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고종이 하사한 3만원을 종잣돈 삼아 첫 근대민족은행 대한 천일은행이 출범했다.
지금 우리은행의 母胎 은행이다.
초대 행장 민병석의 월급은 100원이었다.
지금 돈으로 250만원쯤 된다.
100년이 흘러1998년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월급 1원'을 받겠다고 했다.
대신 은행 주식을 싼값에 살 수있는 '스톡 옵션'을 받기로 했다.
그는 주가가 치솟으면서 4년만에 110억원을 벌었다.
그 시절 시중 은행장 연봉은 1억원 안팎이었다.
은행장 연봉은 외환 위기로 은행들이 무너진 뒤 오히려 가파르게 올랐다.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능력 있는 행장을 모셔와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행장 연봉은 3억~4억원대로 뛰었다.
2000년대 들어선 은행.증권사.보험사를 한 지붕 아래 묶은 금융지주회사가 등장하면서
회장 자리를 만들더니 연봉에 '0' 하나가 더 불렀다.
요즘 4대 금융지주사 회장 연봉은 20억~30억원에 이른다.
국내 금융회사최고경영자(CEO) 연봉은 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미국 웰스파고은행 존 스템프 행장은 2012년 1930만달러, 200억원가량 받아
세계 은행 CEO 중에 최고 연봉을 기록했다.
미국.유럽 15개 대형 은행의 CEO 평균 연봉도 1150만달러, 120억원쯤 된다.
그러나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는 얘기가 많다.
예금과 대출이자 차액이나 챙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을 하는 한국 CEO들에[겐 지금 연봉이 과분하다고들 말한다.
엊그제 4대 금융지주사가 회장 연봉을 많게는 40%까지 깎아 15억원 선으로 줄이겠다는 뜻을 금융감독원에 전했다고 한다.
금감원은 "연봉 삭감 목표치를 제시한 적이 없다"고 딴청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이 작년 말 최고경영자 연봉 실태를 들여다보며 압박하자 민간 회사가 굴복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다.
한 달 전엔 금융위원회가 국책은행 행정 연봉을 4분의 1쯤 깎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외국에서도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금융 CEO 연봉에 제동을 거는 일이 잇따른다.
미국은 2010년부터 CEO 연봉을 주주총회 찬반 투표에 부치도록 하고 있다.
2012년 시티그룹 CEO는 주주들 반대로 연봉을 올리지 못했다.
EU는 은행 경영진 상여금이 기본급 두 배를 넘지 않게 하는 방안을 올해부터 시행한다.
그러나 우리처럼 금융 당국이 뒤에서 윽박지르지는 않는다.
한국 금융사 CEO들은 국민 눈치를 보지 않는 '낙화산'이어서 팔을 비틀어야 비로소 움직이는 것일까. 방현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