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부엌에 9살 먹은 아이 하나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름은 고니 부모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이 부엌되기로 끼니를 잇는 처지였습니다. 고니의 하루는 첫 딸기 울기도 전에 시작되었습니다. 뒷마당 우물에서 물을 길어 항아리 12개를 채우는 것이 처질이었지요. 겨울이면 두레박 줄이 얼어붙어. 손바닥이 쩍쩍 갈라졌고 여름이면 땀이 눈에 흘러들어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 깊고 불 떼고 솟았고 설거지 하고 해가 뜨기 전부터 해가 진 뒤까지 고니의 손은 쉴 틈이 없었습니다. 이 집에서 고니를 이름으로 불러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놈아 아니면 부엌대기가 고니에게 주어진 이름의 전부였지요. 하인들조차 고니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밥은 다른 하인들이 먹다 남긴 찬밥에 찬물을 말아 먹었고 잠은 아궁이 옆집 더미 위에서 정했습니다. 그런 고니에게 남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 번 들은 것은 절대 잊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홍문관 대청에서 대감들이 모여 논의를 벌이면 그 소리가 부엌평 너머로 고스란히 흘러들어 왔습니다. 고니는 경서가 무엇인지도 성년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를 배운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지요. 그러나 대감들이 주고받는 말의 흐름 논리의 결 어디서 막히고 어디서 풀리는지를 고니의 귀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이치가 고니의 머릿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었습니다. 그러나 고니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치만 말더듬이었지요. 말을 하려 하면 첫 글자에서 턱 막혔습니다.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말이 샘물처럼 넘쳤으나 입 밖으로는 한마디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 하려면 가가가 세 번을 되풀이해야 겨우 한 글자가 떨어졌지요. 이 때문에 홍문관 하인들은 곤의를 바보로 여겼습니다. 저놈은 말도 못하는 게 뭘 알겠느냐. 아무도 고니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고니의 말더듬에는 까닭이 있었습니다. 5대전 4살이던 고니는 9살 된 누나 향이와 억지로 떼어졌습니다. 포졸들이 누나를 끌고 가는 것을 보며 곤의가 목이 터져라 울었지요. 울것도 울고 목이 쉬도록 울었습니다. 그 뒤로 고니의 목은 제대로 된 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고니가 유일하게 품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다 해진 헝겁 주머니였지요. 누나 향이가 헤어지던 날 마지막으로 곤이 손에 쥐어 준 것이었습니다. 밤마다 고니는 그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