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을 보라
내가 운영하고 있는 종착역은 옥천 구읍 작은 카페이다
사방이 확 트인 한적한 곳에서 하늘을 늘 바라볼수 있고 바람 소리와 빗소리를 들을수 있는 곳이기에 행복을 느낄수 있다
틈 날때마다 창밖을 보면 드넓은 평야 지대가 전부 내 것인양 적지 않은 기쁨이다
아침에 대전서 옥천으로 오는길은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와 있다 산 중턱 양지 바른 곳에는 벌써부터 풀들이 파릇 파릇 나기 시작 했다
언 땅에 몸을 박고 그 추운 겨울을 견뎌온 생명력을 보면서 새봄 새날 새 아침이 왔음을 비로소 실감케 했다 춘래불사춘 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봄이 왔지만 봄같지 않다는 뜻이다
회창한 날이 계속 되다가 한차례 함박눈이 쏟아지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말인거 같다 기다리는 봄은 왔건만 기온은 시도 때도 없이 혹한의 추위속으로 곤두박질 친다 갑자기 찾아온 꽃샘 추위에 몸은 오그라 들지만 설레는 마음은 벌써 봄의 한 복판을 지나고 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백설희가 처음으로 불렀고 장사익등 한시대를 풍미한 가수들이 부른 불멸의 명곡 봄날은 간다 가 입속에서 절로 나온다
조금 추우면 춥다고 난리치고 더우면 덥다고 호들갑 떠는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봄을 맞는 자연의 모습은 의연하기만 하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가지위에는 초록색 새순이 돋아나고 어느덧 줄기 끝에는 새하얀 꽃망울이 맺혔다 앙상한 가지와 줄기에서 새근새근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린다 찬란한 봄을 예고 하는 전주곡들이다 이제 바야흐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이곳 옥천은 꽃의 축제가 시작 될 것이다 마당에는 숨 죽여 기다렸던 산수유를 시작으로 개나리 진달래 목련 철쭉 벚꽃이 찬란할 것이고 옻순 축제를 시작으로 지용제가 각지 문학인들을 부를 것이다 그리고 감자 옥수수 축제가 전국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 잡고
이마에 땀이 흐르는 여름이 시작되면 모란 접시꽃 백일홍 봉숭아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것이다 귀두라미 소리가 유난히 청아해지면 맨드라미 해바라기 과꽃 국화 코스모스의 향연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얼마전 여행길에 활작핀 목련을 보고 봄만 되면 염치 없이 너무 많은 꽃을 피우는 목련이 보기 싫었지만 저마다 어찌 알고 순서대로 자태를 뽐내는 꽃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절기에 맞춰 피는 꽃들에 대한 탄성은 자연에 대한 경건함으로 바뀐다 때를 알고 맟춰 꽃망울을 터트리는 꽃의 모습을 보면서 한갓 꽃 한송이가 사람보다 낫다고 수없이 감탄하곤 했다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벗꽃은 벚꽃대로 국화는 국화대로 제 자리를 숨죽여 지키고 있다가 제 순서대로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나서야 할 때 나서지 못하고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게 될텐데 손에쥔 것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다 그래서 자연에서 배우고 닮아야 된다 아직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지만 앞으로 좋은일만 있었으면 한다 삶이 힘들어 신음조차 나오지 않을 때 수줍게 핀 작은 꽃을 찾아 조용히 바라보는 것이 세상을 살아갈수 있는 힘을 얻는 지혜가 아닐까 한다 꽃을 보는 순간 마음속에 쌓였던 근심과 분노가 잦아 들고 소박한 기쁨이 가슴을 때린다 그것이 자연이 주는 작은 행복이다 앞으로 한달후면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다 누가 되든 태풍이 불어와도 쓰러지지 않는 풀잎처럼 몸을 굽히고 삶의 자세를 겸손의 자세로 바꿨으면 바램이다 자신을 낮추지 못하고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군민들 앞에 군림하는 자세로 서 있던 정치인들은 결국 부정과 부패의 태풍앞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다 스스로 자신을 이 시대 지도자라고 여기는 이들도 군민 앞에 육체의 고개는 숙이지만 마음의 고개는 숙이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의 선택이라는 태풍이 불어오면 자신을 굽히지 않고 태풍에 맞서 쓰러지고 만다 언제 어디서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다 그러면 서 있는 자리마다 향기로운 꽃이 피어 나리라 나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불행해진다 진달래는 진달래 답게 피면 되는 것이고 민들레는 민들레 답게 피면 된다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진다 이런도리를 꽃들을 보면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