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아흔 번째
나는 얼마짜리인가?
만일 ‘내 몸값’을 매겨 본다면? 사람 몸을 어떻게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느냐고 나무랄 사람도 있겠지만, 자기 몸값을 매긴 사람이 있습니다. 고대 로마의 역사에서 우뚝 빛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 영어로 줄리어스 시저로 배웠고, ‘루비콘강을 건넜다’라는 말로도 기억되는 제정 로마의 기틀을 마련한 영웅입니다. 기원전 75년, 20대의 줄리어스 시저는 경험을 쌓기 위해 그리스 남동쪽에 있는 작은 섬 로도스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곳은 무자비하고 교활한 해적들이 들끓는 위험한 지역이었습니다. 그의 배도 해적들의 공격을 받아 나포되고 말았습니다. 해적들은 그가 미래의 로마 통치자가 될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몸값을 요구했습니다. 자기의 몸값이 지금의 3천만 달러에 해당하는 은화 20달란트라는 얘기를 듣고 시저는 해적들에게 놀라운 제안을 합니다. 50달란트로 올리라는 겁니다. 미쳤거나 ‘내 몸값이 겨우 그거야!’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해적들은 그가 농담하는 줄 알았지만, 시저의 태도를 보고 그게 진심인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말대로 50달란트를 요구했고, 시저의 동료와 친구, 가족들은 그의 몸값을 모으기 위해 재빨리 모여 몸값을 준비했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상황에서도 시저는 해적들을 상대로 연설을 했고, 해적들은 감동해 그를 깍듯이 대했다고 합니다. 돈으로 환산한 몸값을 얘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남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겁니다. 겸손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나’ 아닌가요? 그런 나를 가장 정직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한답니다. 그리 살면 천만금을 주어도 바꿀 수 없는 내 몸이 되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