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난 11월 4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새 앨범 <La Seduzione>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가졌다. 연주자, 작곡가,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촐발휘, 더욱 다채로운 음악적 변신을 담고 있다고 예고된 그의 새 음악 선물에 가슴 설레는 팬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남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그는 무대마다 화려한 의상을 선보이곤 하는데, 이날 역시 블랙 재킷 안에 입은 고급스러운 실크 셔츠와 반짝이는 에나멜 구두가 눈에 띄었다. 색소폰에 손성제, 베이시스트 전성식, 기타리스트 김민석등 예전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세션으로 참여했다. 약 2시간동안 그는 청중과의 친밀한 소통 속에 시종 여유로운 모습으로 풍성한 무대를 선보였다.
따스한 지중해의 풍경을 떠올리게 했던 이날의 감흥을 다 전할 순 없겠으나, 좀 더 생생한 공연 현장의 전달과 '뮤직 스타일리스트' 박종훈에 대한 밀도 높은 이해를 위해 두 가지 섹션을 마련했다. 첫 번재는 이날 게스트로 초대받은 첼리스트 허윤정이 전하는 공연에 대한 단상, 두 번째는 콘서트 후 바로 일본으로 떠난 박종훈과 나눈 서문 인터뷰다. 21세기형 피아니스트 박종훈에 대한 재구성은 당신의 몫이다.
#1 Cellist Huh Yun Jung Talks...
박종훈 씨와는 예원학교 선후배 사이인데, 사실 저보다 먼저 졸업하셨기 때문에 직접 알고 지내진 못했어요. 그러나 예술 학교에서 다니는 학생들 중에서도 워낙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이름은 잘 알고 있었죠. 한번은 서울시향의 공연이 있었는데, 협연 학생중 한 사람이 박종훈 씨였어요. 그때 박종훈 씨가 빨간 벨벳 재킷을 입고 나와 연주를 하셨는데 당시 학생 연주자로서는 파격적인 의상이었죠. 아직까지 기억에 선명하게 남을 정도에요. 뉴욕에서 공부할때 가끔 거리에서 마주치곤 했는데, 그때도 카리스마 강한 개성 있는 음악도의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였죠.
박종훈씨의 이번 앨범은 다른 앨범보다도 특별한 느낌이에요.
지금까지 선보였던 박종훈표 음악의 결정판이랄까요? 절제되면서도 매끄럽게 흐르는 감성적 라인이 아주 로맨틱해요. 개인적으로 즐겨 듣게 되는 곡들이 많아요. 처음으로 직접 노래를 하기도 하셧죠. 처음에는 기대 반 의아함 반이었는데, 편안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목소리가 기대 이상이었어요. 4일 무대 위에서도 멋지게 노래를 부르셨는데, 정장 박종훈 씨는 만족스럽지 못한지 공연이 끝나고 진지하게 앞으로 노래 연습 많이 해야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박종훈 씨의 공연은 항상 따뜻해요. 무대에 서면 연주자의 카리스마가 관중에게 거리감을 줄 수도 있는데, 박종훈 씨는 관객들을 편안하게 해줘요. 적당한 카리스마, 적당한 유머, 적당한 진솔함...무대에서 말을 더 길게, 많이 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평소에도 비슷한 모습이에요. 이따금 사람을 당혹하게 하는 짓궂은 질문이나 유머까지도. 그리고 지난 공연 때도 느낀 건데, 박종훈 씨가 무대에 서 있기만 해도 팬들까지 로맨틱해지는 것 같아요. 얼마나 여성 분들한테 인기가 좋으신지...공연 끝나고 사인받으려고 기다리는 긴 줄 보셨죠?
얼마 전 발매된 제 첫 크로스 오버 음반 <Cello Blossom>의 프로듀싱을 박종훈 씨가 하셨어요. 프로듀싱뿐 아니라 연주, 작곡, 편곡 등 1인 4역을 도밭아서 정말 고생 많이 하셨죠. 같은 클래식 연주자로서 그 비범한 아이디어와 감각, 큰 스케일에 놀랐고요, 진행 스피드가 상당히 빠르면서도 큰 그림을 그려내는 데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순발력 또한 뛰어나서 하나의 아이디어가 잘 진행되지 않으면 바로 대안을 내놓아 의도한 바를 이루어 내셔요.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은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2 Answer from Chong Park in Japan
Q)콘서트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음악을 직접 팬들에게 전한 느낌이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등을 포함해 공연에 대한 감흥이 궁금합니다.
A)혼자 하는 음악에 그치지 않고 여러 사람과 이를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어느 공연이든 끝나고 나면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요.
Q)매 앨범마다 변화를 꾀하시는데 이번 앨범 <La Seduzione>를 만들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A)이제까지 제가 추구해온 음악의 발전된 모습이라 할 수 있는데, 얼핏 듣기엔 재즈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클래식적인 요소를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멜로디만 놓고 보면 팝적이거나 뉴에이지적인 면도 많이 있죠. 하나 빠진 게 있다면 일렉트로닉 사운드인데 머지않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Q)이처럼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음악을 선보이시지만, 로맨틱한 감성과 '사랑'이란 테마에 대한 관심을 일치하는 느낌입니다. 실제로 본인이 '로맨티스트'라고 생각하시나요?
A)이건 농담 반 진담 반인데, 솔직히 그 부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 같아요. 로맨틱하지 않은 인생은 참기름 없는 비빔밥 아닌가요? 사실 저의 로맨틱한 진수를 아는 사람은 몇 명 없답니다. 음악으로 표현할 때도 오히려 좀 자제하는 편입니다.
Q)공연에서 콘서트 중간 중간에 더하시는 위트 있는 코멘트가 인상적이었는데, 공연 전 꼼꼼하게 준비해둔 것인지 즉흥적으로 생각해내시는 건지 궁금하더군요.
A)요즘은 멘트를 미리 준비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처음 뉴에이지 공연을 할 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잠이 안 올 정도였는데,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무대에서 청중들의 느낌과 반응을 이해하고 같이 호흡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공연 전에 꼭 생각하는 것은 연주곡들에 따른 공연의 흐름입니다. 기승전결 내지는 공연의 변화 있는 전개를 항상 염두에 두죠.
Q)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음악 활동을 하고 계신 걸로 압니다. 이탈리아에서의 삶이 음악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던가요.
A)이탈리아에서는 클래식 연주만 하고 있지만 사실 크로스 오버 음악 작곡에 많은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현대적인 도시에서 벗어나 고풍스럽고 낭만적인 피렌체에 있을 때, 얘술적으로 감각적으로 많이 충전되는 느낌입니다.
Q)만약 음악을 안 했더라면 무얼 했을까, 상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먼 훗날 '박종훈'이란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요리사, 사진작가, 컴퓨터나 오디오 엔지니어 등...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다 적을 수가 없어요. 다시 태어난다면 분명히 다른 일을 할 겁니다. 그리고 훗날의 수식어는 'The Pianist' 로 만족합니다.
기사: Korea Tatler 12월호
편집/김아름
사진/이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