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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킹스 스피치’는 말더듬이 왕 조지6세와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의 감동 실화다. 우리 시대의 최고의 스피치 왕은 누가 있을까? 유형별로 정리했다.
아트 스피치 김미경 대표에게 이들이 이토록 말을 잘하게 된 비결과 특별한 스피치 노하우도 알아봤다.
1 김제동
유머형 스피치
김제동은 수많은 청중 앞에서 자유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토크 콘서트를 성황리에 열 정도로 말 잘하는
연예인이다. 그는 콘텐츠 지향적인 스피치를 하는 사람이다. 평소 책을 많이 읽기로 소문난 그답게,
어떤 장소에서 어떤 주제를 가져다놓아도 다양한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소유하고 있다.
즉 집을 짓기 위한 좋은 재료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유재석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그는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그는 경청의 힘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이 앞에 있어도 그는 상대의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준다. 그 사람이 말주변이 있든 없든, 개인적인 친분이 있든 없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말에 각종 리액션을 섞어가며 말하는 사람이 자신감이 생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반응해준다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한다. 리액션 스피치를 잘하는
사람이 리더가 된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반면 강호동은 원초적인 리액션이다. 그는 큰 목소리와 과장된 몸짓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듯하지만 알고 보면
그는 늘 낮은 자리에서 상대방을 대한다. 듣는 사람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
그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다. 강해 보이는 사람의 의외의 모습에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더 많이 열게 된다.
2 박칼린
리더십형 스피치
작년 KBS2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을 이끌던 지휘자, 칼린쌤 박칼린의 말은 열정이다.
그녀가 다양한 연령과 직종의 합창단원을 진두지휘하며 환상의 하모니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카리스마를 느꼈다. 그녀에게는 모두가 자신의 말을 따르게
할 수 있는 흡입력이 있었다. 그러한 카리스마와 집중력 넘치는 스피치 스타일은 단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리더십형 스피치라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듯 강하고 부드럽게, 리듬을 타면서 말을 한다. 어떤 때는 엄한 선생님으로,
어떤 때는 세상 누구보다 다정한 엄마로 변신하면서 능수능란하게 사람들을 움직인다.
다소 강하게 말을 하더라도 나이가 많은 사람들조차 그녀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가 카리스마 있는 말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는 말을 할 때 애정과 땀을 함께 보낸다.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손이나 눈빛, 표정 등 온몸으로 이야기하는 순간이 더 많다는 말이다.
박칼린은 ‘가자!’·‘눈빛!’·‘집중!’ 등과 같이 짧아도 강한 여운을 남기는 말을 주로 쓴다. 이 말을 듣는
사람에게 설득력이 있었던 것은 그녀가 단순히 말을 잘하기 때문에 아니라,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탄탄한 실력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박칼린식 스피치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의 귀감이 되고 있다.
3 안철수
학자형 스피치
요즘 각광받는 스피치의 달인은 알고 있는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특징이 있다.
여기서 개발도상국 스피치와 지식사회의 스피치는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짚어볼 수 있다.
지식사회의 좋은 스피치는 아는 것을 전달해서 청중이 그것을 100%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학자형, 전문가형 스피치는 말을 짧게 할수록 고수다. 장황하지 않게, 짧게 말할수록 좋은 스피치다.
지식사회에서 말 잘하는 사람의 조건은 달변이 아니라는 말이다.
학자형 스피치의 대표주자 안철수 교수는 전문 강사처럼 말을 잘하지는 못한다.
사투리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단어 선택이나 말의 구성을 매끄럽게 하지도 못한다.
마음이 느긋하고 여유로워서 말도 조곤조곤 하는 편이다. 질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답을 하기보다는 한참 생각한 후 짧게 대답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하지 못한 독특한 경험과 그 속에서 얻은 삶의 지혜가 말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이 가진 새로운 지식을 듣고 싶어 하기에 그의 말은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4 김태원
독설형 스피치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서 훌륭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김태원은
각종 예능을 오가며 4차원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가 의외의 달변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먼저, 그에겐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잘못을 부드럽게 지적해서 넘기는 기술이 있다.
그 기술이라는 것은 그냥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멘토 역할을 하면서 멘티들의 고쳐야 할 부분을 지적할 때도 반감을 사는 것이 아니라
뒤 돌아서 스스로 반성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말과 사람이 하나라고 본다면
그는 최고의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경험에서 오는 통찰이
잘 어우러져야 좋은 독설이 나온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는 최고의 독설가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방시혁은 다소 본인의 생각을 강하게 말하는 편이다. 상대방을 긴장하게 만드는 기술이
그에겐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소신은 그가 작곡가로서
최고의 전문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좋은 독설을 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역량이나 풍부한 경험이 철저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킹스 스피치’ 조지6세의 스피치 점수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보다 문제는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말하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들도 편치 않은 마음을 갖게 된다.
그의 스피치 점수는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그가 인생을 걸고 스피치에 목숨을 걸었던 것은 그가 왕이어서가 아니다.
그가 평민이었을지라도 문제는 같다. 말을 한다는 것은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만 말을 잘하는 스킬을 익히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조지6세가 끝내 연설을 잘하게 된 것은 스피치 기술이 늘어서가 아니라
대중과 마음을 소통하는 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말 잘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시대!
김미경 대표의 스피치 킹 되는 법칙
비단 영화 ‘킹스 스피치’ 열풍이 없었더라도 우리가 말이 중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말을 잘할수록,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수록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나는 원래 말주변이 없다고 말하기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노력만 하면 누구나 말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1 말 잘하는 사람이 리더가 된다
영화 ‘킹스 스피치’ 개봉 이전, 미국 대통령으로 오바마가 당선된 이후
서점가에서 한동안 스피치와 관련된 책이 봇물을 이뤘었다.
그의 스피치가 얼마나 진실했고, 당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목조목 분석한 책들이다.
그의 연설은 스피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바마는 스피치 기술도 좋았지만, 그에겐 스피치 멘토가 여러 명 있었다.
오바마는 어린 시절 하와이의 푸나호우 학교에 다닐 때 아버지를 처음 만났다.
두 살 때 헤어져 얼굴조차 몰랐던 아버지였다.
처음 만난 아버지는 상상 속의 아프리카 추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키가 크고 마른데다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렸다.
오바마는 반가움보다 낯섦과 서먹서먹함부터 느꼈다.
아이들 앞에 선 아버지는 힘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어른으로 인정받는 루오 족의 관습, 자유를 위해 끝까지 영국과 싸웠던
케냐의 역사에 대해서도 들려주었다. 강연 후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한때 정치인이었던 아버지는 스피치의 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의 스피치 멘토였다.
오바마의 사례에서 보듯, 말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가까운 곳에 멘토를 두어야 한다.
부모가 존경하고 따를 만한 스피치 멘토가 된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스피치 파트너라도 되어줘야 한다.
대한민국 스피치 대표인 김미경 원장에게도 스피치 파트너가 둘 있었다. 바로 부모님이다.
2 콘텐츠에 맞는 눈빛과 표정을 지어라
표정 없이 말하면 콘텐츠 전달이 제대로 안 된다. ‘말만 잘하면 그만이지’,
‘내 표정에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말보다 표정에 더 신경을 쓴다.
기쁜 이야기를 할 때라도 정말 기쁜지 슬픈지를 표정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내용에 맞게 표정이 따라주지 않으면 말이 청중의 귀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아무리 말솜씨가 뛰어난 사람이라도 청중과 소통을 잘 하려면 자신의 표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에 맞는 눈빛과 표정을 수시로 보내며 이야기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3 친구와 밤새 수다 떨듯 자연스럽게 말하라
재료 선택까지 잘했으면 다음에는 집을 잘 지어야 한다. 어떤 말을 할 것인지 철저하게 구상했다면
다음엔 그것을 어떻게 잘 전달할 지 고민해야 한다.
표준어를 쓰고, 좋은 발음을 구사하는 것이 말을 잘하는 요건은 아니다.
전하고자 하는 말을 상대방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벽에 부딪히고,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써서 대신한다.
말로 전달해야 할 것을 원고에 얼굴을 파묻고 중얼중얼 읽는 모습은 초등학교 국어 시간을 연상케 한다.
그런 스피치에 소통, 설득, 공감이 있을 리 없다.
스피치할 때 중요한 요소는 말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능력이다.
공식적인 회의에서도 주눅 들지 말고 친구랑 밤새 수다 떨듯이 할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4 스스럼없이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라
우리의 환경은 말하거나 토론하는 문화가 아니다. 예전에는 집 안에서 아이들이 말을 하면 말대답으로 간주됐다.
부모가 야단칠 때는 말없이 듣고 있어야만 했다. 밥상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는 엉뚱한 질문을 하면 어김없이 혼이 났다. 선생님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건 건방진 행동이었다.
토론이라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회에 나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말을 못하면 바보 취급을 당한다. 이른바 ‘말 값이 몸값’이다.
해외 바이어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예산을 따기 위해 상사를 설득할 때도, 팀별 토론을 할 때도 스피치가 관건이 돼버렸다.
이제는 어디서든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5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아둬라
좋은 말하기를 할 때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올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필수다.
전문 스피치에는 삶의 경험, 지식, 지혜가 담겨 있다.
전문 스피치는 타인의 삶을 업그레이드해주거나 최소한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삶의 경험과 지식, 지혜가 담긴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 말을 뒤집어 말하면 할 말이 없으면 말하지 말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중 앞에 나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불문율이다.
6 말하는 사람이 직접 구상하라
같이 떠난 사람들까지 헤매게 한다. 스스로 설득되지 않는 말로는 결코 남을 설득할 수 없는 법이다.
연설을 잘한다고 알려진 故 김대중 대통령은 평생 스피치 원고를 직접 쓰고 다듬었다고 한다.
야당의원 시절은 물론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비서가 쓴 원고를 그대로 읽는 법이 없었다.
거울을 보며 연습하다가 매끄럽지 않거나 설득력이 약한 부분은 직접 고쳤다.
그 정도로 스피치 원고에 많은 공을 들였다. 리더는 아무리 바빠도 직접 스피치 원고를 써야 한다.
글쓰기에서 빵점을 받은 사람이라도 사회적인 책임을 지게 되면 다시 공부해야 한다.
내가 직접 쓴 원고와 남이 써준 원고는 파급 효과와 진실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7 진실한 콘텐츠로 구성하라
말을 하는 것은 집을 짓는 것이다. 집을 지을 때 설계도를 가장 먼저 그리듯이
어떤 자리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큰 틀을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할 말은 많은데 연단에만 서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입이 얼어붙는 식의 경험을 하는 이유는
스피치 설계도를 전혀 그리지 않아서다. 스피치는 집을 짓는 것과 똑같다.
설계하지 않으면 할 말을 못하고 청중도 들을 말을 못 듣는다.
결국 서로가 피해를 보는 스피치가 된다.
말의 본질은 번지르르함에 있지 않다.
자신의 마음을 전해 남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소통의 기본이다.
그러려면 진실한 콘텐츠의 힘이 필요하다.
말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말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진지하게 다가가는 순간
이미 말을 잘할 준비를 갖춘 셈이다. 임언영 기자ㅣ사진 조선일보 DB / 입력 : 2011.05.18 0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