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이 아버지(1942년생)와 만난지도 벌써 50년이 넘었다.
처음 그의 부인이 나에게 다녀간 후 내 이야기를 한 모양인데, 그는 사주니 역학이니를 믿지 않던 사람이라 단순히 자기 처의 비위를 맞추어 주기 위하여 나에게 왔다.
나와 대화를 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갖고 있던 역술인에 대한 나쁜 선입견이 많이 가셔진 눈치였다.
그 후 한, 두번 더 다녀갔는데 결정적으로 나와 친하게 된 것은 그의 어머니가 급병이 생겨 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어머니의 사망 날짜와 시간을 적중시켜서 임종을 하게 해준 것 때문이었다.
당시 그는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라 퇴근하면 병원에 들렀다가 10시가 넘으면 집으로 가서 자고 출근하는 상태였는데 내가 밤 12시(子시)에 돌아가실 운이라 일러주어 집으로 가지않고 병상을 지키다가 임종을 하게되었다.
그것이 그에겐 너무 신기하고 고마운지라 그 후 나를 전적으로 믿고 자신의 인생행로에 나의 말을 지침으로 삼아 사업을 시작하여 상당한 부를 축적하였고, 내가 사업을 접으라 할 때 접어서 건강을 챙겨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며칠 전 장마비가 내리던 날도 부인과 함께 나타나서 다시 한번 감사 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나의 일평생은 류선생 도움을 무척 많이 받았어. 몇 해 더 살지 모르지만 류선생 얼굴이 무척 보고 싶어서 미쓰김(자기 부인을 그렇게 부른다)을 며칠 졸라서 이렇게 왔오.”
황혼의 노신사가 즐겁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