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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글) 윤동주
1917년 북간도 명동촌에서 출생하여 연희전문 문과를 졸업하였고 일본 동경 동지사대학에서 수학하였다. 1936년부터 여러 지면의 학생란에 동시, 시, 산문 등을 발표하던 중 1941년 자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간행하려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1943년 독립운동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1945년 구주 복강 형무소에서 의문의 병사를 당했다. 열다섯 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첫 작품으로 「삶과 죽음」, 「초 한 대」를 썼다. 발표 작품으로는 만주의 연길에서 발간된 『가톨릭 소년』지에 실린 동시 「병아리」, 「빗자루」, 「무얼 먹구 사나」, 「거짓부리」 등이 있다. 연희전문학교 시절 작품으로는 『조선일보』에 발표한 산문 「달을 쏘다」, 교지 『문우』지에 게재된 「자화상」, 「새로운 길」이 있다. 유작 「쉽게 쓰여진 시」는 사후에 『경향신문』에 게재되었다. 1941년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절정기에 쓰인 작품들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발간하려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자필 유작 3부와 다른 작품들을 모아 친구 정병욱과 동생 윤일주가, 사후에 본인의 뜻대로 1948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29년의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특유의 감수성과 삶에 대한 고뇌, 독립에 대한 소망이 서려 있는 작품들로 인해 대한민국 문학사에 길이 남은 전설적인 문인이다.
엮음 박이도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1959년 「자유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 『회상의 숲』, 『불꽃놀이』, 『약속의 땅』, 『빛과 그늘』, 『데자뷔』 등 출간.
시선집 『빛의 형상』, 『순결을 위하여』, 『반추』, 『지상의 언어』, 『가벼운 걸음』 등 출간.
산문집 『선비는 갓을 벗지 않는다』 등 출간.
평론집 『한국현대시와 기독교』 등 출간.
『박이도문학전집』 전4권 출간.
전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목차
책 속으로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년 11월 20일)
- 27쪽
황혼(黃昏)
햇살은 미닫이 틈으로
길쭉한 일자(-字)를 쓰고…… 지우고……
까마귀떼 지붕 위로
둘, 둘, 셋, 넷, 자꾸 날아 지난다.
쑥쑥- 꿈틀꿈틀 북(北)쪽 하늘로,
내사……
북(北)쪽 하늘에 나래를 펴고 싶다.
(1936년 3월 25일)
- 69쪽
봄
봄이 혈관(血管)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까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 아른, 높기도 한데……
(창작 연도 표시 없음)
-180쪽
별똥 떨어진 데
밤이다.
하늘은 푸르다 못해 농회색(濃灰色)으로 캄캄하나 별들만은 또렷또렷 빛난다. 침침한 어둠뿐만 아니라 오삭오삭 춥다. 이 육중한 기류(氣流) 가운데 자조(自嘲)하는 한 젊은이가 있다. 그를 나라고 불러두자.
나는 이 어둠에서 배태(胚胎)되고 이 어둠에서 생장(生長)하여서 아직도 이 어둠 속에 그대로 생존(生存)하나보다. 이제 내가 갈 곳이 어딘지 몰라 허우적거리는 것이다. 하기는 나는 세기(世紀)의 초점(焦點)인 듯 초췌(憔悴)하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내 바닥을 반듯이 받들어 주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내 머리를 갑박이 나려누르는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마는 내막(內幕)은 그렇지도 않다. 나는 도무지 자유(自由)스럽지 못하다. 다만 나는 없는 듯 있는 하루살이처럼 허공(虛空)에 부유(浮遊)하는 한 점(點)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하루살이처럼 경쾌(輕快)하다면 마침 다행(多幸)할 것인데 그렇지를 못하구나!
이 점(點)의 대칭위치(對稱位置)에 또 하나 다른 밝음(明)의 초점(焦點)이 도사리고 있는 듯 생각킨다. 덥석 움키었으면 잡힐 듯도 하다.
만은 그것을 휘잡기에는 나 자신(自身)이 둔질(鈍質)이라는 것보다 오히려 내 마음에 아무런 준비(準備)도 배포(排布)치 못한 것이 아니냐. 그리고 보니 행복(幸福)이란 별스런 손님을 불러들이기에도 또 다른 한 가닥 구실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될까보다.
이 밤이 나에게 있어 어린 적처럼 한낱 공포(恐怖)의 장막인 것은 벌써 흘러간 전설(傳說)이오. 따라서 이 밤이 향락(享樂)의 도가니라는 이야기도 나의 염두(念頭)에선 아직 소화(消火)시키지 못할 돌덩이다. 오로지 밤은 나의 도전(挑戰)의 호적(好賊)이면 그만이다.
이것이 생생한 관념세계(觀念世界)에만 머무른다면 애석한 일이다. 어둠 속에 깜박깜박 조을며 다닥다닥 나란히 한 초가(草家)들이 아름다운 시(詩)의 화사(華詞)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벌써 지나간 제너레이션의 이야기요, 오늘에 있어서는 다만 말 못하는 비극(悲劇)의 배경(背景)이다.
-186~187쪽
윤동주에게 그가 처했던 시대와 사회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그는 기독교를 신앙하는 가정에서 태어났고, 또 조국을 떠나 있는 곳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조국은 하나의 감옥과 같이 육신의 삶이나 정신의 문화 공간이 폐쇄된 실존적 여건이었다. 그는 기독교인의 죄인 의식, 즉 아담 이후 기독교의 윤리적 근간이 되는 노동 의식, 속죄 상 내지 구원에 이르기까지 감당해야 하는 형벌(刑罰)에 대한 죄의식을 정신적으로 감수했다. 예수에 의해 죄를 사함받고 영생(永生)에 이를 수 있다는 일차적인 신앙의 조건에서 현세적인 공동체 의식으로 민족 수난의 역사적 현실까지 감수하고 극복해야 하는 이중의 시련이 문학적 세계로 구체화된 것이다. 퓌겐이 주장한 사회적 인과율의 조건이라는 측면에 적용해볼 만하다. 즉 그는 “문학을 사회적 활동과 사회적 경험의 객체로서 연구”하고 그 내용의 “생산, 전승, 확산 및 수용을 행하는 인간 상호간의 활동”에 관심을 두고 체계화한 것이다.
필자는 이런 비평적 관점에 종교적 신앙을 추가하고 윤동주의 내면의 거울에 비추이는 정신적 추구의 흔적을 정리해보려는 것이다. 결국 그의 시 속에서 사회적 경험과 기독교 신앙의 일치점이 어떻게 수용되고 표상되었는가를 가려 볼 것이다.
시인의 작품을 생각할 때 그 시인의 사회, 혹은 시대를 한데 묶어 생각하게 되는 것은 비단 문학 사회학적인 태도만은 아니다. 작가의 정신적 상태에 적극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와 소극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정치, 경제 등 국민 생활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집단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여러 요소 등이 있는가 하면 자연의 대상화, 종교적 차원, 문화적 공간 등의 개인적 영역의 사회 또한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윤동주에게 있어서 적극적인 사회에 해당하는 체험의 수용은 이미 많은 평자(評者)들에 의해 강조된 식민지 시대의 생존 조건에 해당된다.
그리고 소극적인 사회, 즉 개인적으로 체험하고 의식된 세계, 국어를 쓰지 않은 이국땅에서 성장했다는 사실, 기독교라는 서구 종교의 문화권에 접할 수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평양, 경성 등지와 일본으로의 유학 등에서 성숙된 복합적인 이방인 의식들이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해 오는 사회적 여건에 의해 위축된 외적 자아와 소극적으로 의식하거나 의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숙된 내적 자아의 일치는 불행하게도 현실에 활달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내적으로만 인식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것은 윤동주가 기독교를 의식하는 양면성의 방법이 되며, 또한 시에 대한 자세가 된다. 이 같은 자세는 그의 시를 통해 다시 표상되는 것이다. 이것은 릴케가 사물시를 “현실에 대한 증오감의 한 시도”로써 관찰했고 “서정시는 순수하면 순수할수록 불화의 순간을 그 자신에 내포”한다는 아도르노의 사회학적 시론을 적용해도 그 이해가 가능하다. 이러한 시적 자세는 기독교 의식에 의해 윤리적 도덕적 골격을 갖추고 역사적으로 발전되어 나오는 기독교 사회학과 연결되는 것이다.
-209~211쪽
출판사 서평
윤동주가 기독교를 신앙하는 가정에서 태어났을 때, 그의 조국인 한국은 하나의 감옥과 같이 육신의 삶이나 정신의 문화 공간이 폐쇄된 실존적 여건이었다. 그는 기독교인의 죄인 의식, 즉 아담 이후 기독교의 윤리적 근간이 되는 노동 의식, 속죄 사상 내지 구원에 이르기까지 감당해야 하는 형벌(刑罰)에 대한 죄의식을 정신적으로 감수했다.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죄를 사함받고 영생(永生)에 이를 수 있다는 일차적인 신앙의 조건에서 현세적인 공동체 의식으로 민족 수난의 역사적 현실까지 감수하고 극복해야 하는 이중의 시련이 문학적 세계로 구체화되었던 것이다.
- 박이도(문학박사, 시인, 전 경희대학교 국문과 교수)
기본정보
ISBN발행(출시)일자쪽수크기총권수시리즈명
9791189171797 | ||
2024년 11월 29일 | ||
256쪽 | ||
148 * 210 mm판형알림 | ||
1권 | ||
한국현대문학전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