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한국의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로 돌아서는 첫해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17년에는 특히 30~40대 주력 생산인구가 1% 이상 줄어들면서, 생산과 소비 활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적인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부채는 사상 최악으로 많아졌으며, 각종 물가지수는 연일 오른다는 소식에 서민경제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나라 전체가 혼란스러워 각종 불확실성에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도 높다.
/조선일보 DB, 블룸버그, AFP 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1월 28일 '세계 경제 전망(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내고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지난 6월 전망치(3.0%)보다 0.4%포인트 낮은 2.6%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11월 전망치(3.6%)보다는 1.0%포인트 낮춘 것이다. OECD는 "2017년은 정부의 지출 증가세 둔화 등으로 2.6% 성장이 예상된다"며 "글로벌 교역 회복 지연 가능성 및 최근 휴대폰 산업 관련 문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구조조정·청탁금지법 영향 등이 하방 요인"이라고 성장률을 낮춘 이유를 설명했다.
녹록지 않았던 2016년에 이어, 2017년 역시 비관적인 전망이 두드러져 보인다. 미국 대선 이후 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과 유럽경제의 불안정성 지속, 일본의 환율정책, 중국의 부동산 및 부채문제의 버블 붕괴 가능성 등 대외적인 위기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내적으로도 여러 악재가 겹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나라 전체가 혼란스럽다. 2016년을 정리하며 새해는 좀더 발전된 사회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정리한 우리 사회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소비 트렌드 키워드'를 모았다.
2017년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충동구매가 아닌, 삶을 바꾸는 경험
'미리미리' 대신 '그때그때'
저성장 시대의 '카르페 디엠'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라는 문장을
줄인 약자로, '한 번뿐인 인생'이란 뜻
오늘보다 나은 내일, 행복한 내일을 기대하며 장밋빛 미래를 고대하던 시기는 지났다. 디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고 '욜로'라는 신조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삶의 태도라면, 욜로는 소비적 라이프스타일의 구체적인 실천이다. 자기 지향적이고 현재 지향적인 욜로 소비 스타일을 따라, 미리미리 계획하는 대신 그때그때 혜택을 부여하는 타임커머스 산업,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성장하고 있다.
2017년 욜로는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나 "사고 싶은 물건 지금 사세요"와 같은 단순히 충동적인 의미가 아니라 후회없이 즐기고 사랑하고 배우라는 삶의 철학이자 본인의 이상향을 향한 실천을 중시하는 트렌드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미래를 향한 기대를 접은 현대인들이 부르짖는 절망의 외침인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희망의 주문이기도 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바마케어'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영상에서 오바마가 코믹한 표정으로 'Yolo Man'을 외친다. /영상 캡처, tvN 여행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서 아프리카 여행중에 류준열 일행이 사막에서 만난 여성이 'Yolo!'를 외친다. /방송 캡처, 한국인 최초로 '클리퍼 세계일주 요트대회'에 출전하고 돌아온 김한울씨 /오종찬 기자, 여행중인 백패커 /월간산, 677일간 마을버스로 7만km 세계 일주한 임택 여행작가 /임택 제공
* 카르페 디엠(Carpe Diem):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 우리말로는 '현재를 잡아라(영어로는 Seize the day 또는 Pluck the day)'로 번역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자주 이 말을 외치면서 더욱 유명해진 용어로, 영화에서는 전통과 규율에 도전하는 청소년들의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말로 쓰였다.
* 타임커머스(Time Commerce):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을 시간이 임박할수록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마트 마감 직전에 진행되는 마감세일과 비슷한 마케팅 기법으로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 앱을 통해 마감 임박 제품을 알뜰하게 소비하는 새로운 소비패턴이 생겨났다. IT 기술의 발달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손쉽게 이어주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타임커머스 앱이 시장을 키우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평범함에 가치 입혀 업그레이드
'가성비 시대' 합리적 제품력에 초점
과시 위한 소비는 THE END
'B+'는 평범한 대중제품(B등급)에 가치(프리미엄)을
추가해 B+등급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
가격 대비 성능이 구매의 핵심 고려요인이 된 '가성비'의 시대지만, 무조건 낮은 가격이 통하지는 않는다. 가성비를 높이는 방법에는 분모인 가격을 낮추는 방법과 분자인 성능을 높이는 방법이 있는데, 현대의 소비자는 가성비의 핵심을 저가격이 아니라 높은 가치로 인식하는 경향성을 갖는다. 그래서 가성비의 시대에 역설적이지만 프리미엄의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다.
기업 역시 공급과잉의 치열한 경쟁 구도 아래서 단순히 가격을 낮춰 가성비를 확보하기보다는, 좀 더 프리미엄 한 가치를 제공하고 제 가격을 받는 방향으로 가성비를 추구하고자 한다. '럭셔리'가 차별화된 고가의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의 지위나 취향을 과시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면, '프리미엄'은 가성비를 추구하면서도 어떻게 프리미엄 한 가치를 고객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럭셔리가 브랜드의 역사성과 희소성에 근거한다면 'B+ 프리미엄'은 기존의 대중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입혀 업그레이드할 것을 요구한다. 이제 대중 제품도 자신만의 차별화된 가치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CU 진짜야카레밥 /CU 제공, 명가소갈비도시락 /GS25 제공, 비비고 왕교자 /CJ제일제당 제공, 세븐일레븐 장어덮밥 /세븐일레븐 제공, 삼진어묵 특별기획세트 /삼진어묵 공식 홈페이지, 포항 CJ푸드월드 삼호어묵 가게 /CJ크리에이티브 저널, 셰이크쉑버거 매장 앞에 줄 선 사람들 /조선일보 DB
* 프리미엄(Premium): 원래 가격보다 할증된 부분. 제조업과 같은 시장에서는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좀 더 비싼 고급 제품'이란 의미로 기존 상품에 할증된 가치를 부여한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할증된 가치'라는 프리미엄의 본래적 의미가 무색하게 프리미엄은 값비싼 제품이라는 공식만 기억되어, 종종 프레스티지(Prestige), 하이엔드(High-end), 플래티넘(Platinum)과 같은 단어와 혼용되기도 하고, 사치품을 일컫는 럭셔리(Luxury, 명품과 사치품을 포괄하는 개념)와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자라…
무기력 학습, 저성장 시기에 어른
연애도 소비도 실속을 넘어 '페이크'
위험한 모험 NO, 소박한 안정 OK
'스펙'은 갖췄지만, 순위대로 자리가 주어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선택(Pick-me)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고단한 세대
'픽미세대'는 어떤 세대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대한민국 20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유년기부터 모바일을 통해 세상에 로그인한 이들은 아날로그 세대인 기성세대와 확연한 차별성을 갖는다.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크지만 나름대로의 생존 방식을 선택하고 편집하며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다.
부모의 심리적 지지와 전폭적인 경제적 지원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성인이 된 이후, 저성장기라는 어둠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는 세대다. 이들은 부족한 주머니 사정을 보완하기 위해 아끼고 빌리거나 때로는 가상으로 실속 소비를 하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즐겁게 보내자는 현실지향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을 미루면서 안정지향적인 삶을 추구하는가 하면, 사회가 정해 놓은 시스템을 벗어나 인간적인 삶을 실천하는 용기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소비 패러다임을 바꾸는 동시에, 사회 변화의 중심 세력으로의 가능성을 지녔다.
(왼쪽) 가수 지망생 101명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TV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Mnet 제공, (가운데) 노량진의 한 학원 풍경 /조선일보 DB, (오른쪽) 디지털 네이티브로 자란 세대 /그래픽=김성규 기자
*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2011년, 작가이자 교육학 권위자인 마크 프렌스키(Marc Prensky)가 이 세대를 가리켜 처음 쓴 말.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살아온 세대로, 디지털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세대를 뜻한다.
* 페이크슈머(Fakesumer): 가치있는 가짜를 소비하는 것으로, 진짜 대신 대체할 수 있는 것을 구매함으로써 만족을 느끼는 '페이크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 '페이크 소비'는 저렴한 가격에 적절한 품질을 뜻하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심리와 겹치는 속성이 있다.
'조용하다'는 의미의 캄(Calm)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일상 생활환경에 센서와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를 보이지 않게 내장 ·활용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
캄테크는 평소에는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필요할 때 나타나 혜택을 주고 사용자에게 최소한의 주의와 관심만을 필요로 한다. 과거 단편적인 혜택을 주던 캄테크는 점차 맥락적인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기술을 넘어 소리 없이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여 사용자에게 적절한 맞춤 혜택을 주는 일련의 '과정'이 캄테크다. 캄테크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과 사람 사이 상호작용으로 발전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캄테크는 기술의 본질이 '인간 삶의 질 향상'에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일례로, 기술 간 결합을 통해 유기적인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캄테크가 적극적으로 접목을 시도하고 있는 곳은 바로 집 안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업계 최초로 스마트홈 서비스가 가능한 냉장고 '패밀리 허브'를 출시했다. 24시간 전원이 들어와 있는 가전이라는 특수성에 착안해 냉장고에 스마트홈의 허브 역할을 맡긴 것이다. 패밀리 허브 내부 카메라를 통해 음식물의 보관 상태와 유통기한 정보를 언제든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필요한 식재료를 바로 주문할 수도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마트홈 서비스 냉장고 '패밀리 허브', 스마트폰으로 냉장고 속을 확인하고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는 '패밀리 허브' /삼성전자 공식 블로그, 스마트폰으로 작동하는 가스차단 기능 /조선일보 DB, 차로를 달리는 것만으로 전기차의 충전이 이루어지는 무선충전차로의 개념도.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이 에너지 생산도로는 도로 위에 캄테크가 접목된 사례다 /Highways England, 나의 일상을 30초 단위로 기록하는 초소형 웨어러블 카메라 '내러티브 클립 2', 자신이 굳이 손대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서 일상을 기록해주는 무자각 캄테크 기기로 주목받고 있다. /getnarrative.com, 스마트신발 /솔티드벤처 제공
* 딥 러닝(Deep Learning): 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인공 신경망(ANN·artificial neural network)을 기반으로 한 기계 학습 기술을 말한다. 딥 러닝은 인간의 두뇌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한 뒤 사물을 구분하는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해 컴퓨터가 사물을 분별하도록 기계를 학습시킨다. 딥 러닝 기술을 적용하면 사람이 모든 판단 기준을 정해주지 않아도 컴퓨터가 스스로 인지·추론·판단할 수 있게 된다.
* 엠비언트 인텔리전스(Ambient Intelligence):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때에 즉각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주는 네트워크다. 이 환경에서는 모든 사물의 상태 정보 등이 실시간으로 서로 공유되며, 모든 장소와 사물들이 센서를 내장하고 있어 사람과 유사하게 스스로 의사결정과 같은 지능적인 활동을 한다.
공급 과잉의 시대,
결국 '대면 서비스'가 답
빅데이터, 인공지능, O2O, 생체인식, 가상현실 등을 활용한 첨단 마케팅의 시대에 가장 원초적인 인적 '영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구매채널이 다양해 지고 상품정보가 손 안에서 넘쳐나게 됐지만, 불황은 계속되고 유통채널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진다. 소비자의 지갑 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시점에서 '진실의 순간'은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통적인 영업방식을 그대로 유지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정과 막무가내식 설득에 호소하는 주먹구구식 관계의 영업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접점·채널의 과학적 분석을 통한 '영업의 과학화'가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생태계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제품과 고객 사이 '중간 역할'을 하던 영업의 역할이 종말을 고할 것으로 예측했다. 구매자의 정보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과거 정보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했던 영업인들의 협상력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모바일로 기업을 직접 대면하지 않는 현대 소비자의 구매특성을 고려할 때, 기업이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곧 영업으로 수렴하고 있다. '고도화된 영업'만이 가격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며 수많은 정보로 무장한 한국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다.
(왼쪽부터) 대면 영업을 통해서만 제공되는 맞춤형 솔루션 전략의 한 예인 이브자리의 수면체험매장 '슬립앤슬립' /헬스조선,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의 로켓배송을 책임지는 '쿠팡맨'은 단순한 택배 배달업자가 아니다. 당일배송이라는 신뢰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영업맨이다. /조선일보 DB, '근처에 있는 야쿠르트 아줌마 찾기' 기능이 있는 한국야쿠르트 앱(App)은 영업과 과학기술이 합쳐져 스마트 영업으로 발전한 예다. /한국야쿠르트 애플리케이션 캡쳐
'관계 맺음'에 '권태로움' 느끼고
나만의 행복이 최우선
혼자가 제일 편해
'1인'과 '이코노미(Economy)' 단어의 조합. '자발적인 고립'을 통해 무엇이든 '혼자 하기'를 선호하는 이들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잇달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새로운 시장 현상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 부단히 노력해온 현대인들이 이제는 당당히 타인과의 관계를 최소화하고 나 자신의 행복과 안위를 추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는 침체된 시장의 새로운 활로로 부상한 이런 현상을 '1코노미'라고 명명하고, 그 안에서 자발적으로 혼자인 삶을 즐기는 사람들을 '얼로너(Aloner)'라고 부른다. 얼로너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취미나 여가생활 등 자신이 원하는 가치에 과감히 지갑을 열며 파워 컨슈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코노미의 확산은 비단 1인 가구에만 해당하는 트렌드가 아니다. 가족 공동문화의 산실이었던 거실이 공동화하고, 캥거루족·비혼족·딩펫족이 등장하는 등, 공동체 문화를 대체하는 개인주의 시대의 문을 열며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소비 패턴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1코노미 트렌드에서 주목하는 얼로너들은 한 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혼자 밥을 먹고 있지만, 다른 한 손으로는 쉴 새 없이 스마트폰을 터치하며 SNS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서로의 필요와 목적을 위해서만 모이며, 각자의 신상에 단단히 '철벽'을 치고 '느슨한 모임'을 선호하는 얼로너들은 철저히 혼자만을 위하면서도, 때로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SBS뉴스 캡처, 드라마 '혼술남녀' 방송캡처,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조선일보 DB
* 관태기: 타인과의 '관계 맺음'에 '권태로움'을 느낀다는 의미, SNS상에 자주 등장하는 신조어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쾌적한 환경에서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정적인 취미생활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 낮선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기
신(新)라이프스타일
'소유가 전부가 아니다'
물질을 버리고 정신을 산다
'Bye-Buy Sensation'
새로 사기 위해, 그리고 새로 살기 위해 버리는 삶을 실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역설적 현상
정리하고 버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정리에 관한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SNS에서는 버리기 인증 경쟁이 벌어진다. 그렇다고 이렇게 비워내는 행동을 더 이상 물질로 영위하지 않겠다는 무소유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 버리는 행위가 오히려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는 최적의 구실을 만들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장기 불황과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후, '사토리족'의 버리는 삶이 신(新)라이프스타일로 큰 인기를 얻었고, 이는 곧 한국에도 전해져왔다. 특히 '소유'보다는 '향유 ·공유' 경제에 익숙하고, 가난과 결핍을 겪어본 적이 없지만 유례없는 저성장기를 살아야 하는 한국의 젊은 유목민적 물질주의자들이 이 '버리는 삶'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들의 버리는 삶은 사실 다시 무언가를 사기 위한 구매의 합리화 현상이자,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자기 집에 비치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나 대여를 통해 그때그때 꺼내쓰는 '삶의 클라우드' 현상이다. 버리는 삶을 새로운 가치관으로 받아들이는 일부 진정한 미니멀리스트들은 최소한의 물질적인 풍요만 충족하며, 정신과 경험에 투자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기도 한다.
/조선일보 DB
* 사토리(さとり · 깨달음, 득도) 세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태어난 이들로 일본의 장기 불황 시대와 함께 자라면서, 욕망 혹은 욕구가 부질없음을 깨달아 돈벌이나 출세는 물론 소비에도 관심이 없는 세대를 일컫는 말.
* 삶의 클라우드화 현상: 정보를 개개인의 로컬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 서버에 저장해두고 어디서든 접속해 불러낼 수 있게 한 것을 클라우드(Cloud) 서비스라고 한다. 이제는 정보뿐만 아니라 필요한 사물 역시 개개인의 집에 비치해 두고 쓰는 것이 아니라, 공유나 대여를 통해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꺼내쓰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이를 '삶의 클라우드화' 현상이라고 한다.
소비자의 수요를 실시간으로 즉각 반영해, 제품과 서비스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제공하는 양면시장의 플랫폼 경제 시대 개막
공급자가 생산하면 소비자가 그중에 골라 구매하던 기존의 시장방식이 의미있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 소비자가 시장권력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작더라도 수요가 존재하면 그것을 맞춰내는 수요중심의 경제가 가능해졌다. 모바일 온디맨드 서비스는 공유경제의 메커니즘과 O2O솔루션과 결합하면서, 다양한 취향의 세분화된 소비자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능동적인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맞추기 위해 첨단 플랫폼을 발판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가정·생활·식품·교통·여행·숙박·헬스·뷰티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도전장을 내고 있다. 이러한 모바일 온디맨드 경제는 신속함과 편리함의 가치를 높이며, 제품과 서비스의 전달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동시에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넘나든다. 이러한 경제체제는 궁극적으로 4차 혁명과 더불어 일대일 맞춤형 시장 메커니즘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단기 노동자와 프리랜서의 증가로 고용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왼쪽부터) 공유경제형 온디맨드 서비스인 '저스트파크' '쏘카' - 목적지 부근의 주차공간을 검색해 알려주는 서비스인 '저스트파크' 모바일 앱 /저스트파크 홈페이지 캡쳐, 자동자 공유업체 '쏘카' /쏘카 제공, O2O 연결형 온디맨드 서비스 - 중국의 음식 배달 서비스 1위 업체 '어러머(Ele.me·饿了么)' /어러머 제공
* 양면시장: 서로 다른 두 타입의 이용자 집단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는 양방향 시장을 일컫는다. 여기서 플랫폼이란 서로 다른 이용자 그룹이 거래나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제공된 물리적, 가상적 또는 제도적 환경을 말한다.
* 온디맨드(On Demand): 플랫폼의 형성은 시장의 거래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시장에서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기업이 인력을 일방적으로 고용하는 구조였지만, 새로운 플랫폼 경제에서는 시간과 자원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상호 거래를 통해 자원을 공유하는 형태를 가진다. 소비자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결국 공급이 아니라 수요가 제품과 서비스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런 플랫폼 경제에서는 소비자의 수요에 실시간으로 부응하여 고객의 요구에 맞춰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게 되는데 이를 '온디맨드'라고 한다. 온디맨드는 주로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주문형' 상품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소비자의 요구가 있을 때는 언제든지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소유보다 경험 중시' 성숙한 시장
적극적으로 순간을 즐겁게
보내고 싶은 세대
소비시장에서 체험의 경계가 확장되며 경험이 모든 경제활동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포켓몬GO' 게임을 위해 미국인들이 걸어 다닌 총량이 1,440억 걸음으로 집계됐다. 지구와 달 사이를 143회 왕복하는 것과 같은 거리다. 웬만하면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을 이렇게 움직이게 만든 비결은 바로 체험과 재미다. 물건을 파는 것에서 경험을 파는 것으로 시장의 법칙이 바뀐다. 소비시장에서 체험의 경계가 확장되며 경험이 모든 경제활동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여 체험하거나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을 이종의 놀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제 제품이나 서비스만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힘들어졌다. 유통공간은 테마파크로 변신해 소비자의 생활 프로세스를 아우르는 모든 접점에서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작은 오프라인 매장들은 미술관이나 전시관이 되기도 하고 취미생활의 공간을 제공하며 고객들을 불러모은다. 주변의 단서를 모아 추리해 미로 같은 방이나 난파선에서 탈출하는 게임이 인기를 모으고,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기술로 소비자에게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 속속 등장한다. 이러한 체험 경제화 트렌드는 시장이 성숙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이기도 하지만, 재미와 경험을 중시하는 세대가 그 진화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왼쪽부터) 포켓몬GO /블룸버그, 한 고객이 '3D 가상 피팅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디지털 거울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옷을 입어 보지 않고도 옷이 몸에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 김연정 객원기자, 증강현실 스마트폰 '팹2 프로'로 테이블 길이를 측정하고 있다. /전준범 기자
* 피지털 콘텐츠(Phygital Contents): 물질적(Physical) 세계와 디지털(Digital)을 연결한 합성어로, VR 영상을 단순히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활동 요소를 더한 콘텐츠.
믿을 수 없는 국가의 문제해결 능력
사라진 평생직장 개념
1인 가구 급증, 해체되는 가족관계
'각자도생(各自圖生)', 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꾀하다
전에 없던 심각한 자연재해와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은 깊어 가는데, 정부의 문제해결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고, 국민들은 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혼자 모색하고 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개인주의적 생존전략이 사회 전반에 걸쳐 퍼지고 있다. "나는 억울하다"는 승복부재의 감정과 "나는 네가 싫다"는 타자혐오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세계적으로도 전반적인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면서 교류와 상생의 기운이 옅어지고 각자도생의 환율·대외 정책이 대두하는 가운데, 나라 안에서도 이렇다 할 문제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무서운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의 문제해결능력은 믿을 수 없고, 직장은 우리를 보호하지 못하며, 가족의 연대감도 급속히 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회적 좌절과 범죄의 증가는 물론이고, 일본에서 현실화됐던 심각한 소비절벽의 시나리오가 한국에서도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왼쪽) 재난에서 살아남는 법이 소재가 된 TV 프로그램 '둠스데이 프레퍼스' /둠스데이 프레퍼스 캡처, 지진때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던 일본의 지진 대처 안내책자 '도쿄방재' /도쿄도 www.metro.tokyo.jp 제공
* 둠스데이 프레퍼스(Doomsday Preppers): 지구 종말의 날이 다가왔다고 생각하여 철저한 계획을 하고, 개인적인 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생존을 목표로 최후의 날을 대비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자기장 역전, 대지진, 석유 대란, EMP 공격, 초대형 화산, 금융 붕괴, 태양폭발, 핵전쟁, 바이러스, 세계 전역에서 최후의 날이 머지않았다는 어두운 미래에 대한 믿음이 퍼지며,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자기 방어에 전념하는 각계각층의 평범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방영한 동명의 TV 시리즈물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