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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장 구황유령천수(九皇幽靈天手) - 3
- 단엽은 유령종, 진충은 유령환을 이루고.
역시 관패는 강했다.
단번에 단엽의 몸을 부술 것 같은 도끼의 경기가, 쌍으로 춤을
추며 그의 전신을 난타하려 하였다. 순간 단엽의 발이 평보에서
우보로 바뀌었고, 동시에 그의 두 손이 앞으로 쳐 올려가며 유령
살수의 제사초식인 귀음환영수(鬼陰幻影手)가 펼쳐졌다.
그의 손에서 뿜어진 몇 가닥의 부드러운 경기는, 구름처럼 뭉치
면서 하얀 백골 모양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월환섬의 초승달과 정
면으로 충돌하였다.
“펑”, “펑”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며 사방에 회오리치는 경력
사이로 우람한 관패의 신형이 비척거리며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무려 십여 걸음이나 뒤로 물러선 관패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
로 입을 딱 벌린 채, 제자리에 꿈쩍도 안하고 서 있는 단엽을 보
았다.
그는 어지간히 놀란 표정이었다.
방울만한 그의 눈은 이미 보름달처럼 평수가 넓어져 있었으며,
들고 있는 도끼조차 힘겨워 보였다.
한 동안 보지 못한 사이 상대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모르지
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였다. 전에 비해 더 할 수 없이 강해졌다는
사실이었다. 자신 역시 전에 비해 강해졌지만, 이건 자신의 그것
과 비교할 일이 아니었다.
처음의 놀랐던 모습에서 관패의 얼굴이 점차 심각하게 굳어져 갔
다. 동시에 그의 거대한 육체에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무시무시한
패기가 솟구쳐 나왔다.
상대가 강하다는 사실이 관패의 투지를 불러 모은 것이다. 그의
눈이 아릿한 흥분으로 물들었다.
“좋구나, 내가 단 한번도 마음대로 내 무공을 펼쳐 보지 못하다
가, 이제 너를 만나 제대로 힘을 쓰게 생겼으니 참으로 고맙구나.
흐흐흐.”
조금 듣기 거북한 웃음소리에 자신만만한 말이었지만, 단엽은 여
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관패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관패는 그 모습이 더욱 기분 나빴다. 지금 단엽의 표정은 강자만
이 가질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 표정은 언제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습이 아니었던가?
관패의 쌍도끼가 나란히 들어 올려졌고, 단엽의 양손이 천천히
가슴 어림으로 올라오고 있는 순간, 관패의 신형이 중력을 무시하고
위로 치솟으며, 그의 양손에 한 자루씩 들린 무식한 도끼가 춤을
추었다.
태산을 부술 것 같은 강한 경기가, 관패의 몸을 감싸고 회오리처
럼 일어나며, 단엽의 머리와 가슴을 노리고 돌격해왔다. 지금 관
패가 펼치는 진산천살부법의 진산마극(鎭山魔?) 초식은, 예전에
단엽이 아는 그 초식이 아니었다.
조금 더 빨라졌으며, 훨씬 극강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
나 단엽의 표정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단 한 번에 태산을 가를 것 같은 도끼의 패도적인 공격 속에서,
단엽의 양 손이 앞으로 뻗어 나가며, 그의 신형 역시 앞으로 전진
하였다.
팔황유령참, 유령살수의 전 오식 중 마지막 초식이었다. 그의 양
손에서 뿜어진 장력은 도끼가 점하고 들어올 듯 한 허공, 여덟 곳을
미리 선점하였고, 이어서 펼쳐진 금령섬인의 초식은 두 개의 도
끼 사이를 뚫고 관패의 얼굴을 가격하려 하였다.
두개의 연환식은 마치 하나의 초식처럼 이어져 펼쳐졌는데, 관패
는 자신의 도끼가 상대의 위력 앞에 밀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무식한 내공이 힘에서 밀린다고 생각하자, 관패는 조금
허탈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기분은 그에게 새로운 용기와 승부
욕을 불어 넣었다.
그의 도끼가 일변하며 왼손에 들은 도끼로는 월환섬(月幻閃)의 초
식을,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만월천강추(滿月天?椎)의 초식을 한
꺼번에 펼치며 단엽의 정수리를 내리찍어 왔다.
관패의 진산천살부법은 공격위주의 초식들이 전부였다.
애시 당초 방어를 위한 초식은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
것을 보안하기 위해 관패의 보법과 신법은 그 덩치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면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관패는 보법이나 신법으로 피
할 생각도 없이 정면으로 마주 공격해 왔다. 그것은 두 개의 마차
가 외길에서 마주 질주 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단엽의 눈에 감탄한 기색이 어렸다. 한번에 두 가지 초식을 펼친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십대사마라고 하지만
두 손으로 각기 다른 초식을 펼쳐 공격하는 것은 한 가지 초식
을 두 개의 도끼로 펼치는 것만 못하게 마련이었다. 한데 지금 관
패의 공격은 마치 두 사람이 협공하는 것처럼 그 초식의 운용이
정확하고 조화로웠다.
외공이 아니라, 내가의 무공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내공의 흐름을 각기 다르게 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자칫했다가는
주화입마 할 수도 있었으며, 이렇게 펼치는 무공이 결코 합리적인지
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경우라면 반드시 그 의미가 따로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두 가지 초식을 저 정도로 펼칠 수 있다면, 이는 관패가 자신의
진기를 정확하게 다스리고 있다는 증거였으며, 내기의 흐름과 그의
육체가 이미 수 없이 반복된 연습에 의해 그 길이 잘 닦여져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데 저렇게 두 가지 초식을 한번에 펼치는 것이 과연 그 위력에
서도 다른 효과가 있을까? 어차피 진산천살부법은 두 개의 도끼를
사용하는 부법이었다. 그 의문을 뒤로 한 채 단엽의 초식이 중
간에서 거두어지며, 그의 손이 또르르 말려 올라갔다. 동시의 그의
주먹은 삼절유령신권(三絶幽靈神拳)의 유령삼점(幽靈三點) 초식으
로 내 밀어졌다.
단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정면 대결을 택한 단엽의 공격이었다.
유령삼점으로 날아간 세 가닥의 권력 중, 두 개는 관패의 오른쪽
공격을, 그리고 하나는 관패의 왼쪽 공격을 향해 충돌해 갔다.
무지막지한 힘들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 “꽝”하는 소리와 함
께 거대한 태풍이 그들의 주위를 휩쓸었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주변의 바닥이 갈라지고 내기의 회오리가 그들의 주변을
물결치며, 동굴은 ‘웅’ 하는 격한 신음소리를 토해 내었다.
두 개의 힘이 충돌하는 순간 밀려오는 힘을 이겨내지 못한 관패
의 신형은 ‘크억’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십여보를 후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관패는 자신의 왼손에 들은 도끼를 단엽에
게 내 던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내공의 소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초식을 왼손으로 펼친
것은, 바로 지금의 순간을 위해서라고 할 수 있었다. 이미 모아져
있던 내공의 힘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던져진 도끼는, 비월섬
리탄(飛越閃利彈)의 초식으로 단엽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이기 어부술’ 검으로 펼치는 이기 어검법과 같은 경지의 무공이
바로 비월섬리탄이었다.
단엽은 강한 충돌로 상대가 물러서는 와중에 무엇인가 번쩍 하고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감각으로 느껴지는 막강한 힘도 느
꼈다. 그리고 그의 감각은, 그의 시선이 도끼를 보기도 전에 그로
하여금 유령보법을 펼치게 하였다.
단엽의 신형이 유령보법으로 이동하는 순간, 날아온 도끼는 아슬
아슬하게 그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관패는 자신의 도끼가 상대의 머리를 친다고 생각하는 순간, 희
심의 미소를 짓다가 눈이 게눈처럼 붉어져 버렸다. 분명히 사전
동작도 없었고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단엽의 몸이 옆으로 이동하며
자신의 공격을 무위로 만드는 것을 보았다.
극의에 이른 단엽의 유령신공은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
음으로 움직이고, 마음이 뜻을 지니기도 전에 감각으로 움직여 자
신의 주인을 보호하는 단계에 돌입해 있었다.
공격을 피한 단엽은 유령천수의 여섯 번째 초식인 단혼유령참으
로 관패를 공격하였다.
괜패는 이를 악물고 오른손에 들고 있던 도끼로 자신의 마지막
초식인 전광파월참(電光破月斬)을 펼치며 마주 공격하였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관패의 신형이 뒤로 주루룩 밀려 났고,
그 순간에 단엽을 스치고 날아간 도끼가 다시회선을 그리며 날아와
단엽의 뒤통수를 노렸지만, 단엽의 유령천수가 그것을 다시 퉁겨
내었으며, 뒤이어 내지른 유령신권이 관패의 가슴을 강타하였다.
최절정의 외공을 익히고 있던 관패도 그 공격엔 맥없이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런 관패를 단엽의 발이 날아와 다시 한번 걷어차
버렸다. 숨이 끊어지는 고통 속에 관패는 이를 악물고 소리를 질렀다.
“개자식 차라리 죽여라.”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목소리였다. 비록 지기는 했지만, 한손에
들은 도끼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이미 극심한 고통 속에 그 도끼를
휘두를 여력은 없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도끼를 들어 올리
려 하였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정신력을 알만한 일이었다.
하나 단엽의 발은 연환으로 날아와 관패의 가슴과 배, 그리고 다
리와 팔을 연속으로 후려차고 있었다.
그 공격은 적당하게 공력을 뺀 상황이라, 관패가 죽을 정도는 아
니었지만, 한꺼번에 밀려오는 고통은 제 아무리 관패라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일방적인 구타가 약 일각동안 계속되었다.
관패는 ‘이젠 그만’ 하고 외치고 싶었으나 말이 새어 나오지 않았
다.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입이 열리지 않았으며, 단엽은 그에게
기회주차 주지 않고 관패를 걷어차고 있었다.
일각은 긴 시간이 아니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구타당하는 관패
에게 그 시간은 길고도 긴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다시 오마.”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 단엽은 사라졌다.
한 동안 일어서지 못하고 벌레처럼 땅 바닥을 기던 관패는 너무
억울하고 기가 막혔다.
‘이, 개새끼 다음에 만나기만 해봐라.’
그는 아직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심혼연 안으로 돌아온 단엽은 심란했다. 자신이 천금마옥에 들어
온지 몇 년이나 흘렀는지 모르겠거니와, 천금마옥을 나가려면 아
직도 얼마나 더 기다려 할지 몰랐다.
그 갑갑함을 떨쳐내고 가슴이 쌓인 분풀이를 하듯이 사패천과 관
패를 몰아쳤지만, 그의 마음에 진 응어리가 풀린 것은 아니었다.
이젠 더 이상 무공을 연마하는 것도 지쳤다. 그리고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실전이지 더 이상의 맹목적인 수련이나 무공에 대한
연구는 더 이상의 진전을 가져오지 못했다.
그의 시선이 천정을 향해 직선으로 모아졌다. 누운 바닥은 딱딱
한 돌이었지만, 그에겐 아주 익숙한 편안함이었다.
‘천금마옥이 푸른 광체로 가득할 때가 그 곳을 나올 수 있을 때
다.’
그 한 구절과 함께 천잠복대삼에는 이곳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그런 주기는 이 안에서도 십이년에서 십년을 주기로
한번씩 벌어진다고 적혀 있었다. 단 그 기간이 정확하지가 않아,
한번 그 현상이 벌어지면 십년 후가 될지, 십일 년 후가 될지,
십 이년 후가 될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자신이 들어오기 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고,
자신이 이 곳에 들어 온지 얼마나 되었는지 또한 알 수가 없어
그저 기다리기로 작정 했을 뿐이었다.
사패천이나 관패에게 물어 볼 수도 있었지만 물어본다고 그 시기
가 앞 당겨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단엽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들어오기 바로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자신은 여
기서 얼마를 더 기다려 할지 모른다. 그것을 아는 것이 두려웠다.
차라리 모르고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만약 수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면, 용설아에 대한 그리움과 딸에
대한 염려로 미쳐 버릴 것 같았다.
결투를 벌이고 주먹을 휘두를 땐, 모른다. 그러나 지금처럼 그 시
기가 지나면 어김없이 그를 찾아오는 것은 용설아와 그의 딸이었다.
특히 요즘은 꿈에 보이는 어린 소녀의 모습은 점차 얼굴이 만
들어져 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 단엽은 그 얼굴이
어디에선가 보았다고 느껴지곤 하였다.
어린소녀의 모습이 희미해지자, 그의 머릿속엔 다시 용설아가 선
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그의 품에 안겨오던 모습과, 떠나라고
호통 치며 울던 모습이 그림처럼 떠오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차라리 그 정도의 그리움은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갑자기 자신의 가슴을 타고 오르던 용설아가 담황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리고 다시 담천의 벌거벗은 모습도 보여 왔다. 그 묘한
표정들과 몸짓.
참을 수 없는 격동이 단엽의 가슴을 쥐어짠다.
호구에 홀로 있는 그녀가 어떤 험한 짓을 당하고 있는지 몰랐다.
어쩌면 담숙우가 단장에 쳐 죽였을 수도 있었다. 하나 그 죽음의 한
일면보다는 묘한 상황이 떠올라 단엽을 더 못 견디게 하곤 하였다.
“크아아아아아악”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일어선 단엽은 동굴 속을
부지런히 걸었다. 그러다 신법으로 맴을 돌았고, 급기야는 미친
듯이 무공을 펼치며 수련에 열중하려 하였다. 그러나 그의 정신은
결코 그의 육체를 쫒지 못하고 있었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미친 듯이 날뛰던 단엽이 조용해졌다. 헐
떡거리는 그의 숨소리가 동굴을 공허하게 울린다.
그는 맥없이 주저 않아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움추렸다.
“살아만, 살아만 있어주오. 걸레처럼 몸과 마음이 찢겨져도, 살아
만 있어주오. 내가 반드시 그 행복을 찾아 주리다. 내가 갈 때까
지만 버텨 주시오.”
그는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담황의 모습이 보인다.
“담아우 자네를 믿네. 자네를 믿네.”
고개를 흔드는 곳엔 진충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진충,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다오.”
눈을 감고 몸을 부르르 떠는 그의 머릿속에 담숙우와 담사우의
모습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광기로 번들거리는 담숙우가 용설아의
옷을 잡아 찢으려 하고 있었다.
“담숙우, 네 놈이 아영의 손끝 하나라도 건들면 너를 찢어 죽이
고 말겠다.”
단엽의 주먹이 동굴 벽을 부수고 팔꿈치까지 들어가 박혔다.
첫댓글 ㅈㄷㄳ
잘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해요~~~^~
잘보았음니다
ㅈㄷㄱ~~~~~~~~~```````````````````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ㅎㅎㅎ
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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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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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감사합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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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