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윤행원
우리나라도 이제 살기 좋은 세상이 됐는지라 온갖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중에서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아졌다. 애완견에 따른 관련 산업이 호황이라고 한다.
옛날 내가 어릴 때는 시골에선 집집마다 개를 길렀다. 집도 지켜주고 유달리 정이 많은 동물이라 식구들의 든든한 귀여움을 받았다. 어느 집에서나 개는 당연한 가족의 일원으로 따뜻한 대접을 받았다.
어떤 외국 사람들은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는다고 세상 동네방네 떠들기도 했지만 과문인진 몰라도 아직까지 애완견을 잡아먹었다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불란서 배우 브리짓도 발도 양은 개고기 먹는 한국 사람은 야만인 이라고 심한 말을 했지만 그러나 그 사람이 몰라서 그렇지 식용견과 애완용은 엄연히 다르다. 그러나 요즘엔 개고기 식용도 나라에서 법률로 엄격히 금지를 해서 아주 옛날 일이 되고 말았다.
여하튼 그건 그렇다 치고 어쩌다 우리 집에도 팔자에 없는 애완견을 얼마간 기른 적이 있다. 어느 날 셋째 놈이 다섯 달이 조금 넘었다는 강아지 한 마리를 덜렁 안고서 귀가했다.
덩치도 제법 커고 부드러운 적갈색 털을 가진 눈망울이 유난히 잘 생긴 숫놈이었다. 영국이 원산지인데 개집안 족보가 좋다는 사냥개의 일종이란다.
사연인 즉 개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어려운 경제 사정에도 불구하고 물경 칠십 만원의 거금을 주고 애완견을 사서 길렀는데 자취하랴 학교가랴 공부하랴 그리고 개 수발들랴 등등 바쁘게 지내다 보니 혼자선 도저히 감당을 할 수가 없어 손을 높이 들고 만세를 부른 모양이다.
우리 셋째 놈한테 한 달에 한번 쯤 개 면회를 시켜준다는 조건을 걸고선 우리한테 넘겼다는 것이다. 나는 개 면회는 물론이고 그 친구가 오거든 음식대접도 푸짐하게 잘 해 주라고 엄명까지 내리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처음엔 얼떨떨했지만 사연을 안고 가져온 개라 길러 보기로 작심을 하는 것 같았다. 며칠 기르다 보니 재미도 있고 정도 붙는데 이게 보통일이 아니란 걸 차츰 알게 된다.
똥오줌을 가리기는 하나 그렇지 못할 때도 있고 개털 씻겨주랴, 개 입 양치질 해주랴, 개 발톱 깎아주랴, 개 귀 후벼주랴... 하루에도 몇 번씩 넓은 마룻바닥 닦느라 보통 고역이 아니란 걸 자각하게 된 것이다. 개는 아파트 거실에서 기를게 아니라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길러야 자연스럽다는 걸 새삼 알게 된 것이다.
기운이 넘치고 쾌활한 이놈은 그래도 식구들만 보면 좋다고 꼬리를 흔들고 달려들면서 뺨이랑 손이랑 목이랑 닥치는 대로 핥고 흔들고 하니 식구들 중 한 사람이 샤워를 단단히 할 각오를 한 다음에야 이놈의 재롱을 마음 놓고 받을 수 있는 지경이었다. 사람이나 개나 일방적으로 너무 좋아해도 골치란 걸 알게 된 것이다.
개를 좋아 하면서도 피곤한 기색이 역역한 가족들의 얼굴을 본 셋째 놈은 낭패난 얼굴로 한동안 고민을 하드니 서울 원룸 자취방에서 기를까 어쩔까 하면서 며칠간 혼자서 머리를 실컷 짜는 기색이다. 얼마가 더 지나고 드디어 마지막 결심을 한다. 서울에 사는 개 주인한테 도로 갖다 주게 된다.
이렇게도 요란하고 고얀 경험을 겪은 우리 가족은 애완견은 아무나 기르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개를 보내고 난 며칠 동안 가족은 시무룩 말이 없었다. 그렇게도 힘이 들고 귀찮기는 했지만 그동안 개와 정이 들어선지 섭섭하고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아내와 나는 그립고 아쉬운 그러면서도 시원한 얼굴을 조심스레 살피면서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리기만 할 뿐이었다.
-한국수필 2024년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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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韓國隨筆家協會/ 運營委員長 (역임)
실버넷뉴스교육문화부/ 부장(역임)
재경합천문인회/ 회장)(역임)
(사)국제친선문화교류협회/ 理事
文藝春秋 顧問
합천신문논설위원
조선일보/ 인천일보/ 한국일보/ 평택시민신문 칼럼기고
수필가/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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