적거릴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호자개와 녹호리에 대한 생각은 오로지 자신의 생각뿐이지 그
어디에도 그럴만한 증거나 낌새는 없어 보였다.
자신이 괜한 수하 한 명을 의심한다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호자개의 잘 생긴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뜨겁기만 한 녹호리를
생각하자 오해는 진실이 되었고, 진실은 살심을 불러 왔으며,
현실은 그를 더욱 절망하게 만들었다.
‘젠장 내가 이 무슨 꼴이란 말인가? 한데 세상이 꿀꿀하니까?
이젠 비까지 오누만, 허........ 허걱 비라니.’
바닥에 누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맹호림은 자신의 얼굴에 떨
어지는 뜨뜻한 물줄기를 느끼며 비라고 생각했었다. 한데 비치고
너무 따뜻하고 줄기가 굵었으며, 양이 많았고 단 한줄기만 오는 비
도 있었던가? 결정적으로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동굴속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순간 맹호림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리
고 그는 너무 놀라서 입을 딱 벌렸고, 그 벌린 입으로 누군가의
오줌발이 정확하게 쏟아져 내렸다.
“엑....... 퉤퉤, 네....... 네 놈은.”
기겁을 하며 일어선 맹호림은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무리
눈을 감고 있었다지만, 상대가 나타나서 자신의 얼굴에 오줌을 갈
길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곧 살아도 산 것이 아니란 느
낌이었다. 상대가 살수면 자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아니 상대
는 살수였다. 단지 자신을 죽이지 않았을 뿐.
그의 대머리를 타고 흐르는 물줄기(?)와 칡넝쿨처럼 돋은 힘줄이
제법 근사하게 어울렸다.
너무 놀란 그는 자신의 입으로 들어간 오줌을 꿀꺽 삼키고도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후다닥 일어서서 방어자
세를 취하고서야 입안에 도는 향기로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
지 알아 버렸다.
어제 먹은 지네와 약간의 석균들, 그리고 조금 전의 따뜻한 수분
이 그의 목구녕을 열고 나오려 기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걸
토해내면 그 사이에 자신의 목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력을 다해 버틴다.
맹호림의 일그러진 얼굴은 혼자 보기 아까운 명 장면이었다.
그런 맹호림을 보면서 태연하게 바지춤을 올린 단엽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미련하게 남의 화장실에서 잠을 자는가?”
“뭐라고. 이런 개....... 컥”
맹호림은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마치 유령처럼 다가선
단엽의 손이 그의 가슴을 치고 나오는데, 그것을 멀거니 보면서도
피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가 아는 단엽의 능력이 아니었다.
마치 느릿하게 다가서는 것 같은데, 그의 감각이 위험하다고 신
호를 보내기도 전에 벌써 다가와 있었고, 행동을 취해 방어 자세를
가지기도 전의 그의 손은 맹호림의 가슴을 치고 있었다.
정말이지 똥꼬 끝이 찌르르 해지며, 서늘한 찬바람이 그의 가슴
을 훑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고수라고 자부하는 맹
호림은 급하게 양손을 말아 쥐고 허겁지겁 방어 자세를 취하며,
진호신권으로 마주쳐 내었다.
그 급한 순간에도 내력을 끌어 올려 정확하게 자신의 절기를 펼
치는 것을 보면, 십대 사마의 이름이 결코 그냥 줏은 것이 아니란
것은 분명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권장이 충돌하였고 거대한 회오리
가 그들을 감싸는가 하더니, 맹호림의 듬직한 몸은 무려 삼장이나
날아가 동굴 벽에 쳐 박혔다.
“크윽”하는 신음과 함께 맹호림의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그 동안
참았던 내용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거기에 겸해서
붉은 피까지.
참았던 내부의 찌꺼기들을 한꺼번에 토해낸 맹호림은 두려움과
공포어린 눈으로 단엽을 보았다. 처음에 단엽의 실력을 생각해서 두
사람씩 번갈아 동굴 입구를 지키다가, 하도 오랜 시간 동안 단엽
이 안 나타나자 그들은 당시의 내상으로 인해 그가 죽었는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한명씩 돌아가며 심혼연
을 지키되, 단엽이 나타나면 대항하지 않고 신호를 보내 힘을 합
하기로 약속했었다.
한데 밖으로 통하는 신호 줄은 이미 끊겨 있었고, 맹호림은 그가
나타나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이....... 이놈은 이미 유령이다.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
맹호림은 온 몸이 와들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단엽의 신형
이 다시 움직였다. 다 급한 맹호림은 진호신권의 열두초식 중 가장
위맹한 초식들을 마구 쏟아내며 대항하였다. 그러나 단엽의 손에
서 뿜어진 구황유령천수의 전 오식인 연환수는 그의 공격과 방어
를 너무도 허무하게 몰아치고 있었다.
먼저 십팔선회령의 초식이 폭풍처럼 몰아치며 그의 권력을 흩어
놓았고, 뒤이어 날아온 금령섬인은 마치 벼락처럼 날아와 그의 면
상을 공격하고 있었다.
전력을 다한 맹호림의 진호신권이 기어코 금령섬인과 정면충돌하
는 순간, 그의 몸은 돌 벽 속으로 세치나 더 들어가 버리고 말았
으며, 온 몸의 내장이 전부 끊어지고 뼈가 몽조리 부서진 느낌이
들었다.
“으....... 으, 지독하다.”
맹호림은 신음처럼 중얼거리며 대항을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 그
의 눈에 비친 단엽은 인간이라고 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는 그의 무공이 결코 자신보다 강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보았을 때는 분명히 자신보다 한 수 위
였고, 아니 영혼을 자르는 듯한 그 검법으로 완전하게 자신보다 한
수 위임을 과시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님을 넉넉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유령대제의 장
법이나 수공은 지금 단엽이 보여준 것처럼 패도 적이고 강하지
못했다. 한데 지금 그의 수공(手功)은 자신의 진호신권보다 패도 적
이고 섬전보다 빨랐다. 거기에 유령문의 장점을 골고루 다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유령문의 절기가 분명하긴 한 것 같았다
. 훨씬 진보한 유령살수.
포기한 듯 손을 내린 채 피를 토하고 있는 맹호림을 보면서 답엽
이 차갑게 말했다.
“난 잠시 나갔다. 오겠으니, 여기에 잘 쳐 박혀 있어라 늙은이.”
단엽의 명령에 맹호림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렇게 안하면 반드시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십대 사마 중 하
나인 맹호림이 이미 기세에 완전히 제압당한 상황이었다.
단엽은 돌아서서 동굴을 걸어 나가고 있었으며, 맹호림은 초점
나간 눈으로 그의 등을 보고 있었다. 벽에 박힌 몸이 부서질 듯
아파온다.
대해왕 육금도는 바다가 그리웠다.
아련하게 떠오르는 거친 파도와 가장 사랑했던 애첩 아미의 미끈
한 육체가 생선처럼 퍼득거리며 그의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그 얼굴마저 희미한 아미의 모습은, 당장
이라도 그의 품에 안겨 올 것 만 같았다.
그녀를 생각하며 몽롱하게 젖어 있는 그의 눈은 들썩거리는 그의
몸 일부분과 함께 점차 깊은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녀의 미끈한 몸이 부르르 진저리를 치는 순간, 육금도의 아랫
배에 힘이 들어가며 두 다리사이가 쪼그려 들었다. 또한 그의 몸은
아미의 몸짓을 흉내 내듯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그시 감은 눈에 헉헉거리는 비음소리가 아련하게 들
려오며 그녀의 몸이 마지막 힘을 가해는 순간, 그의 손은 찜찜한
액체가 가득 고여 들었다.
상쾌한 기분과 조금 비릿한 느낌을 동시에 느끼며 눈을 뜬 육금
도의 두 눈이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드디어는 입까지 딱 벌어졌다.
“늙은이 나이 들어 주책이 따로 없군.”
그를 놀라게 한 장본인이 차갑게 말을 하면 육금도를 보고 있었
다. 그것도 바로 오척 앞에서.
“너, 너....... 어떻게......, 아, 아니 언제.......”
육금도는 도망가려는 정신의 끈을 억지로 부여잡고 허둥거렸다.
아무리 자신이 쾌감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고 하지만 어떻게 눈앞에
적이 나타나 자신을 보고 있는 대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나, 여기 온지 반각은 되었지, 지켜보느라 참으로 민망하더군.”
육금도의 눈동자가 수치스러움과 부끄러움에 붉어졌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 속에 움트는 것은 바로 공포였다. 만약 단엽이 그를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그렇다면.......
육금도는 차마 그 다음을 생각지 못했다.
그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렇지 않아도 겁이 많은 육금
도였다. 이미 자신에게 승산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애초부터
대항할 생각을 버렸다. 그러나 단엽은 그가 도망하게 놔둘 생각
이 전혀 없는 듯 했다.
“이것은 전에 네가 나에게 베푼 대가다.”
단엽의 말이 끝났을 때 육금도의 몸은 뒤로 삼장이나 날아가 쳐
박혔다. 수십 년 동안 그의 집이 되어준 동굴은 그 단단한 바닥으로
자신의 주인인 육금도의 몸을 거꾸로 받아 주었다.
머리부터 그렇게.
육금도는 정신이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당했다.
막으려고 한 것 같았는데, 단엽의 몸은 비정상적으로 흩어지며 그
에게 다가왔고, 그 다음엔 어느 틈엔지 서늘한 경기가 그의 가슴을
치고 나왔다.
내공을 모아 몸을 보호하고 자신의 절기를 사력을 다해 펼쳤다.
덕분에 아직 닦여지지 않은 미끼 한 흰 액체가 그의 손을 벗어나
사방으로 날아갔었다. 순간적으로 망신이란 생각이 머리를 스치
고 있었지만, 그것을 길게 느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퍽,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간신히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가 할
때, 어느 틈인지 한 가닥의 경기가 그의 가슴을 내치고 말았다.
아무리 경황 중이었고, 준비조차 못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의 현실
을 받아 드리기엔 그의 자존심이 너무 강했다.
처음 겁먹었던 것과는 다르게 화가 치밀었다.
“이....... 이런 개 같은, 커억.......”
욕지기를 하며 대항하려던 육금도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를 굴
러 피하였다. 동시에 단엽의 손을 떠난 유령살수의 초식이 육금도가
있던 곳에 웅덩이 하나를 파 놓았다. 그 단단한 바위 바닥에.
겨우 단엽의 공격을 피한 육금도는 기가 꺾이는 기분이었다. 동
시에 다시 한번 자신을 놀려오는 공포를 느꼈다. 원래 겁이 많고
눈치 빠르며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전형적인 왜인이 바로
육금도였다. 그는 이미 단엽의 무공이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하자, 조금 전의 반항적인 생각은 다시 한번 저 멀리 자신의
고향인 왜국으로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도망가야지 하는 어려운 결단을 너무 쉽게 결론 내 버린 육금도
가, 급하게 허겁지겁 바닥을 굴러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였다. 그
러나 자리에서 일어서기도 전에 그의 눈동자가 다시 풀어져 버렸다
. 어느새 그의 앞에 선 단엽이 차갑게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눈엔 감정이 없었다.
그리고 단엽의 발이 사정없이 육금도의 면상을 유령연환각으로
걷어차고 있었다. 다급한 육금도가 손을 들어 막아내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단엽의 발이, 자신의 안면을 막은 육금도
의 손 위를 걷어찼다. 순간 육금도는, 팔이 전부 조각조각 부스러
지는 듯한 고통에 이를 악물어야 했으며, 뒤로 튕겨지듯이 밀려나
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이건 정말 내 상대가 아니다.’
그 한번의 공격에 다시 한번 상대의 강함을 깨우친 육금도는, 자
신의 몸을 지탱하는 대신 뒤로 튕겨지는 힘을 이용해 몸을 틀며
동굴 밖으로 뛰쳐나가려 하였다.
그 상황에서도 그의 잔머리는 제대로 구르고 있었다. 그러나 다
리에 힘을 주어 신법을 펼치기도 전에 그는 그 자리에 멈칫하고
말았다. 그의 두 눈은 놀라움과 공포로 인해 평상시 크기의 세배까
지 찢어져 버렸다.
벌써 그의 앞을 가로막은 단엽의 손에서 유령살수 중 금령섬인
(金靈閃印)의 초식이 그의 면상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타앗”하는 기합과 함께 육금도는 자신의 전 힘을 뽑아 양장을
마구 휘둘렀다. “퍼벅”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데굴데굴 굴러 날아간
육금도의 몸이 동굴 구석에 다시 한번 쳐 박혔다.
입과 코로 피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아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듯 보였다.
육금도는 정신이 가물거리는 눈으로 단엽을 보았다.
공포가 가득한 얼굴엔 지금의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었다.
설마 갑자기 나타난 단엽의 힘이 이 정도일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었다.
일어서려고 했으나, 그는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강한 타격을 받
은 듯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 단엽이 다가오고 있
었다. 육금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의 작은 몸이 움추려 들 때, 그에게 다가서던 단엽이 갑자기
멈추었다.
“시시하군. 다음엔 좀 더 준비를 해라 늙은이.”
그 한마디를 남기고 단엽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육금도는 멍하니 그가 서 있던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
일이 혹여 꿈이 아닌가 싶었다. 몸을 일으키려던 그는 온 몸이 바
스러지는 고통을 다시 한번 느끼고서야 조금 전의 일이 현실임을
깨우쳤다.
조금 전 힘을 뽑아낸 그의 거시기는, 그의 마음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천금마옥에서 북 쪽의 한 귀퉁이에 돌로 지은 집이 한 채 있었고,
이 돌집은 관패가 기거하는 곳이었다. 돌 집 앞에는 제법 커다란
공터가 있었고, 그 공터엔 바로 관패가 열심히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다. 단엽과 겨루고 난 후 그는 상당히 많은 충격을 받았다. 설
마 자신의 후배들 중에 자신과 겨룰 수 있는 상대가 있으리라고
는 생각지 못했었다.
아직도 단엽의 검세가 그의 눈에 선했다. 마치 유령처럼 움직이
던 그의 모습이 지금이라도 그의 뒤통수를 노리고 나타날 것 기
분이 들곤 하였다. 그리고 언제이고 그가 다시 자신에게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투지가 솟았다. 좋은 적수가 있다는 사실이 그를 흥분시켰다. 몇
번이고 단엽이 있는 곳을 찾아 갔다가 그를 만나지 못하고 실망
해서 돌아왔었다. 그는 언제이고 단엽이 다시 나타나길 기다리며 무
공 수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관패가 휘두르는 도끼의 경기로 인해 주변의 돌들은 전부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열심히 도끼를 휘두르던 관패가 갑자기 도
끼질을 멈추고 집 앞쪽을 둘러치고 있는 작은 바위 언덕을 보았다.
그 언덕위로 조그만 혹이 하나 떠오르더니 점차 커져갔다. 그리
고 어느 새 그 바위언덕엔 단엽이 늠름하게 올라서서 관패를 내
려다보고 있었다.
처음 단엽을 보고 조금 놀랐던 관패는, 누군가가 자신을 내려다
본다는 사실에 불쾌함을 느꼈다.
“흐흐 내려와라 애송이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
그 조그만 골통을 잘게 부셔주마.”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단엽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관
패의 몸이 움찔했다. 상대의 신법이 그의 상상을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에 기가 죽을 관패는 아니었다.
“그 동안 좀 늘은 모양이군. 하지만 나도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
었다.”
관패의 말에 단엽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감돌았다.
“그래. 그래야 재미있겠지?”
단엽의 대답에 관패는 기분이 상했다. 그의 대답은 듣기에 따라
서 무엇인가 자신을 얕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이 자식이 그 동안 만년 동자삼이라도 먹었나, 마치 자신이 다
이긴 것 같은 표정이네.’
관패는 속으로 웅얼거리며 자신의 두 자루 도끼에 내공을 끌어
모았다. 그 힘에 두 자루 천살마부가 ‘우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울부짖었다.
“말버릇이 고약하군, 그 동안 용의 간이라도 씹었나 보곤, 애새끼
가 키는 안 크고 간댕이만 부어서 왔구나.”
“내 간댕이는 원래부터 컸지.”
단엽의 냉정한 말에 관패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치미는 울화를
다시 집어 삼킨 관패가 도끼로 단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애송이, 말을 더 해 보았자 필요 없겠지. 검을 뽑아라! 무기도
안 들은 후배를 죽이고 마음이 찜찜하긴 싫다.”
“때가 되면 뽑을 것이다.”
관패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단엽을 보았다. 두 손을 늘어트리고
있는 그의 모습은 언제든지 올 태면 와라 난 두 손이면 족하다.
라는 모습이었다.
관패는 다시 한번 자존심이 상했다.
명백하게 자신을 얕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피가 거꾸로 솟아
오르는 기분이었다.
“이 놈 이 공격을 막아 보고도 여유가 있나 보자.”
화가 치민 관패가 고함을 지르며 진산천살부법(鎭山天殺斧法)의
제삼초식인 월환섬(月幻閃)을 펼쳐 공격해 왔다. 두 자루 도끼에서
뿜어진 기가 초승달 모양으로 형상을 이루며, 어지럽게 단엽의
사혈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얼추 보아도 그 위력은 전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며 앞의 두 사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역시 관패는 강했다.
첫댓글 ㅈㄷㄳ
잘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해요~~~^~
잘보았음니다
ㅈㄷㄱ~~~~~~~~``````````````````
잘읽었습니다
ㅎㅎㅎ
상대
잘읽었습니다
즐감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
즐독
잘읽었습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