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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박사과정 공부를 할 때니 10년도 더 된 일이다.
이화여대에 가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딱히 다른 뜻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렇지 않고서는 학점을 채우는 것이 버거웠기 때문이다.
사회학과는 워낙 인기가 없는 학문이라 대학원 과목이 다양하게 개설되지 않는다. 특히 박사과정은 더 심각했다.
그 덕에(?) 학교 간 학점 교류가 활발하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이화여대로 향했다.
강의의 구성원은 이랬다.
나와 같은 타 학교 학생이 네 명이었고 이화여대 대학원생이 여덟 명이었다.
사회학과 네 명, 그리고 여성학과 네 명이었다.
그날의 주제는 '여성과 노동'이었다.
여성이 자본주의 노동시장에서 어떤 차별을 받아왔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사회학'이라는 학문적 특징 그리고 '여대'라는 공간적 특수성. 게다가 '여성학 전공자'들도 있어서인지 논의는 일방적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차별받는 여성들에게 공감을 표했고 (격한 표현을 쓰자면) 입에 거품을 물고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 노동시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렇게 열한 명이 '같은'이야기를 하니 나는 무엇인가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았다.
그래서 내 차례가 오자, 나는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뭐, 그래도 여성 차별, 여성 차별 그러지만 어쨌든 초등학교 여교사가 신붓감 1순위 아닙니까?"
지금 생각해도 이 말이 그때 '여성과 노동'이라는 강의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당당했고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아마, 그 날의 토론이 본능적으로 불편했나 보다.
모두가 '여성들은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일방적으로 외치는 것에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라는 맥락을 전달하기 위해 엉뚱한 말을 '굳이' 했으니 말이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엉뚱한지도 몰랐다.
오히려
"1등 신붓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 신붓감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 신붓감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 신붓감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
이라는 시중에 떠도는 전문을 다 사용하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배려심을 발휘했다고 자부했다.
쓸데없이 당당하면 화를 자초하게 된다.
만약 다른 곳에서 내가 동일한 반응을 했다면 그 '화'가 내게 미치는 시간이 조금 걸렸을 수도 있지만 '여성학 박사과정'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듣는 '이화여대'에서는 달랐다.
저 말을 내뱉는 순간 강의실 분위기는 한순간에 썰렁해졌다.
다만 '나만' 그 이유를 알지 못했을 뿐이다.
나와 함께 강의를 들으러 간 친구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이제 사달이 났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분들은 몹시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여성학과 분들은 '극도로'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째려봤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당당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결국
"제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요?"
라는 말까지 내뱉었다.
그때 누군가의 한숨과 동시에 연필이 책상에 강하게 내리꽂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이 강의실에 순식간에 울려퍼졌다.
사회학 공부한다는 사람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죠?
초등학교 여교사가 신붓감 1순위니까 여자는 뭐 사회적으로 혜택이라도 받고 있다는 말인가요?
그게 바로 고질적인 한국의 문제잖아요.
한국에서 남자들이 얼마나 지배적으로 여자의 노동을 규제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설문 조사와 그 결과를 마치 합리적인 것마냥 소개를 하면 어떡해요?
이건 뭐, 직장에서 여자들보고 회식 끝까지 안 남았다고 뭐라고 그러다가
또 그런 여자를 죽어도 '아내'로는 맞이할 수 없다면서 뒤통수치는 남자랑 마찬가지잖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분위기 파악을 못 해서 발끈하고 싶었다.
다행히 교수가 '중재를 해서' (아마 그러지 않았으면 내가 매장당할 거라 판단했을 것이다) 논쟁은 더 이상 번지지 않았다.
강의가 끝나자 다들 '오늘 정말 어이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식의 표정으로 보통 때보다 훨씬 빨리 강의실에서 나가버린다.
꼴 보기 싫은 누군가가 있어서 그러는 것 같았다.
친구와 함께 길을 나섰다.
학교를 나오면서 나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물었고 그때서야 내 생각이 터무니없이 짧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이 상식은 누구든지 알 만한 이야기다.
다만 '대구에서 태어나 자란 남자인' 내가 몰랐을 뿐이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남자로' 산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물결치듯이 한국의 남자로 살았을 뿐이었기에, '이런 논리가 그런 곳에서 통할까에 대한 고민 없이' 말을 내뱉고 말았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직장 생활을 하는 평범한 친구에게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이화여대에 가서 여교사 신붓감 어쩌고 말을 하다가 완전 망신을 당했다고 이야기하자 그 친구는 도통 '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날 강의실에서 보였던 나의 표정과 같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거기 이화여대잖아.
그리고 여성학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런 곳에서 여교사가 신붓감 1순위라고 말하면서 마치 여성들은 직업 선택에 따라 굉장한 배려를 받는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문제가 안 되겠어?"
라고 친구를 다그쳤다.
친구는 여전히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곰곰히 생각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왜? 초등학교 여교사가 신붓감 1순위가 아니었어?
그럼 뭐지? 은행원인가?
아닌데, 은행원은 야근 많이 한다고 내 친구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던데..."
자, 남자들의 뇌 구조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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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오찬호 저) 라는 책의 일부 내용이야!
경상도 한국 남자인 저자가 페미니스트가 되는 과정, 그리고 한남 패는게 주된 내용이야
한남 뚜들뚜들하는거 존잼이니까 여시들 꼭 읽어봐 ㅋㅋㅋㅋㅋ
10년 전이면 2006년쯤인데 이때부터 이대학생들..
걸크..bb
첫댓글 진짜 와
사스가 갓화대학교
오 책한번 보고싶네
어케 변화하셨을지 궁금하다
나도 어떤것까지가 교육받아 심어진 생각인지 궁금했는뎅
나도 모르는사이 성차별적인 관념이 있을테니까!
와 말 진짜 잘한다
ㅆㅂㅋㅋㅋㅋㅋㅋ지금은 개과천선 하셨다니 다행
22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삭제된 댓글 입니다.
22 이해가 안가 어떻게 그러지
44 이해....존나...못하겟어
아니 거기서 왜 그런말이 나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요즘초딩들도 상황파악 빨리한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33333 저 말 듣자마자... 와 ....
존나 약간 머라 할말이없..
와,,,저런 뇌를 가진 사람들과 비교되야 한다는게 어이x
근데 사회학과 전공도 안하는 내가 여성과 노동이라는 대학교수업에서 저렇게 말하는건 진짜 노답이란걸 알고 배웠는데 아무리 남자라도 서로 토론하고 발언하는데 사회학과 대학원생이 어떻게 저럴수있지? 그만큼 사회가 변한건가... 저사람은 대학교 사년동안 뭘배운거지... 그만큼 한국에서 남자의 프레임이 강한건가 내가 수업들었던 사회학과 남자분들은 안그랬던것같은데 발언을 안한것 뿐일까... 많은생각이든다
무려 10년전이네ㅎㄷㄷ
신붓감 어쩌고 하는 말을 봤을때 머릿속에 온갖감정이 스며들었는데 그래서 어쩌라고?이외에 반박할 말을 얼른 찾지 못했다..역시 배워야하나봐
ㅋㅋㅋ존나 불쾌해 왜 판단하고 등수나누고 지랄이야
노오답
과연 '대구에서 태어나 자란 남자인'이라서 모른걸까?
22
333 대구에서 태어나면 그게 합리화된다고 생각하는가
이쯤되면 솔직히 일부고 뭐고 대한민국 남자 전~~부 다 소시오패스같음.....맥락 안맞는 말 늘어놓고 공감능력 다 빻았고 하나같이 동문서답 일색
남자들은 10년전과 지금 발전이 없다는거니? 정말 소름돋게 혐이다
아 이대 진짜 걸크학교다
아유씨발 진짜 내가 뭘 읽은거냐 책쓴새끼 자기반성도 듣기싫음 사회학 한다는 놈이 저렇게 멍청한 소리를 하고있으니 우리나라 학계가 이모양지
시바르탱 여자들이무슨 지가 좋아하는신붓감되려고 일하는줄아나 좆도 평등이라곤1도없구요
대구남자 사귀어봤는데 다그런건 아니겠지만 사상이 좀 촌스러워서 편견생김
호주유학한 여자, 인천여자 만나면 안된다더라 이런 사상 가지고 있었음 배우지망생이였는데 좋은 와꾸였는데 사상은 빻았엇지...
@아우국 인천에 양아치가 많다고 ㅋㅋㅋ 나 아는 대구오빠가 그랬음ㅋㅋㅋㅌ미친개소리. 그 인간이랑 연 끊음
@뾱뾱이2 나도 그이후로 헤어짐
와우.. 이대 ㅠㅠㅠㅠ !!!!
저 말 뒤에 '여성은 차별 받아도, 어쨌거나 시집 잘가면 되지 않느냐'가 깔려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 자신의 삶을 사는, 동등한 사람으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마치 여성은 인생의 종착지가 결혼이 아니냐
이런 식?...!
왜... 교사가 일등신부감인지를 모르는건가... 그이유가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차별받는 다는걸 금방알수있는데...이해불가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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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노동차별얘기하는데 1등신부감이런얘기는 왜나오는거지??
한남들 머릿속에서는 여자가 남자랑 결혼하는게 특혜인것처럼 여긴다는 의미인것같아!!
@쭉 쭉 지금 생각해도 이 말이 그때 '여성과 노동'이라는 강의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당당했고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아마, 그 날의 토론이 본능적으로 불편했나 보다.
모두가 '여성들은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일방적으로 외치는 것에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라는 맥락을 전달하기 위해 엉뚱한 말을 '굳이' 했으니 말이다.
본인도 연관없는 이야기라고 언급 한걸보면 저런의미를 전달하려고 넣은, 본인도 이해할수없는 말도안되는 이야기인것같아....😅😅
아 이대 진짜...멋있다...
아 신붓감 1순위 저얘기부터 못읽고 내려버렸어..... 진짜 존나 답답하고 너무 싫어.......... 아... 나중에 읽어야지..
진짜 그자리에있었으면 머가리 후려치고싶었을듯..
한남 수준은 예나 지금이나..
워후....근데 저런걸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한남들은 여전히 많다는거...이대생들 진짜 오래전부터 걸크였네ㅜㅜb 저 책은 남자들의 필독서여야함
반대로 생각하면 빡치지않나
남자는 은행원이 신랑감 1위죠^^
하면 직업없는사람은 결혼도하지말라는거냐는둥저래서 여자는 ㅉㅉ 조리돌림존나할거면서
개빠가사리도 아니고 좆나 멍청하네 시발ㅋㅋㅋㅋㅋㅋㅋ으 저런놈들 개극혐^^뇌가 빈것같음 생각하는게
오찬호 교수님 사회학 수업들었었어(그때는 강사님이셨고 지금은 어떠실지 모르겠다). 저 때도 저말하셨었는데..
"초등여교사가 일등신부감 아닙니까" 말 속에는 여자가 적당히 돈도 벌되 너무 많이벌지도 않고(남자보다 많이 벌면 안됨), 다섯시 정도에 퇴근해서 집안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들어가 있는거라고 하셨어. '니가 돈 좀 번다고 집안일을 안할거야?' 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린거라고 직접 설명해주심.
본인도 나름 사회학 방면으로 공부할만큼 한 사람인데도 저렇게 말 했다는거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여성 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얼마나 깊고 굳게 박혀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심
나이거 내가 먼저읽고 남친 선물줬는데 괜찮음!!! 읽어보셈
짜증나는게 나는 이걸 재수학원 때 저 1위부터 4위까지를 남자 강사한테 들었었음;;; 뭐 어쩌라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