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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사랑과 사탕”은 고도근시자에게는 혼돈을 일으킬 만큼 비슷해 보이나 안경을 끼고 시력을 보정해서 다시 보면 완전히 다른 글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두 글자의 외형은 비슷하나 그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영어단어 thermometer 와 thermostat는 thermo(열)라는 접두어가 같아 외관상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thermometer는 온도 계측 기기이고 thermostat는 자동 온도조절장치이다. 온도 계측기기는 온도에 반응하는 기기이고, 온도 조절 장치는 온도를 통제하는 장치이다. 둘사이의 결정적인 차이는 작용하는 대상을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느냐 여부이다.
사람의 경우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는 능력을 자제력이라고 한다. 자제력은 결국 생각하는 힘과 연결해서 발휘된다. 충동 구매를 하고 싶을 때 자신의 예금 잔고를 생각하면 자제력이 작동된다. 화를 내내 싶을 때 화를 내고 난 후 돌아올 후유증을 생각하는 여유를 부리면 화를 삭일 수 있다. 말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할 때 순간적으로 자기가 한말이 일어 킬 파장과 법적 책임을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순식간에 침묵하는 모드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다. 사람의 자제력의 뒤에는 생각이라는 메카니즘이 제어장치로 작동하게 되어있다.
생각에 대해서 서애 유성룡은 서애집에서 이렇게 독서와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다섯수레의 책을 입으로 줄줄 외면서도 정작 그 뜻과 의미를 물으면 전혀 알지 못한다. 이것은 다름아니라 독서를 하면서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할 사(思)는 밭전(田)자 밑에 마음심(心)자를 붙인 것이다. 밭을 갈아서 다스린다는 뜻이다. 농부가 잡초를 없애 질 좋은 곡식을 거두는 것처럼 마음 밭을 잘 갈아 다스리면 이로부터 마음이 바르게 되고 뜻이 성실 해져 사악한 잡념은 물러가고 하늘의 이치는 저절로 밝혀 진다.
아무튼 생각은 한 개인이 인격자로서 자제력을 발휘하는 수단으로 또는 독서를 통하여 지식에 다가가는 매우 유용한 접근법임을 알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도 과거의 분석과 심오한 생각에서 나온다. 생각이 미래를 예측하는 영역까지 미치면 다른 사람보다 앞서 기회를 선점 할수있어 부를 축적하는 지름길의 안내자로 활용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힘의 이점은 실로 다양하다.
논어 계씨편에 공자님이 말한 인격자가 (때에 맞추어 꼭) 생각해야 할 아홉 가지가 열거되어 있다.
첫째, 사물을 볼 때 무엇이든 명백하게 볼 것을 생각 하며.
둘째, 사물의 소리를 들을 때는 총명하고 정확하게 듣기를 생각하며,
셋째, 얼굴빛은 온화하게 잦기를 생각하며,
넷째, 용모는 공손하고 기품이 있기를 생각하며,
다섯째, 말은 성실하여 언행이 일치하기를 생각하며,
여섯째, 일을 할 때는 신중하고 틀림이 없기를 생각하며,
일곱째, 의문이 들 때는 재빨리 남에게 물을 것을 생각하며,
여덟째, 화가 치밀때는 분한 대로 마구 함부로 하다가 뒤에 어떠한 어려움이 일어날까 생각하며,
아홉째, 이득을 보면 이것을 취하는 것이 의로운가 의롭지 않은가를 먼저 생각한다.
율곡 이이(李珥)가 1577년 학문을 시작하는 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편찬한 책 격몽요결(擊蒙要訣)이 있다. 결몽요결에서 율곡은 구사(九思)를 교시했는데 논어 계씨 편에서 공자님이 말한 구사(九思)즉, 시사명(視思明), 청사총(聽思聰), 색사온(色思溫), 모사공(貌思恭), 언사충(言思忠), 사사경(事思敬), 의사문(疑思問), 분사난(忿思難) 그리고 견득사의(見得思義)와 정확히 일치한다.
율곡의 격몽요결에 또한 버려야 할 여덟 가지 낡은 습관이 나오는데 지면관계로 중요한 것 몇 가지만 축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게을리하거나 제멋대로 풀어놓고서, 놀거나 편한 것만 생각하고 배움에 수반되는 제한이나 구속을 싫어 하는 기질.
둘째, 매양 일이나 꾸미려 들고 마땅히 안정을 유지 하지 못하면서, 분주히 드나들며 헛된 언설로 허송 세월하는 습관.
셋째, 사람들과 휩쓸려 다니기를 좋아하고 홀로 지내는 것을 싫어 해 세상 유행에 빠져 드는 습관과 스스로 몸을 닦거나 삼가하려다 가도 혹시 사람들과 멀어 질까 봐 두려워하는 기질.
넷째,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생략.
여덟째, 일신의 즐거움을 누리고 욕심부리는 일에 절도가 없어서 마땅히 적당히 끊고 억제할 줄 모르고 재물의 이로움과 여색(女色)을 달가워하는 기질.
한사람의 인격의 성숙성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통상 도량이 넓고 인내심 강하여 신중하게 처신하는 사람을 높이평가 하는 경향이 있다.
당나라 측천무후 시절 누사덕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그가 재상으로 있을 때 그의 동생이 대주 태수에 임명되었다. 누사덕은 임지로 떠나는 동생에게 충고했다.
“나는 지금 재상의 지위에 있고 너는 태수로 발탁되었으니 우리 가문이 황제께 입은 은혜가 유독 크다. 이로 인하여 많은 이의 질투를 받아 우리가 위험에 처 할 수도 있다. 너는 어찌 처신하겠느냐?”
동생이 겸손하게 말했다.
“만일 질투하는 자들이 제 얼굴에 침을 뱉는다면 그 침을 닦을 뿐 일체 대응하지 않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누사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걱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네게 침을 뱉은 것은 네게 화가 났기 때문인데, 그들 앞에서 침을 닦는 것은 그들을 거스르겠다는 뜻이 아니냐. 결국 그들은 네게 더욱 화를 낼 것이다. 그들이 침을 뱉거든 아에 닦을 생각을 말거라. 그침이 절로 말라붙을 때까지 그저 히히 웃으면서 받아 주도록 하여라.”
누사덕 형제의 대화에서 “얼굴의 뱉은 침이 저절로 마르다”라는 뜻의 타면자건(唾面自乾)이 나왔다. 누사덕은 이런 인내 철학으로 자신을 겨냥하는 질투의 화살을 막아 내고 일생에 두번이나 재상을 지내는 남다른 명예를 누렸다.
한동훈 장관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더불어 민주당의 김의겸 의원이 선봉장이 되여 지난 7월에 청담동 술집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엔장 변호사 30명이 술판을 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의겸 의원은 국정 감사정에서 일행 가운데 한동훈 장관도 있었다는 전화 녹음을 틀면서 한장관을 공격했다. 한장관은 사실무근이라며 김의겸 의원을 당에서 국회윤리위원회 징계를 요청하는 것과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김의원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 같은 말을 기자들에게 솥아 내고 있다. 여기서 만일 한장관이 타면자건(唾面自乾)의 태도로 야당 공세에 임했더라면 야당의 태도가 혹시나 달라 졌을까 라는 의문은 남는다..
논어 마지막 장 요왈편에 “말을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을 알 수 없다(不知言, 無以知人)”는 명언이 나온다. 듣는 사람이 말을 분석하는 능력이 있으면 말한 사람의 의도를 분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에서 재상까지 오른 추기라는 사람이 자신을 잘 생겼다라고 거짓 칭찬한 주위사람들의 숨은 의도를 간파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아내가 잘 생겼다고 거짓말을 한 것은 나를 사랑해서요, 첩이 잘 생겼다고 말한 것은 내가 두려워 서이다. 객이 잘 생겼다고 말한 것은 내게 간청할 일이 있어서 그랬던 것이다.” 자신을 잘 생겼다고 칭찬한 세사람의 각기 다른 의도를 이렇게 분석한후 추기는 자신의 이런 경험을 토대로 위왕에게 간언했다.
“지금 대왕 주위의 비빈들은 대왕을 사랑합니다. 반면 조정의 신하들은 모두 대왕을 두려워합니다. 따라서 주변사람들이 왕께 고하는 말은 모두 비위를 맞추려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큽니다. 왕께서는 끝내 진실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위왕은 추기의 간언에 감동하여 다음과 같이 명을 내렸다.
“과인의 면전에서 내 허물을 말하는 자는 상등의 상을 받을 것이다. 상소문을 올려 잘못을 지적하는 자는 중등의 상을, 저잣거리에서 내 허물을 말하는 자는 하등의 상을 받을 것이다.”
이에 백성들이 고무되어 적극 간언을 올리고 의견을 개진했다. 위왕이 민심을 수용해 국정을 쇄신하니 사회가 안정되고 국력이 강해져 제나라는 오랫동안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고 한다.
추기가 제안한대로 위왕이 백성의 바닥 민심을 적극 수용할 열린 자세를 보이므로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몸에 좋다”는 속설이 결국 빈말이 아님을 입증하였다.
노밸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네만(Daniel Kahneman)은 사고의 유형을 두가지로 구분했다. 하나는 노력이 필요없이 (반사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시스템 1 사고이다. 다른 하나는 시스템 2 사고로 머리를 써야 하는 신중한 사고로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아래 퀴즈에서 시스템 2 사고가 제대로 작동할 때 누릴 수 있는 판단의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다.
“야구방망이와 야구공의 가격이 합해서 1파운드 10펜스이다. 야구 방방이가 야구공보다 1 파운드 더 비쌀 때 야구공의 가격은 얼마인가? 즉답으로 10펜스를 내놓는 사람이 많겠지만 정답이 아니다. 시스템 2 사고를 동원하여 곰곰이 정답을 생각해 보자. 야구공이 10펜스면 야구방망이는 1파운드 10이 되어 둘을 합치면 1파운드 20펜스가 된다. 정답은 야구공이 5펜스, 야구방망이는 1파운드 5펜스이다. 시스템 1 사고는 반사적으로 확실해 보이는 듯한 답을 내놓지만 우리를 오답으로 이끈다. 반면 시스템 2 사고는 작동할 시간을 주면 생각하는 사람에게 정답을 찾게 안내 해준다.
시스템 1 사고는 생각없이 즉각 반응하는 thermometer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시스템 2사고는생각이라는 통제 기능을 불러 내어 어떻게 해서 라도 정답을 구현해 내는 thermostat에 비유하면 어떨까 싶다.
세계각국에서 서울행 탑승객을 태우고 인천공항상공에서 착륙을 기다리는 여객기들의 대기상태를 상상해 보자. 만일 인천공항의 관제탑에서 이들에게 착륙순서와 착륙할 활주로를 지정해주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여객기들은 서로 먼저 착륙하려고 무질서한 경쟁을 벌여 충돌의 위험이 높아 짐은 물론이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승객들의 안전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쯤되면 공항질서가 통제불능으로 무너져내려 삽시간에 인천 공항은 전쟁터로 변 할 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엊그저께 이태원 할로윈 축제현장에서 수많은 고귀한 생명이 졸지에 유명을 달리 하는 전대미문의 대형 참사가 발생하였다. 축제현장에서 압사사고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꽃다운 젊은이들과 희생자들 여러분들 그리고 그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애도의 말씀을 올립니다. 아울러 부상자들의 쾌유를 빕니다.
사고의 원인은 한 마디로 통제 부재였습니다. 알맞은 내부통제를 수반하지 않은 방종에 가까운 자유는 곧 죽음을 뜻 한다는 값비싼 교훈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만약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아무 생각없이 군중을 따르면 우리는 부지 부식 간에 우리가 원치 않는 곳으로 끌려 가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의사에 반하여 우리가 지불하기를 원치 않는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 고통을 피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인생항로의 파이롯(pilot) 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파이롯(pilot)으로 있는 인생항로에 나의 몸을 맡긴 승객이 아닙니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모든 개별 인격체들은 이점을 분명히 했으면 합니다.
유언비어, 불신, 음모론, 투명성의 부재 등 사회 혼란상의 지속은 전제주의가 발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토양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김의겸 의원이 주장하는 청담동 술집 스캔덜은 수사기관에서 녹취록의 주인공을 소환하여 김의겸 의원의 주장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면 금방 진위를 가릴 수 있을 것입니다. 왜 이런 간단문제조차 당국에서는 질질 끌면서 의혹을 증폭시키며 여론을 혼탁하게 하는지 알다 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제 여든 야든 “자기논에 물 대는 식의 정치”는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진태 강원도 지사 같은 분은 검사 출신이라 경제를 잘 모르는지 최근 발생한 전국적 돈맥경화의 원인을 제공한 분입니다. 경제를 모르면 잘 아는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강원 도지사가 해야 할 일을 순리대로 차분이 추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정당이건 국가이건 올바른 방향으로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남다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성취도 이루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생각이 없는 개인이나 정당은 내려 가고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올바른 일을 하려는 개인이나 정당은 올라가는 것이 역사의 순리입니다.
개인에게는 생각이 국가에게는 국가 경영 철학이 발전의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여던 야던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 국가 경영 철학이 무엇인지를 묻고 싶습니다. 막연히 국민을 위한다는 그럴듯한 구변으로 국가 경영 철학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