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스탠포드 대학 병원의 신경외과 의사 폴 칼라니티의 책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책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그는 미국에서 최고의 의사 중 하나로 손꼽히며 여러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 받았습니다.
가히 인생의 절정기라 할 수 있는 때에 뜻밖에도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완치될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때의 심정을 그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한 장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책 전체가 끝나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사람들이 삶의 과도기를 잘 넘기도록 도와주는 목자의 자격을 반납하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양이 되었다.
내 병은 삶을 변화시킨 게 아니라 산산조각 내버렸다.
형형한 빛이 정말로 중요한 것을 비춰주는 에피퍼니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내 앞길에 폭탄을 떨어뜨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할 터였다.”
폴 칼라니티, <숨결이 바람 될 때>, 이종인 옮김, 흐름출판, 2016, 148쪽
산산조각난 느낌, 앞길에 폭탄이 떨어진 것 같은 느낌, 이건 어쩌면 벼랑 끝에 선 느낌일 겁니다.
그도 죽음을 앞둔 이들이 겪는다는 슬픔의 5단계를 다 거칩니다.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이 그것입니다.
처음에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이건 아닐 거야‘라고 부정합니다.
그러다가 자기에게 닥쳐온 현실이 부당하다고 느껴 분노합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이런 저런 길을 모색하며 병과 협상을 시도하다가 결국에는 우울에 빠집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질병 혹은 죽음을 자기 운명으로 받아들입니다.
모두가 동일한 과정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폴 칼라니티는 이 과정을 역순으로 겪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자기의 암 투병기를 담은 책을 쓰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아내 루시는 남편이 남긴 글의 에필로그를 통해
“폴에게 벌어진 일은 비극적이었지만, 폴은 비극이 아니었다”고 말합니다(261쪽).
그는 자기 삶의 스토리를 세상에 남김으로 많은 절망하는 영혼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었습니다.
첫댓글 비극이었지만...비극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