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프로야구가 투수들의 '기 살리기'에 적극 발벗고 나섰다. 점점 심화되는 타고투저의 흐름을 막고, 박진감있는 경기를 진행하기 위함이다. 엄격히 말하면 두 나라 모두 현재 있는 규정을 뜯어고쳐 새롭게 만든다는 게 아니다. 그동안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규정을 잘 지키자는 의미다.
한국과 일본의 스트라이크존 규정은 똑같다. 좌우의 폭은 홈플레이트의 가로 길이인 43.2㎝(17인치), 높이는 '무릎'부터 '벨트 위에서 어깨 윗부분의 중간점'까지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실전 적용'에는 차이가 있었다. 한국의 스트라이크존은 일본보다 좌우의 폭에서는 공 1개 정도 넓은 반면 높이에서는 공 1개반 정도 좁다. 어깨와 벨트라인의 중간이 아닌 벨트라인까지만 스트라이크존으로 인정했던 것.
스트라이크존 문제는 26일 용인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윈터미팅에서도 핫이슈가 됐다. 8개 구단 운영위원들은 한결같이 "좌우의 폭은 그대로 유지한 채 높은 공에 대해 관대해야 한다"며 "경기의 빠른 진행을 위해서도 규정 준수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을 얻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년 1월9일 8개 구단 감독자회의에서 이같은 의견을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
일본은 센트럴 · 퍼시픽 양리그의 커미셔너까지 발벗고 나설 만큼 스트라이크존의 확대 적용 문제를 야구의 전체 흐름과 관련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일본 퍼시픽리그에서는 지난해부터 '원칙 고수'를 위해 높이 조정을 시도했지만 심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만큼 통일되지 않았고, 센트럴리그는 여전히 좁은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투수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가 이처럼 스트라이크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두가지. 첫째는 워낙 벤치작전이 많은 데다 투수들이 점점 난타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경기시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 둘째는 센트럴과 퍼시픽리그 1위가 맞붙는 재팬시리즈에서 심판들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이 달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탓이다.
일본의 야구 전문가들은 지난해 시드니올림픽과 올해 대만월드컵에서 노메달에 그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적응 실패를 꼽고 있다.
두 나라의 공통된 숙제는 심판들의 통일된 움직임. '공 1개를 조정하는 데 3년이 걸린다'는 속설을 딛고 빠른 시간내에 효과를 거둘지는 한 · 일 양국 모두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