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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진엄니님의 "진정한 애주가" (http://cafe.daum.net/3rd.panzer/3W0L/39)란 글에서 올린 '주선의 길'을 보니 참 재미있습니다.
카페에서 술 얘기 나올 때 마다...타는 목마름에 한잔의 유혹에 끌려 거역할 수가 없는... 저 마성의 술! 재미로 한 번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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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세어가며 무진무진 먹세 그려." - 송강 정철 <장진주사> ▷ 아래에서 보충
"何以解憂 唯有杜康"(이 근심을 무엇으로 풀꼬. 오직 술이 있을 뿐이네) - 조조 <단행가> ▷ 아래에서 보충
"처음 마실 때는 양과 같이 온순해지고,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포악해지고, 더 마시면 돼지처럼 추잡해지며, 그 이상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을 춰대고 노래를 부르게 된다. 이는 악마가 네 동물의 피를 취해 인간에게 준 선물이기 때문이다." - 탈무드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1]를 통칭하는 단어. 살짝 돌려 말할 때에는 아예 '알코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님들은 '곡차'라 부른다.
발효를 이용해 만들어지며, 이 때 에틸 알코올(에탄올)과 푸젤 오일이 섞여 나오는 걸 술이라 한다. 에틸 알코올은 지연성의 마
취제이며 1g당 7kcal를 내는 무시무시한 약물이지만 술의 칼로리만으로는 살이 제대로 찌지 않는다.(ATP합성시에 지방이 늘
어나지 않는다.[2])
술을 하루에 한 잔 정도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의학적 보고도 여러 건 있으나, 믿거나 말거나다. 실제로 술을 마셔서 건강해지던,
술을 안 마셔서 건강해지던 "마시건 말건 그 사람이 원래 건강했던(허약했던) 거 아냐?"라는 식으로, 60억 인구를 30억과 30억으로
양분해서 A그룹은 술을 먹이고 B그룹은 술을 금지시키지 않는 이상, 조사에 별 의미는 없다.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는 있는 듯.[3]
실제로 한의학 저서를 보면 "제일 좋은 약은 술이되 제일 위험한 독도 술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과유불급이자 양날
의 검. 즉 너무 과하면 그야말로 민폐다.
술은 신경계에 억제제로 작용한다. 다만, 보통 인간의 두뇌체계 중에서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부분이 가장 먼저 억
제되어버리기 때문에 흥분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학문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술은 NMDA(기억을 가능하게 만드는 신경전
달물질. 술을 많이 마시면 이 수용체가 파괴되어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수 있다. 흔히 말하는 필름끊김의 원인) + 아세틸콜린(흥
분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 바보짓의 원인인 사고기능 저하를 가져온다.) + 세로토닌(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 +
GABA(억제를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 논리적 사고가 사라지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에 영향을 미친다. 계속 마시다 보면
기타 사고회로도 억제되서 말이 없어지거나 꾸벅꾸벅 졸고, 소뇌 등의 운동중추가 억제되는 지경에 이르면 쓰러지거나, 심지어 호
흡중추가 억제되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 지경으로 술을 들이킨다면, 호흡중추 억제 이전에 저체온증이나 토사물 흡인에
의한 기도폐색으로 사망하니 주의. 특히 벤조디아제핀계열은 GABA에 작용하는 의약품인데, 문제는 술도 GABA에 작용하여 술이
더 빨리 취하는 듯한 효과를 보여주게 된다.[4] 심하면 요단강 익스프레스타기도 하여 술이 금기약품으로 되어 있다.
사람을 기쁘게도 슬프게도 웃게도 울게도 만드는 기호품. 혹자는 망각과 더불어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도 했다.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사회생활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데 좋다. 반대로 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있어 사회생활의 스트레스원 중 하나
로 꼽히며, 과음할 경우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이므로 음주시에는 적당한 양을 섭취하고 동석한 사람에게 지나친 권유를 하는 것은
삼가하는 게 좋다.
탈무드에 따르면 술을 마실 경우 양(순해지고)->사자(사나워지고)->원숭이(춤추고 노래하고)->돼지(더러워지는)의 단계를 거친
다고 한다. 이는 아담이 포도를 담을때 악마가 도와준답시고 저 동물들의 피를 거름으로 줬기 때문이라 한다.(사자는 개, 혹은 늑
대로 바꿀 수 있다) 밀(또는 보리)에 대한 국내 전승에서는 이렇다. 최초의 밀을 심을 때 사람 셋을 죽여서 그 간을 거름으로 주라
는 신탁(?)을 받은 농부가 언덕에서 낫을 들고 기다렸는데, 처음 나타난 것은 선비였고 다음에 나타난 것은 중이었고 마지막 나타
난 것은 미치광이였다. 농부는 그 셋을 차례로 죽여 배를 째서 간을 꺼내 거름으로 썼다. 그렇게 길러진 것이 밀(또는 보리)이어서,
배를 짼 자국이 세로선으로 남아 있고, 그것으로 술을 빚으면 죽은 세 사람이 차례로 나오기 때문에 처음에는 선비처럼 점잖고, 다
음에는 중이 부처님 앞에 공양하듯 자꾸 남들에게 권하고, 마지막으로는 미치광이가 된다는 것이다.[5]
옛날 선비들의 예절은 격식은 없지만 엄한 규칙이 있었다. '상대의 주량의 한계가 있음을 먼저 명심해야 한다.'라는 것
이었다. 옛날 자리에서 세잔이상 돌리면 배려할줄 모르고 천박한 사람이다 라고하였으니 옛날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지금 사람들
은 천하의 개쌍놈들일 것이다.(;;) ...물론 조선시대에도 술 때문에 죽었다는 사람들도 많고 왕과 명망높은 신하들도 동시에 취해서
주정부리고 엉켜서 자는(...) 경우도 있었던걸 보면 주량 넘게 술 권하고 난리 피우는건 옛날이고 지금이고 큰 차이는 없었을거다.
역사학자들은 과실주 미드(벌꿀술)가 최초의 술이라 하며 곡주가 비교적 마지막에 개발된 술이라고 주장한다(당분이 부족한 곡물
을 술로 발효시키려면 과실주나 꿀술보다 더욱 발달한 기술이 필요하니까). 서양에선 종교적 이유로 금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동양
특히 조선 같은 경우 곡주가 대부분이었던데다 곡주를 만드는데에 제법 많은 곡식이 들어갔기 때문에 흉년이 들면 금주령을 내리
기도 했다(제사 등의 이유로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본적으로 어떻게 마셔도 신체엔 크건 작건 독으로 작용하지만(일차적으로 술에 들어있는 불순물이 문제가 아니라 알코올 자체
가 독이다) 다만 같은 양의 알코올을 마신다면 증류주가 숙취가 덜하다는 건 불순물이 적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있다. 한국인의
30%정도가 미토콘드리아에 알콜분해효소를 발현시키는 유전자를 갖고있지 않다고 한다. 즉 선천적으로 술을 거의 분해시키지 못
하는 개체인 셈. 어쨌든 웬만하면 적당히 마시자.
세계적으로 술에 대한 최고의 명언은 아마 "술은 인간에게 해로운 것이니 몽땅 마셔서 없애 버려야 한다."가 아닐까.
참 모순적이면서도 술과 인간 사이의 애증을 엿볼 수 있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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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세법상의 정의에 따르면, 알코올이 1% 이상 함유된 음료, 또는 이를 분말화한 상품 등.
[2] 단 안주를 같이 먹으면 안주의 열량은 그대로 살로 가며, 맥주는 기타 영양소도 꽤 풍부해서 살이 찜과 동시에 지방의 흡수를
촉진한다.
[3] 일단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관련된 직접적인 임상 실험은 없으며, 대신 10~12년 정도 사람들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1~2잔 정도의 술을 마시면 심혈관계 질환 발병 가능성이 줄어든다. 하지만 관
찰에 의해 도출된 결론이기 때문에 100%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하루 한두잔 술을 마실 정도로 부유하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오래 사는 게 당연한 거다.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4] 아래에서 서술한대로, 이 점을 이용하여 알코올 금단증상을 억제하는 데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사용한다.
[5] 다른 전승에 의하면 스님 대신 '광대'가 등장하기도 한다. 광대처럼 떠들고 노래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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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酒仙) 조지훈(趙芝薰) 선생의 주도(酒道) 18단(段) 론
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기고만장하여 영웅호걸이 되고 위인현사도 안중에 없는 법이다. 그래서 주정만 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안
다. 그러나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酒曆)과 주력(酒力)을 당장 알아낼수
있다. 주정도 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셔도 많이 떠드는 것으로도 주격은 높아지지 않
는다. 주도에도 엄연히 단(段)이 있다는 말이다.
첫째로 술을 마신 연륜이 문제요, 둘째로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셋째는 마신 기회가 문제요, 넷째는 술을 마신 동기, 다섯
째가 술 버릇.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그 단의 높이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부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민주(憫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은주(隱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상주(商酒) -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이익이 있을때만 술을 내는 사람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반주(飯酒) - 밥맛을 돋우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학주(學酒) - 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 주졸(酒卒)
애주(愛酒) - 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 주도(酒從) 1단
기주(嗜酒) -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 주객(酒客) 2단
탐주(耽酒) -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 주호(酒豪) 3단
폭주(暴酒) -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주광(酒狂) 4단
장주(長酒) - 주도 삼매에 든 사람. 주선(酒仙) 5단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주현(酒賢) 6단
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주성(酒聖) 7단
관주(觀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 주종(酒宗) 8단
폐주(廢酒: 열반주(涅槃酒)) -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9단
부주, 외주, 민주, 은주는 술의 진경,진미를 모르는 사람들이요, 상주, 색주, 수주, 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
(眞諦)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 초급을 주고, 주졸(酒卒)이란 칭호를 줄 수 있다.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척주 (斥酒) 반(反)주당들이다.
애주, 기주, 탐주, 폭주는 술의 진미, 진경을 오달한 사람이요, 장주, 석주, 낙주, 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번 넘어서
임운목적(任運目適)하는 사람들이다.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의 초단이니 주도 (酒道)란 칭호를 줄 수 있다.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열반주가 9단으로 명인급이다. 그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니 단을 매길 수 없다. 그
러나 주도의 단은 때와 곳에 따라 ,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갈등이 심하다. 다만 이 대강령만은 확고한 것이니 유단
의 실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기백만 금이 들것이요, 수행년한이 또한 기십 년이 필요한 것이다. (단 천재는 차한에 부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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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량 유급자의 정리]
9급. 불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8급.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겁내는 사람
7급. 민주(憫酒) :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겁내는 사람
6급. 은주(隱酒) :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까워서 혼자 숨어서 마시는 사람
5급. 상주(商酒) : 술을 마실 줄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때만 술값을 내는 사람
4급.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해서 마시는 사람
3급.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마시는 사람
2급. 반주(飯酒) : 밥맛을 돋우기 위해 마시는 사람
1급. 학주(學酒) : 술의 진경을 배우기 위해 마시는 사람. 주졸(酒卒)
[주량 유단자의 정리]
1단. 애주(愛酒) : 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 주도(酒道) 1단
2단. 기주(嗜酒) : 술의 미에 반한 사람. 주객(酒喀) 2단
3단. 탐주(耽酒) : 술의 진경을 터득한 사람. 주호(酒豪) 3단
4단. 폭주(暴酒) :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주광(酒狂) 4단
5단. 장주(長酒) : 주도 삼매에 든 사람. 주선(酒仙) 5단
6단.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주현(酒賢) 6단
7단. 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함께 유유자적하는 사람 주성(酒聖) 7단
8단. 관주(關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 주종(酒宗) 8단
9단. 폐주(廢酒) : 술로 인해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명인(名人)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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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酒神)을 넘어 주선(酒仙)이 되기까지
○ 삼계(三戒) = 세가지를 경계하라
1) 유시계(酉時戒) = 술은 저녁 6시경에 마셔라.
2) 수세계(水洗戒) = 술을 마신 뒤에는 입을 물로 씻어라.
3) 삼배계(三杯戒) = 술을 마시되 석잔 이상 마시면 안 된다,
즉, 술을 마시되 때를 구별할 줄 알며, 깨끗하게 마시고, 과음하지 말라는 교훈이다
○ 삼식(三食) = 세가지를 먹어라
술을 먹되, 안주와 같이 먹고, 집에 가서 밥까지 먹어라는 뜻이다
○ 삼락(三樂) = 세가지를 즐겨라
술과 안주 맛을 즐기고, 대화를 즐기며, 운치(분위기)를 즐겨라.
○ 삼금(三禁) = 세가지를 금하라
정치이야기를 금하고, 종교이야기를 금하며, 돈(재산) 자랑을 하지 말라.
○ 삼예(三禮) = 세가지 예의는 지켜라
술을 적당히 권하고, 말조심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하며 마셔라.
○ 육불문(六不問) = 여섯 가지를 묻지 마라
1. 하시(何時=어느때),
2. 하처(何處=어느 장소),
3. 하인(何人=누구),
4. 하량(何量=얼마나),
5. 원근(遠近=거리),
6. 청탁(淸濁=술의 종류).
○ 칠계(七階) = 일곱가지 계급
1. 주망(酒亡=술좌석을 망치는 놈),
2. 주절(酒節=잔을 입에 댔다 뗬다 하는 놈),
3. 주객(酒客=손님처럼 어쩌다 한번씩 드나드는 사람),
4. 주당(酒堂=말술깨나 마시는 사람),
5. 주학(酒學=술에 대해서는 학자급),
6. 주신(酒神=술귀신),
7. 주선(酒仙=술에 대해서는 신선과 같은 사람)
○ 오등작(五等爵) = 술에 관련된 호칭은 영국에도 적용된다
1. 공작(公爵--,攻爵= 공격적으로 퍼 마시는 사람),
2. 후작(侯爵--,厚爵=술이라면 죽고 못사는 사람, 후덕하게 마시는 사람),
3. 백작(佰爵--,百爵= 백 잔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
4. 자작(子爵--,姿爵= 맵시 있게 마시는 사람),
5. 남작(男爵--,濫爵= 넘치도록 마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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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관한 명언들
○ 말더듬이도 취해서 노래 부를 때에는 조금도 더듬지 않는다 (조지훈).
○ 신은 단지 물을 만들었을 뿐인데 인간은 술을 만들었다 (빅토르 위고).
○ 까닭이 있어 마시고 까닭이 없어 마신다. 그래서 오늘도 마시고 있다 (돈키호테).
○ 값 비싼 것은 오직 첫 번째 술병뿐이다 (프랑스 속담).
○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보다 술에 빠져 죽은 사람이 더 많다 (T. 풀러).
○ 술은 인간을 쫓아내고 짐승을 들어낸다 (알베르 까뮈).
○ 술이 있을 때는 술잔이 없었다. 술이 없을 때 술잔만 있었다 (헵벨).
○ 우리는 서로의 건강을 위해서 축배를 들고는 자신들의 건강을 해친다 (제롬).
○ 근로는 나날을 풍요하게하고,술은 일요일을 행복하게한다 (보들레르).
○ 이놈, 눈에 보이지 않는 술의 정이여! 너에게 아직 이름이 없다면 앞으로 너를 악마라고 부를 테다 (세익스피어).
○ 술잔은 비록 적은 것이나, 술잔에 빠져 죽은 자가 깊은 물에 빠져 죽는 자보다 수없이 많은 것이다 (사이러스).
○ 어떤 일이 발생할지 전혀 알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자가 처음으로 술을 마실 때이고, 또 하나는 여자가 마지막으로
술을 마실 때이다 (O. 헨리).
○ 첫잔은 갈증을 면하기 위하여, 둘째 잔은 영양을 위하여, 셋째 잔은 유쾌하기 위하여, 넷째 잔은 발광하기 위하여 마신다 (로마
속담).
○ 初則人呑酒 次則酒呑酒 後則酒呑人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마침내는 술이 사람을 삼킨다 (법화경)
○ 그리스의 희극작가 에우폴리스에게 어느 날 한 젊은이가 물었다. “술을 마시면 어떻게 되지요?” 그러자 시인이 거침없이 대답
했다. “한 잔 마시면 의사가 필요없고, 두 잔 마시면 싱글벙글, 석 잔 마시면 잠이 오는데, 여기에서 끝나는게 최상책이야. 넉 잔부
터는 술이 술을 부르게 되어 다섯잔에 목소리가 높아지고, 여섯 잔이면 무례해지고, 일곱 잔 들어가면 권투선수가 되고, 여덟 잔이
면 골치가 아프지”.
○ 술에 빠지게 되면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의 과오가 생긴다.
첫째, 당장 재산의 손실을 입게 되며,
둘째, 다툼이 잦아지며,
셋째, 쉽게 병에 걸리며,
넷째, 악평을 듣게 되며,
다섯째, 벌거숭이가 되어 치부를 드러내게 되며,
여섯째, 지혜의 힘이 약해진다. (아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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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선(酒仙) 10걸
고금을 통틀어 각계 인사들이 추천한 주선은 모두 140명, 두주불사의 주량과 풍류가 특출한 당대의 호걸들을 망라한 것이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 최고의 주선으로
1위-황진이가 선정됐다.
낙주종생의 기라성 같은 대장부들을 젖히고 가장 많은 17명의 인사들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서화담, 박연폭포와 더불어 송도 3절
이라 불리는 그녀는 여성으로서 일종의 당연직처럼 추천을 받은 셈이다. "명월이 만공산 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란 시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뛰어난 시서음률과 술로 당대의 문인, 석유들에게 높이 샀다는 점에서 인정하였다. 말하자면 주선 중의 주선이자 '한국
적 낭만파의 거장'으로 떠올려진 셈이다.
2위-술과 시와 자기 이상에 취해 살다간 수주 변영로가 차지했다.
두주불사의 기행을 담은 (주정) 40연>을 보면 그는 이미 대여섯 살 때 술독에 기어올라가 술을 품쳐 마신 천부적인 모주
꾼이다. 또 그는 성대 뒷산에서 오상순 이관구 염상섭 등과 함께 술에 취해 벌거벗고 소를 탄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솔직히 털
어놓았다. 이런 그를 가리켜 '타이틀 매치 다운 타이틀 매치를 위해 살다간 주성'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3위-조지훈 시인을 두고 '신출귀몰의 주선' 또는 '행동형 주걸'이라고 한다.
통금은 안중에도 없고 야밤에 주붕의 집을 습격, 대작하다가 새벽에 귀가하기가 예사였다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생생히
기억한다. 그는 밤새 눈 한 번 붙이지 않고 통음을 해도 자세를 흐트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4위-김병연은 삼천리 방방곡곡을 떠돌며 풍자와 해학으로 세상살이의 고달픔을 노래한 시인 김삿갓은 풍류가 넘치는 주선이다.
장원급제까지 했으나 자신이 홍경래의 난 때 항복한 선천 방어사의 손자임을 뒤늦게 알고 일생을 방랑하며 술과 시로보냈다. 동가
식 서가숙하며 시를 지어주고 술을 얻어마셨다는 '작시걸주' 등 많은 시를 남겼다.
5위-김시습도 한 시대를 풍미한 주선이다.
그는 당대의 비리를 닥치는대로 조롱하며 중이 되어 산천을 누볐다. 당시의 영의정 정창손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나쁜 놈, 영상이고 뭐고 집어치워라"하고 일갈했을 만큼 세상과 담을 쌓으며 한평생을 방랑으로 보냈다.
6위-백호 임제는 우리나라의 주선 문장가 중의 한 사람이었다.
황진이 묘 앞을 지나다가 지었다는 "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엇난다... "의 시조는 그의 호방한 기질을 잘 설명해 준다. 일생을 술로 벗삼으며 봉건적인 권위에 저항하는 가운데 시문으로써 인간미가 돋보이는 '백호집'을 후세에 남겼다.
7위-김동리 소설가도 10걸에 속했다.
네 살 때부터 술을 입에 댄 타고난 애주가로 알려진 그는 술이라면 청탁 불문의 주량 제일주의, 그러면서도 끝까지 주석을 이끄는 대주가로 명성을 얻었다.
8위-임꺽정은 신출귀몰의 의적으로 관가를 닥치는대로 부수고 재물을 털면서도 유유히 한양에 나다나 술을 마셔댄 임꺽정을 두고 '심장에 털난 주선'이라 부르기도 한다. 백정 출신이던 그는 조선조 명종 10년(1555년)에 도둑의 우두머리가 되어, 12년간 황해도 일원에서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의적으로 종횡무진 누볐다.
9위-대원군은 왕권을 손아귀에 쥐기 전 막강한 세도가들을 의식, 철저히 파락호로 위장해 술로 야망을 불태운 술의 영웅이다. 세
도가들의 잔칫집이나 시회에 나타나서 술을 얻어 먹고 대감의 품계를 가지고 여염집 상가를 버젓이 드나들었다. 때론 시정의 잡배
들과 어울려 대작을 하는가 하면, 투전판에까지 끼어들기도 했다. 술값이 떨어지면 난초 그림을 팔아 충당하면서 그는 술독에
파묻혀 민심의 동향을 살피고 세도가들의 정보를 입수했다. 후일 야망을 달성한 뒤에는 파락호 시절의 주붕인 심복들을 중용해 술
과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을 맺은 주선이다.
10위-원효대사, 연산군과 술의 신사로 일컬어지던 마해송, 술맛을 가장 잘 아는 언론인이라 자칭하던 심연섭, 동대문과 종로를 오
가며 50사발의 막걸리를 마신 일화를 남긴 박종화는 각기 5명씩의 추천을 받아 나란히 10위에 오른 주선이다. 주선의 추천 기준은
풍류와 품위, 주량이 뛰어나고 낙주종생(역사적 인물의 경우)의 일생을 마친 인물들로 국한하였다.
원효는 고대의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주선의 반열에 올랐다.
화엄종의 고승으로서 신라 무열왕 때 요석공주와 사랑을 나눠 대유학자 '설총'을 낳은 승려이기도 하다. 화엄경을 노래로 지은 무
애가를 부르며 시정의 술집에까지 출입, 기녀들에게 불법을 전파했다. 범사에 구애받지 않고 비파를 타며 '깊은 삶의 멋과 슬
픔'을 노래한 행동형의 주선이다.
주지육림속에 묻혀 산 주선으로는 연산군이 단연 으뜸에 속한다.
채청사, 채홍사를 두고 8도의 미녀들을 뽑아 춤과 술과 노래를 즐기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주선이라고 불린다.
마해송은 '따뜻한 청주 한잔을 컵에 따라 1시간 동안 핥아 마시는 술의 신사요 선비'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南載熙 씨
등). 방안에는 늘 술과 안주를 준비해두고 주야불문 조금씩 마시는 선비풍의 기질을 지니며 술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컬럼니스트 심연섭은 일반적으로 술을 즐기는 것으로 소문난 언론인 중 첫손에 꼽히는 애주가였다(白承吉, 林升準 씨 등).
서울 명동, 무교동 일대의 단골 술집이 컬럼의 산실이었고, 스스로 '한국에서 술맛을 가장 잘 아는 언론인'이라고 자랑스레 말하며
술과 함께 살다 갔다.
월탄(月灘) 박종화는 한창 마실 때 동대문과 종로를 오가며 50사발의 막걸리를 마신 일화를 남기고 있다.
현진건(玄鎭健), 김기진(金 基鎭), 이상범(李象範) 등 당대의 모주꾼들이 모두 주붕들이다. 일생을 술과 원고지에 묻혀 지낸 주선
으로 '댁에서 내놓은 술도 좋았지만 알찌개 등 술안주가 별미였다'고 회고하는 인사도 있다. (宋志英, 鄭韓模 씨 등).
비록 10걸에 들지는 않았지만 술을 마시면 '기생의 치마폭에 시를 써주던 대주선' 고려 때의 문장가 이규보(李圭報)(李御寧씨 등)
와 집을 팔아 술을 마시며 '내가 네 안에 들어가 살았으니 이젠 내 안에 들어와 보라'며 웃은 국어학자 권덕규(權德
奎)(李興雨 씨)도 특출한 주선으로 손꼽힌다. 여성으로는 모윤숙, 최정희씨 등이 추천되기도 했고(趙敬姬 씨), 꿈과 정치, 환상과
현실을 술로 달랜 여운형(呂運亨)이 주선의 후보에 오른 것도 이채롭다(李洪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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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仙(주선)과 酒狂(주광)의 세계 : 조선조 3대 주호 홍일동. 손순효, 신용개
술로 이름을 남긴 명인, 명작이 많아 한국의 술문화를 예찬하지 않을 수 없다. 술 잘마시는 주호(酒豪)들이 남겨준 역사와 문화가
너무나 찬란하다. 술과 술꾼들을 나무라는 사람들이 술의 진가를 알턱이 없다. 속 모르고 함부로 ‘술고래’라고 야단치는 이들을 탓
할 까닭도 없다. 그들마저 주호들의 작품에는 매료되기 때문이다.
1914년 월간지 ‘청춘’ 창간호가 조선조 500년의 첨단 기인(奇人)과 최고 정상인들을 선정 발표했다. 풍류에서는 선조조의 임제(林
悌), 호걸은 영조조의 장오복(張五福), 떠돌이 방달은 정수동(鄭壽銅), 광인은 임희지(林熙之), 미인은 세종조의 자동선(紫洞仙),
기생은 중종조의 황진이(黃眞伊), 오입쟁이는 정조때의 천흥철(千興喆) 등. 이들을 시대를 앞지른 명사로 선정한 까닭을 다 알 수
는 없지만 대체로 요즘 용어로 보면 첨단을 걸어온 위인들임에 틀림없다.
또 조선조의 3대 주호로는 세조때 대제학 홍일동(洪逸童), 성종조 정승 손순효(孫舜孝), 중조조 정승 신용개(申用漑)를 꼽았다.
두산그룹의 사사편찬실이 만든 ‘술 백과사전’에는 인기순위로 황진이, 변영로, 조지훈, 김삿갓, 생육신 김시습, 문장가
임제, 소설가 김동리, 의절 임꺽정, 왕족 흥선대원군 등을 가려냈다. 인기투표 순위에 관해서는 달리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분
명 하나같이 술과 함께 인생을 풍성하게 살며 명성과 작품을 많이 남긴분으로 높이 평가될 수 있는 양반들이다. 고려때 지성이자
술 명인이라 할 수 있는 백운 이규보가 인기순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를 결코 빼 놓을 수 없다. 이규보는 “천지로 금침 삼고, 강하
를 술못 만들어, 원컨대 100일 동안 술 마셔 취중 태평시대 보내리”라고 읊픈 술의 대가였다.
조선조 3대 주호는 어떤 양반들인가. 대제학 홍일동은 세조때 경기도 진관사로 놀러가 떡 한그릇, 국수 세 주발, 밥과 두부국
다 먹고 산을 내려와서는 다시 닭고기와 생선 먹고 술 마흔잔을 마셨다는 대주호였다. 세조가 소문을 듣고 사실이냐고 물으니 “황
공하오나 사실입니다”라고 고하니 “장사로다”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나중에 홍일동은 폭음하다가 죽었다고 하니 결국 술독에 빠져
죽었노라고 할 수 있다. 성종때 정승 손순효는 왕으로부터 딱 석잔 조건으로 은잔을 받아 잔을 늘려놓고도 석잔만 마셨다고 시치
미를 뗀 양반이다. 성종이 따져 물으니 “전하께서 주신 잔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가 은장이에게 부탁하여 잔을 늘렸습니다”라고 이
실직고 했다. 중종조 정승 신용개는 신숙주의 손자로서 독작(獨酌)으로 취하는 양반이었다. 그는 부인한테 손님 여덞분 주안
상을 준비토록 했다가 대청마루에 국화 화분 8개를 앉혀 놓고는 은잔으로 국화에게 차례로 권하며 밤늦게 까지 독작했
던 위인이다.
연산군과 중종때 판서를 지낸 고형산(高荊山)은 호조판서 시절 공금으로 술을 세동이씩 마시면서 혼자 주거니 받거니 했던 양반이
다. 연산군때 무오사화로 귀양갔던 정희량(鄭希良)은 귀양 중에도 술을 마셔 이를 혼돈주(混沌酒)라고 불렀다. 명종때 병조판서
상진(尙震)은 궁중 술에 취해 후원 길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왕이 민망하다면서 장막으로 가려놓고 지나갔다는 일화를 남겼
다. 송강 정철(鄭澈)은 거의 주선(酒仙)으로 불렸다. “나이 쉰이 넘고 벼슬도 3공(三公)이라 지금 죽어도 80늙은이 보다 낫네.
다만 인간으로 술을 못다 마셨으니 몇 년만 더 살면 소원 이루겠다”고 읊었다.
효종, 숙종시절 이조판서를 지낸 남용익(南龍翼)은 일본 통신사로 다녀왔지만 나중에 유배지에서 병사한 것이 술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공무도 패한채 “열흘간 술 마시느라 뜰에 핀 꽃 지는 줄 몰랐네”라고 한탄했다. 인조조 무관 김여준(金汝
峻)은 힘이 장사라 병자호란으로 소현세자가 심양으로 볼모 갈 때 호위를 맡았다. 청나라 관리가 술을 권하자 말술을 단숨에 마시
고는 “네놈들, 오랑캐 놈들이 감히...”라고 고함쳐 청나라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다.
매월당 김시습(金時習)은 세조의 왕위찬탈에 분개하여 광인이나 방랑중 행세하며 술과 시로 살았던 생육신이다. 그는 무주(無酒)
시집에서 “세상과 나 서로 모순인지, 30년 멋대로 즐겁게 놀았지만, 탁주 한잔 보내주는이 없네”라며 술맛을 돋구웠다. 명
종때 산천유람하던 남효온(南孝溫)은 단종을 추모하는 상소를 올려 정계에 파문을 일으키고는 39세에 술병으로 죽고 말았다.
선조조 풍류시인 임제(林悌)는 평안감사 부임길에 송도의 황진이 무덤을 찾아 술잔을 올려 화제를 뿌렸다.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
가, 누웠는가.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이라며 천하 명기의 술과 문학을 예찬했다.
철종때 천재시인 정수동의 해학도 술에서 나왔다. 외상술, 공짜술의 대가로도 소문이 났다. 밤중에 야경 순찰이 “누구냐”고 묻
자 “나, 빨래요”라고 대답한 것이 정수동이다. “옷이 한 벌이라 입은채 빨았다가 마를때까지 서 있는 거요”라고 능청스
레 대답하니 야경순찰도 그냥 웃고 지나갔다는 이야기다. 정수동이 술 생각이 간절하여 친구 집에 갔더니 안주도 없이 술상
을 내왔다. 속으로 괘씸하여 “내가 타고온 저 나귀를 잡아먹세”라고 하니 친구가 “자네, 갈때는 뭘타고 가나”라고 물었다. 정수동
이 “저기 뜰에 놀고있는 닭을 타고 가지”라고 응수하니 하는수 없이 닭을 잡더라고 했다.
방랑시인 김병연(金炳淵)의 술 이야기야 어찌 다 소개하랴. 그는 천하를 제집처럼 살았고 평양기생의 배꼽이 빠지게 웃기며 술 얻
어 마신 방랑시인이다. 그의 내심이 작품 속에 곳곳에 묻어나 있다. “새나 짐승도 제집이 있는데, 내 평생 홀로 애달프도다. 짚신,
죽장에 천리길 방랑으로 떠도는 구름처럼 가는 곳 마다 내집이라 여겨...”라는 것이 김삿갓의 진면목이다.
그림에 심취한 조선조 화가 가운데 최북(崔北)은 미친듯 마셔대어 주광(酒狂)으로 불렸다. 단원 김홍도(金弘道)는 ‘취하는 늙은
이’라는 ‘첩취옹’이란 아호를 즐겨썼다. 술 기운에 우스개 소리를 하면서 붓을 휘두른 취중그림 속에 온갖 해학이 철철 넘친다. 장
승업(張承業)은 대주가 화가로 한달간 술에서 깨어나지도 못했다. 그림 옆에 술병 두고 미녀에게 술 따르라고 하니 역시 취
중그림이다. 고종이 10폭 병풍을 그리도록 명하며 술을 먹지 못하게 감시시켰다. 그러나 밤중에 물감 구하러 간다는 핑개로 탈주
했다. 잡아다가 다시 임금이 엄중경계를 명했지만 이번에는 금졸의 의관을 훔쳐입고 도주하여 포도청에 명하여 구금시켰다. 그러
나 충정공 민영환(閔泳煥)이 “저의 집에 가둬 놓고 그림을 끝내게 하겠습니다”라고 진언하여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민
공이 입궐한 틈에 또 다시 탈주한 ‘못말리는 자유인’이었다.
왕족으로는 태종의 장남 양녕(讓寧)대군을 이길자가 있는가. 그는 주색잡기에 능하여 끝내 세자에서 폐위되어 한평생 자기 멋대로
살다가 천수를 다했으니 성공한 자유인 왕족의 1인자가 아닌가. 흥선 대원군이 상갓집 개를 자처하며 온갖 망나니 짓으로 위장하
여 고종을 등극시킨 후 서원철폐 등 온갖 개혁성과를 올린것은 역사책이나 TV드라마를 통해 누구나 알게됐다. 조선조 역관출신
유찬홍(庾纘洪)은 바둑에도 뛰어났지만 여러모로 기인에 속했다. 또 영조때 우육불(禹六不)은 500년 역사의 술꾼이었다고 한다.
술과 아호도 재미있는 사료이다. 사육신 박팽년은 술 취해 거문고를 켠다는 ‘취금헌’(醉琴軒), 화가 김제원 문신 심주명은 술에 취
해 잠자는 ‘취면’(醉眠), 서예가 오태주는 술 취해 꿈속에 빠지는 ‘취몽헌’(醉夢軒) 등. 이밖에 명사들의 아호 속에 ‘취부’, ‘취선’, ‘취
암’, ‘취옹’, ‘취은’ 등 술기운이 펄펄 날리는 것이 수 없이 많다.
작가 이상희씨는 술 관련 문헌 수집을 위해 중국과 일본을 여러차례 다녀온 후 중국의 유령(劉伶)과 이백(李白)을 대표적 주호로
꼽았다. 유령은 진나라때 죽림7현에 속했다. 그는 외출할 때 술병을 안고 수레에 타고 삽을 든 하인이 따르게 했다. 언제든
지 술 먹다가 죽거든 그 자리에 땅을 파 묻어 달라는 뜻이었다. 아내가 워낙 성화를 부리자 술과 고기를 준비해 주면 신(神)
에게 고하여 금주하겠다고 약속했다. 술이 준비되자 “하늘이여, 유령을 낳아 술로서 이름을 떨치게 하였도다. 한번 마시면 한섬,
이틀을 취하고 나서 깨어나도다. 부디 여인의 말을 괘념치 마소서.”라고 고하고는 술과 고기로 전과 같이 취했다.
유령은 술을 예찬하는 주덕송(酒德頌)을 남겼다.
“대인(大人)이 있었는데 천지개벽 이래 1만년을 일순으로 여기며 해와 달은 자기 집문, 전세계를 집 정원으로 삼았다. 어딘가 갈때
는 수레 자국을 남기지 않고 살때에는 주거를 정해 두지 않았다. 하늘을 장막으로 삼고 땅을 자리로 생각하여 행동하고 오직 술에
만 정신을 기울이고 다른 것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같은 주덕송 내용이 애주가들의 마음을 꼭 짚어 냈다고 느껴진다. 실제로 우리나라 애주가들의 시가 속에도 유령이 자주 등장한
다. "큰 잔에 가득 부어 취토록 먹으면서 만고영웅을 손 꼽아 헤어보니 아마도 유령과 이백이 내 벗인가 하노라”
한국의 술문화 작가 이상희는 이같은 주덕송 탁본을 보관하고 있는이가 있다는 소문에 중국으로 달려갔더니 이 핑개 저핑개로 300
만원을 호가하여 그대로 지불했다. 주덕송 앞 표지와 끝 부문에 조선조 명필 한석봉(韓石峯) 필첩(筆帖)이라는 글씨가 있었기 때
문이다.
이백(李白)은 당나라 시인으로 현종조의 부패에 속이 상해 평생을 술과 함께 방랑했다. 그의 음주시가 300여수에 달한다. 중국 고
대 시인 가운데 도연명과 두보도 술에 관한 시를 많이 남겼다. 그렇지만 주선(酒仙)이나 취성(醉聖)은 이백 뿐이다.
이백은 하늘에 주성(酒星)이 있고 땅에 주천(酒泉)이 있다고 했다. 술 석잔으로 대도(大道)와 통하고 술 한말로 무아(無我)의 이치
와 합체한다고 했다. 다만 술의 흥취를 마시지 않는자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은 자신과
달과 그림자 세사람이 마신다고 노래했다. 조선 중기 문신 이후백 (李後白)은 이백을 너무나 흠모하여 아호마저 그의 청련(淸
漣)을 그대로 인용했고 그밖에 이백의 술과 달과 시를 글속에 담은 시객들도 부지기수이다.
두보(杜甫)는 중국 당나라 주호들을 음중팔선(飮中八仙)으로 꼽았다. 벼슬하지 않는 주선 여덟에 두보 자신은 꼽지 않았다. 음중
팔선에 오른 주호들은 우리나라 이덕무의 그림과 여덟폭 병풍 속에 그려져 전해온다.
①술 취해 우물에 빠져서도 졸고있는 ‘하지장’(賀知章) ②용 수염에 서말 술을 마신 여양왕 이진(李璡) ③배가 불룩한 좌상 이적지
(李適之) ④미소년 같은 최종지(崔宗之) ⑤가사 입고 좌선하는 소진(蘇晋) ⑥술 한말에 시 100수 이백(李白) ⑦두다리 뻗고 멋
대로 갈겨쓰는 장욱(張旭) ⑧두건 쓰고 도포 걸친 초수(焦遂) 등. 이들 팔선은 모두 당나라의 예술가들이지만 벼슬을 마다하고 술
이나 마셔 취객도, 취상도 등에 올랐다. 당나라 현종의 지혜가 미치지 못해 이들을 술만 마시게 내 버려뒀으니 애석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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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장진주사(將進酒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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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酒仙) 이태백의 호방한 술맛, 장진주
장진주(將進酒)
그대 못 보았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와
바다로 쏟아져 흘러 들어오지 않는 것을.
그대 못 보았는가, 고대광실에 환한 거울 놓고
흰머리 슬퍼함을.
아침에 푸른 실같더니 저녁엔 눈처럼 세었다고.
모름지기 인생을 마음껏 즐길지니,
금술 잔을 비워 달을 거저 대하지 말게나.
하늘이 내 재주를 내셨을 때야 쓰일 데 있으리니,
천금을 탕진해도 언젠가는 돌아올 터.
양을 삶고 소를 잡아 또 즐겨나 보세 그려.
마땅히 단숨에 삼백 잔을 마실지니,
이보게 잠부자, 단구생!
한 잔 드시게나, 잔 멈추지 말고.
그대 위해 한 곡조 읊어보리니
나를 위해 귀기울여 주시게나.
풍악 소리 살진 안주 무엇 그리 대단하리,
오로지 원하노니, 오래도록 취하여 깨지 않는 것.
예로부터 성현들은 다 흔적 없어도
오직 술고래만은 이름을 남겼다지.
진왕이 평락전에서 잔치할 때
한 말에 만 냥 술을 흠뻑 즐겼다지.
주인은 어찌하여 돈이 적다 하는가?
마땅히 술 받아다 그대와 함께 마셔야지.
얼룩말, 값진 갖옷, 아이 불러내다가
살진 술과 바꾸어서,
더불어 만고의 시름 녹여나 보세 그려.
스스로를 유배되어 땅에 내려온 신선(適仙)이라 불렀던 이태백, 두보는 그를 일컬어 술속에 빠져사는 신선, 주중선(酒中仙)이라
이르지 않았던가? 술에 취해 물에 비친 달을 잡으러 익사했다는 후대의 우스개 소리부터 국어 교과서 한쪽에 박제처럼 처박혀있던
이태백의 시를 꺼내어 읽어보자. 술잔을 기울이지 않아도 그의 시 한 줄 한 줄에서 전해져오는 취흥은 그의 시를 즐기는 시흥보다
즐거울 것이다.
술과 노름을 즐기며 유랑의 세월을 보냈던 이태백(701~762)은 인간의 좌절감과 무력감, 고독을 체화한 시인이였다. 천재의 칼날같
은 감수성과 고독이 녹아 들어간 이태백의 시가 한시의 맛과 중국문화에 대한 뚜렷한 이해 없이도 마음에 와 꽂히는 까닭은 그 고
독의 해법이 지극히 보편적인 술으로의 의탁이었기 때문이다.
천재시인으로서의 자의식, 당나라 혼란기 끝무렵에 얻은 관직의 남루함, 왕실의 음모와 귀양, 사면으로 얼룩졌던 평탄치 않은 인
생의 쓰고 단 맛을 그는 술속에서 울고 웃으며 위로 받았다. 유랑의 정서와 술과 노름, 그리고 그 고난한 삶의 역경이 시흥으로 옮
겨진 140여편의 시중에서 장진주가 돋보이는 까닭은 언제나 그랬듯이 시 전체를 휩싸고 있는 술의 취흥이다.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자신의 능력과 정체성에 대한 불신과 후회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칠 때, 자신을 이해
할 수 있는 친구들과 더불어 만취하여 즐기는 것은 그 위기를 견디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라는 장진주는 술로 인해 얻
을 수 있는 우리의 가장 커다란 위안을 직설하고 있는 것이다.
도연명과 백거이와 함께 3대 음주시인으로 꼽히는 이태백을 두보는 이렇게 노래했다.
이태백은 한말의 술을 마시고 시 백 편을 짓고
장안 거리 주막에서 취해 잠에 떨어지고
천자가 오라고 보내도 배에 오르지 못하고
스스로 이르기를 술꾼 중의 신선이라 한다.
우리는 한 말의 술을 마시고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하든 술에 띄워 보내는 나의 고뇌들을 떠올릴 때, 이태백의 장진주를 조용히 뇌
까려보자. 한잔 술의 인생이 조금 더 쓰게 느껴질까? 달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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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
1.
花下一壺酒 화하일호주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影徒隨我身 영도수아신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我歌月排徊 아가월배회
我舞影凌亂 아무영능란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影結無情遊 영결무정유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꽃 밑에서 한 병의 술을 놓고
친한 이도 없이 홀로 마시네
잔을 들어 밝은 달님을 맞이하니
그림자 대하여 세 사람이 되었네.
달은 본래전부터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내 몸을 따를 뿐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니
봄날을 당하여 마음껏 즐기네
내가 노래하면 달이 배회하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가 어지럽네
깨어 있을 때 함께 서로 즐기지만,
취한 뒤에는 각기 흩어지네.
속세 떠난 맑은 사귐 길이 맺고자
멀리 은하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네.
2.
天若不愛酒 천약불애주
酒星不在天 주성부재천
地若不愛酒 지약불애주
地應無酒泉 지응무주천
天地旣愛酒 천지기애주
愛酒不傀天 애주불괴천
已聞淸比聖 이문청비성
復道濁如賢 복도탁여현
聖賢旣已飮 성현개이음
河必求神仙 하필구신선
三盃通大道 삼배통대도
一斗合自然 일두합자연
俱得醉中趣 구득취중취
物謂醒者傳 물위성자전
하늘이 만일 술을 즐기지 않았다면
어찌 하늘에 술별이 있으며
땅이 또한 술을 즐기지 않으면
어찌 술샘(酒泉)이 있으리요
天地가 하냥 즐기었거늘
술을 좋아함을 어찌 부끄러워하리
맑은 술은 聖人에 비하고
흐린 술은 또한 賢人에 비하였으니
성현도 이미 마셨던 것을
헛되이 신선을 구하는가
석잔술은 大道에 통하고
한말 술은 自然에 합하거니
모두 취하여 얻는 즐거움을
깨인 사람에게 이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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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ing Alone by Moonlight [月下獨酌 영역본]
(By Tang Poet : Mr. Li Po / Li Bai)
Among the flowery bush,
A pot of wine,
I drink alone without a friend.
I raise my cup to invite the moon,
And toast to my shadow,
For we are three friends.
But the moon does not drink wine,
And my shadow
Just follows me in vain.
Oh, my temporal friends:
The moon and my shadow,
We must make joys before the spring ends.
So I sing my songs,
The moon starts to wander;
And I dance, my shadow disorderly swings.
For we are awake,
We share our bliss,
But after drunk, we go separate way.
May we forever abide
Thru this unaffected relation,
Till the day we meet in the Milky Way.
[다른 영역본]
花間一壺酒。 A pot of wine, under the flower bush;
獨酌無相親。 I drank alone without a friend.
舉杯邀明月。 Raised my cup to toast the bright moon,
對影成三人。 And greeted my shadow for we were three friends.
月既不解飲。 But the moon did not drink my wine;
影徒隨我身。 And my shadow followed me in vain.
暫伴月將影。 For my temporal company, the moon and my shadow,
行樂須及春。 We must share our happiness for this springtime.
我歌月徘徊。 So I sang, then the moon started to wander,
我舞影零亂。 I danced, and my shadow wildly swung.
醒時同交歡。 While we were awake, we shared the fun;
醉後各分散。 After we were drunk, each left to his way.
永結無情遊。 May our unaffected affection forever journeys,
相期邈雲漢。 Until we meet in the vast cloudy Milky Way.
[다른 영역본]
花間一壺酒。 A cup of wine, under the flowering trees;
獨酌無相親。 I drink alone, for no friend is near.
舉杯邀明月。 Raising my cup I beckon the bright moon,
對影成三人。 For her, with my shadow, will make three men.
月既不解飲。 The moon, alas, is no drinker of wine;
影徒隨我身。 Listless, my shadow creeps about at my side.
暫伴月將影。 Yet with the moon as friend and the shadow as slave
行樂須及春。 I must make merry before the Spring is spent.
我歌月徘徊。 To the songs I sing the moon flickers her beams;
我舞影零亂。 In the dance I weave my shadow tangles and breaks.
醒時同交歡。 While we were sober, three shared the fun;
醉後各分散。 Now we are drunk, each goes his way.
永結無情遊。 May we long share our odd, inanimate feast,
相期邈雲漢。 And meet at last on the Cloudy River of the sky.
[다른 영역본]
From a wine pot amidst the flowers,
I drink alone without partners.
To invite the moon I raise my cup.
We’re three, as my shadow shows up.
Alas, the moon doesn’t drink.
My shadow follows but doesn’t think.
Still for now I have these friends,
To cheer me up until the spring ends.
I sing; the moon wanders.
I dance; the shadow scatters.
Awake, together we have fun.
Drunk, separately we’re gone.
Let’s be boon companions forever,
Pledging, in heaven, we’ll be together.
[다른 영역본]
A pot of wine in the flower bush,
I drink alone without a friend.
I raise my cup to invite the bright moon,
And greet to my shadow for we’re three friends.
But the moon does not know how to drink,
And my shadow remains still, unmoved.
The moon and my shadow ’re my temporal companions,
But still we must enjoy each other for this springtime.
So I sing, then the moon starts to wander,
I dance, and my shadow disorderly scatters.
We enjoy each other while we are awake,
And depart to each own way after drunk.
Let our unbound affection forever abides,
And one day we may truly meet in the far misty heav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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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아오스팅님 이번에는 주의 세계까지. 정말 제 용량초과입니다. 거의 이 글 찾으시느라 며칠 식음을 전폐하신 것은 아닌지. 우리 집은 대대로 곡주와는 별로 상관없는 사람들이라.
친정부친과 신랑까지. 우리 아들은 어쩔라나 모르겠네요. 아직까지는 보진 못했는데. 주도는 부모한테서 배워야한다고 하더니만. 아직 윗글 다 입력을 못시켰습니다. 천천히 조금씩 소화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용일맘님, 식음전폐는 아니고요^^ 점심 때 창진엄니님 글보고 필 받아 조금 작업했을 뿐^^... 젊었을 적 문학이 전공이다 보니 ...술과 시는 뗄수 없는 관계인지라... 뭐 동탁시인의 주도18단에 비추어 보면 옛날에는 기주(嗜酒)정도.. 지금은 후퇴하여 애주(愛酒)정도 되겠네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야 술 때문에 걱정끼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뭐 주도 염려는 안하셔도 되겠지요.
술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게 아니고,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다. 언제나 수심이며, 수심(愁心)은 언제나 술인고
술은
술 마시고난 후 수심인지, 수심난 뒤 술 인지
아마도 술 곧 없으면 수심 풀기 어려워라
斷琴之交님의 "술은 차야 맛이고, 임은 품어야 맛" 이란 댓글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만... 그런 의미에서 임백호 같은 인물의 크기를 수용하지 못한 조선이 안타깝기도... 斷琴之交님 닉 대할때... 蓋鍾子期死(개종자기사: 종자기가 죽자)/ 伯牙終身不復鼓琴(백아종신불복고금: 백아는 죽을 때까지 거문고를 타지 않았습니다)/ 何則(하칙: 왜 그랬을까요)/ 士爲知己者用(사위지기자용: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충성을 다하고)/ 女爲說己者容(여위설기자용: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해 용모를 꾸밉니다)라는 제가 존경하는 사마천(司馬遷)의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의 저 구절이 떠오르네요. 우리카페가 知音인 것 같습니다
아오스팅님은 술(酒)문학으로 박사학위 받으셨나 봅니다.. 대단하십니다.. 저는 체질상 술이 맞지 않아.. 이백의 '장진주(將進酒)'나 '월하독작(月下獨酌)' 같은 풍류의 멋과 맛은 잘 모릅니다만.. 법화경을 인용하신 "初則人呑酒 次則酒呑酒 後則酒呑人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마침내는 술이 사람을 삼킨다"는 말이 제일 좋은 명언 같습니다.. 좋은 글 고맙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현담님, 은사님 중의 한분이 유명한 주당이신지라 W.B.예이츠를 논하시다 갑자기 월하독작(月下獨酌)을 영작하라는 과제를 내 주시고는...발표는 은사님 단골 술집에서..발표하다 모두 거하게 취해 내가 술을 마시나 내그림자가 술을 마시나...그리운 추억입니다.
현담님, 용일이병의 집안 어르신들은 다들 술체질은 아닌가 보군요. 사실 법화경이나 아함경의 말씀들이 다 옳은 말씀이지요. 좋은 인재가 술로 망가진 경우가 적지 않았으니... 요즘은 옛날과 달리 과음하는 모습 보기 드물긴 하니 (옛날의 낭만도 드물긴 매한가지입니다) 세상 변하기는 많이 변했습니다.
우와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