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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갑 아파트 장사 '끝' 감성과 개성을 판다 |
머니투데이 2008-02-01 11:47:02 |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머니위크 기획]아파트, 디자인으로 승부]
서울시의 성냥값 아파트 불허방침이 지방 각 지체체로 확산됨에 따라 건설사의 디자인 바람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세계 유명 건축가를 아파트 설계에 포함시키는 한편 톡톡 튀는 실내디자인에도 국내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반영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부산대전이라 불릴 만큼 초고층 아파트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두산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의 분양대전은 세계 정상급 건축가를 참여시켜 디자인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분양하는 ‘해운대 아이파크’는 현대산업개발 본사인 아이파크 타워를 설계한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디자인했다. 그는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재건축 설계, 베를린 유대인박물관 등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로 외관 디자인의 거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해운대 아이파크는 해운대의 파도와 부산의 대표 식물인 동백꽃을 형상화 해 아름다운 건축미를 뽐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내부 인테리어는 뉴욕 포시즌 호텔과 하얏트 인터내셔널 등을 디자인한 피터 레미디오스가 맡았다. 최고 72층으로 1631가구가 2011년 말 입주할 예정이다.
◆해외 디자이너, 아파트 디자인 참여
아시아 최고층 아파트인 80층의 ‘해운대 두산 위브 더 제니스’도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두산건설은 미국의 초고층 설계 전문회사인 디 스테파노 앤드 파트너스와 손을 잡았다. 이 회사 수석 디자이너이자 최고경영자인 스콧 사버는 시카고의 대표적 마천루인 풀햄 스파이어 빌딩을 비롯 강남 타워팰리스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해운대 두산 위브 더 제니스는 해운대 바다의 파도와 장산의 흐름을 인용한 곡선미와 꽃잎을 모티프로 주변환경과 조화롭게 디자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례적으로 유명 디자이너인 그가 직접 내방해 설명회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산 위브 더 제니스는 해운대 마린시티에 위치해 있으며 최고 80층 3개 동으로 1788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또 최근 분양한 ‘용인 상현 힐스테이트’도 홍콩의 유명 건축디자인회사인 LWK사와 협력해 건물 출입구 등에 유럽 전통 포디엄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아파트 디자인을 차별화ㆍ고급화 한다. 조경분야는 호주의 ASPECT가 참여해 자연을 모티브로 한 형태미를 강조하고 동물과 곤충을 테마로 한 놀이기구를 도입해 유럽 양식을 연출한다.
올 10월 분양할 불광 3구역 ‘북한산 힐스테이트’는 이탈리아 밀라노 공과대학의 마시모 교수팀과 손잡고 단지외관, 조경 등 설계 전반에 걸쳐 앵무조개문양 등 유럽 전통양식의 디자인으로 특화시켰다.
이 외에도 대우건설은 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루이스의 디자인을 채용해 대우 월드마크 웨스트엔드의 펜트하우스에 적용했다. 데이비드 루이스는 뉴욕 현대미술관에 3개의 작품이 영구 전시돼 있을 정도로 유명한 디자이너다.
◆ 국내 디자이너도 아파트 꾸미기 나서
국내 유명 디자이너의 아파트 디자인 참여도 활발하다.
금호건설은 부천시 중동에 최근 분양한 ‘리첸시아 중동’에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씨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리첸시아 중동은 현관 입구에 독특한 한글 디자인으로 차별화하고 벽지도 자연을 테마로 매화·대나무·조약돌 등 세가지 타입으로 구성됐다.
모델하우스에서 이색 패션쇼를 겸하기도 했던 이씨는 “주택이야말로 라이프스타일의 총 집결지인 만큼 디자이너가 인테리어에 참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이 주상복합 아파트는 지상 66층에 572가구로 건설된다.
지난해 여름께 대림산업은 인테리어 전문가인 마영범 디자이너와 손잡고 한국적 정서를 강조한 생태학적 인테리어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e-편한세상이 모델하우스에서 선보인 한국적 디자인은 다실과 서재 등의 공간에 나뭇결이 보이는 마루바닥과 면, 마, 한지 느낌이 나는 벽지에서 찾을 수 있다.
마영범 디자이너는 “주거공간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은 트랜드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집이 본래 기능인 편안안 쉼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사는 사람의 정서와 정체성에 맞는 디자인이 준비돼야 한다”고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지난해 업계 최초로 개발하고 특허 등록한 ‘오렌지 로비’가 2월 평촌 e-편한세상에서 처음으로 적용된다. 오렌지 로비는 동 출입구에 계단이 없는 아파트 설계디자인으로 장애인ㆍ노약자 등이 이용하기에 편리하게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이 디자인은 앞으로 20년간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에서만 적용할 수 있다.
대표 디자이너 보다 외부의 지원을 통해 디자인 강화에 주력하는 경우도 있다. 디자인으로 명성을 쌓고있는 GS건설 ‘자이’는 10인의 사외 전문가로 구성된 ‘자이 디자인 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이 위원회는 내ㆍ외관의 디자인과 신평면 개발에 주력하면서 주거문화 트랜드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다.
또 외관 디자인은 사내 디자인 전략위원회를 통해 옥상 지붕라인의 경관조명과 필로티, 주동 입구, 로비 등에 특화시켰다. GS건설은 자이 디자인 피에스타 공모전을 개최해 참신한 건축 디자인을 수혈받는 방안도 계획돼 있다.
◆디자인 강화바람 전국 확대
지난해 8월 서울시가 아파트 디자인에 대해 건축심의과정에서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이른바 ‘성냥갑 아파트’ 퇴출선언이 있은 후 전국 지자체도 제도 도입을 결정하고 나섰다.
인천을 비롯해 대구·충북·마산·안양 등이 지난해까지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고 1월10일에는 대전시가 개성없는 신축 건축물에 대해 불허방침을 내린 상태다.
최근에는 강원도에서 지난해부터 진행한 ‘디자인 강원 프로젝트’를 전국으로 확대한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가 인수위에서 흘러나왔다. 1월21일 인수위 간사인 맹형규 의원은 “국가건축위원회 산하에 건축 도시디자인과를 설치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동원한 도시공간과 건축물의 디자인을 조화롭게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수위는 이번 프로젝트를 신도시와 혁신도시에 적용하고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새만금 사업, 과학비지니스벨트 등 새 정부의 주요 국책사업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아파트 디자인 강화 움직임은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