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김유정 문학촌
강원도 금병산길
생강나무꽃이 활짝 폈네
노란 꽃 꽃송이
사랑을 부르네
향긋한 사랑향기
실바람 타고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며 생긋
동백꽃 노랗게 핀
먼 옛날의 금병산 길
- 과수원 길을 개사한 동백꽃 길 =
생각을 키우고 행동을 넓혀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책을 읽는 모임인 ‘사부작 사부작’에서 올해 계획한 야심차게 계획한 일이 있었습니다. 온 가족이 같은 책을 읽으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그 작가의 생가를 찾아가는 문학 기행을 하는 것이었답니다.
사람들이 시간을 내기가 비교적 쉬운 때가 중고생들이 시험 준비에 들어가기 전이 좋을 것 같아 고민 끝에 정한 날이 팔월 마지막 날인 토요일이었습니다. 참가 단위가 가족이어서 폭발적인 신청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요. 봄부터 이야기가 되었고 반응들이 나쁘지 않아서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한 국화처럼 가지고 있었답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 국화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쏟는다고 하는데 그런 에너지가 부족했었나 봅니다. 떠나는 주에도 신청자는 턱 없이 부족했고 저는 지독한 가뭄에 시달리는 국화처럼 시들어갔지요. 그러나 떠나기 전 날까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준 덕분에 우리가 예상한 인원을 훨씬 초과해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단비가 내린 덕분에 국화는 싱싱하게 살아났습니다.
날씨도 청명한 토요일 아침. 도시농업센터 맞은편에서 버스를 타고 꽉 막힐 고속도로를 피해 국도를 따라 춘천시 신동면 실레로 떠났습니다. 차 속에서 김유정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여성에 대한 사랑에서 엄마의 사랑을 찾고자 했던 작가의 삶을 작품에서도 찾아보고 우리 삶에서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지요.
실레 마을에 도착해서 ‘금병의숙’이 있던 곳과 ‘봄봄’의 배경이 되었던 마을 길을 걸었습니다. 실레 마을의 들판은 황금색으로 물들고 있었고 대문 옆 대추나무에는 열매가 빨갛게 익어 가고 바람에 가을 냄새와 맛이 묻어났습니다. 아이들은 잠자리와 논에 지천으로 있는 우렁이와 메뚜기에 정신을 팔고 어른들은 김유정의 자취와 함께 주변에 있는 궁금한 식물들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문학관엔 춘천시에서 나온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각자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듣기로 했습니다. 문학관 곳곳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조각상을 보면서 그 장면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기념 사진도 찍었습니다. 문학관 주변에 지천으로 심어진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동백꽃이라 불린 생강나무 열매는 까맣게 익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문학관 맞은편에 있는 봄봄이라는 음식점에서 닭갈비로 점심을 먹었는데 그 음식점은 추천하고 싶지 않은 맛을 내는 곳이었답니다.
점심을 먹은 후, 파주의 근현대사박물관으로 출발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리한 일정이라고 포기를 권유받아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김유정이 살았던 시대와 연결시키고 싶은 욕심에 강행을 했지요.
파주로 가는 차 속에서 냉보리차를 마시면서 옛날을 떠올릴 준비를 했습니다. 김유정에 대한 빙고 게임을 하고 쓰리 빙고를 한 사람들에게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처방 받을 수 없는 약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제가 받은 약은 ‘유머가 필요한 사람’이 먹는 것이어서 해나 선생님이 내게 꼭 필요한 처방이었다고 손뼉을 치며 좋아하더군요. 설명하는 동안 딴 짓을 하고 있던 꼬마 친구들도 다른 일을 하면서 다 들었는지 똑 부러지게 답을 써서 어른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근현대사박물관! 우리나라에 근대가 없다고 얘기들을 하는 만큼 근대를 느낄 수 있는 것 보다 6,70년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물건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시골에서 자랐던 사람들은 더 많은 감탄사를 도시에서 자랐던 사람들은 ‘우리 때도 이런 것 있었어.’ 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곳곳을 돌아봤습니다. 입구에서 판매하는 불량식품을 사 서로 나눠 먹으면서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아이들에게 부모들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자연스럽게 들려줄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표정은 어느 때와는 다른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를 듣는 표정이었고 집중도도 높더군요.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않은 분들은 다음에 아이와 꼭 와야겠다면서 좋아하셨답니다.
돌아올 시간이 정해져 있어 처음 헤이리 마을에 오신 분들은 더 구경하고 싶어 하셨지만 아쉬운 마음을 남기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오늘의 주제가 ‘사랑아 사랑아’였던 만큼 나무판에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문구를 써 보기로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철학자라는 말이 있듯이 정말 참여자 모두가 사랑에 대한 멋진 철학자들이었습니다.
여행은 일상으로 부터의 일탈이지요, 문학과 여행의 공통점은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누군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빠와 엄마들이 자녀들과 함께 책을 읽고 책을 따라 여행을 하면서 공유할 이야기와 추억을 만들어 간다면 그 가정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나갈 강력한 힘 하나를 갖게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또 다시 바람을 강력하게 가지게 됩니다. 우리 동네에 책 읽는 모임이 더 많이지기를.
첫댓글 준성이 많이 컸네요!
아?우리 준성이 얼굴을 기억한다고??? 같이 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언제쯤이려나...
당연하죠! 생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