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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한국의 美_가을 마중
ysoo 추천 0 조회 90 16.09.08 13:0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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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염하게 여물어가는 열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뜨거운 여름을 견디고 올가을 첫 수확을 앞둔 정겨운 풍경. 가을걷이가 시작되는 이 계절은 풍요로운 자연의 섭리와 화합의 지혜를 만날 수 있기에 더욱 아름답습니다. 오곡백과가 여무는 계절, 더욱 풍요롭고 건강한 가을 맞으시길 바랍니다.





열매 / 오세영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 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풍요로운 수확의 게절, 가을 마중에 나서다.


산들 불어오는 바람과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이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하고, 드넓은 대지 위로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을 견딘 오곡백과가 알알이 여물어가는 가을입니다.


한 해 첫 수확의 기쁨과 정을 나누게 될 추석을 앞두고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은 과일의 단맛을 더 깊게 하고, 한낮의 뜨거운 햇살은 덜 여문 열매의 속을 꽉 채워줍니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 이제 곧 가을걷이가 시작되겠지요?

<GOLD&WISE>는 가을걷이를 앞두고 씨앗 한 알이, 나무 한 그루가 백배의 빛나는 결실을 맺게 하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과 축복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KB국민은행 고객 여러분, 자연의 풍요와 화합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계절, 더욱 알차고 풍요한 결실을 맺는 9월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에디터 방은주 캘리그래퍼 강병인

포토그래퍼 김재이 어시스턴트 노상욱 촬영장소 예산 증실골사과마을



축제의 기쁨, 나눔




유별난 무더위였다. 늦봄이 다가도록 가뭄이 극성을 부리더니, 며칠 단비로 해갈한 뒤로는 줄곧 폭염이었다. 사람과 동물은 고역을 치러야 했지만 흙에 뿌리내린 식물은 쏟아지는 햇살의 기운을 담뿍 받아 제 살을 찌웠다. 이대로라면 올 가을걷이는 근래에 드문 알찬 수확이 되어 추석 차례상을 풍성하게 할 것이다.


인간이 수렵과 채취로 생명을 유지하던 때는 기다림이 짧았다. 기껏 먹을 수 있는 열매를 찾거나, 본능적으로 예민해진 생명체를 향해 창이나 활을 날릴 타이밍을 기다리는 정도였으니. 기다림이 없거나 짧은 삶은 그만큼 편하기도 하다. 필요하면 몸을 움직여 뭔가를 입에 넣고, 다시 쉬면 되니 말이다. 다만 방향 선택이 잘못되었거나 재해가 닥치면 금세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때 벌써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따위를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 어쨌거나 죽음을 피하고 싶은 것은 뭇 생명체의 본능이니 생명 연장을 위해서는 노동과 기다림이 필요함을 서서히 깨우쳤을 터이다. 그것이 문명의 시작이었고, 농경과 목축으로 이어졌다.


기다림은 시간에 대한 대응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는 여러 일이 일어나고, 기다림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운이 좋으면 쉬엄쉬엄 버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만만찮은 강도의 노동을 요구한다. 때로는 가혹한 배신으로 슬픔과 좌절을 안기기도 한다. 그래서 기다림은 쉽지 않고, 그 결실을 거둘 때는 작은 하나에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품게 되는 것이다.


도회의 삶을 살아온 처지에서 자연의 결실을 진실로 알 리는 없었다. 책에서 읽어 이치로는 알았지만, 아니 아는 척은 했지만 가슴에 닿지 않으니 머릿속에서도 수시로 잊혔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가물거리던 기억이 가슴의 문을 두드렸다. 자식이었다. 가지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기다리며 나름 최선을 다한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점점 초조해지면서였다.


제대로 여문 구석도 있고, 병충해에 입은 흉터도 있고, 아직 다 아물지 않은 상처도 보였다. 내 부족함도 있겠지만 어찌 노력한 만큼의 결과란 없는 것인가 허망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직 다 자란 것이 아니고 내년에도 여전히 생명의 성장을 계속하게 될 것이니 다시 공들일 준비를 하며 이만큼의 결실이나마 감사하게 된다.

모름지기 결실을 거둘 때는 마음 자세부터 겸허히 해야 할 일이다. 설령 애쓴 만큼 자라지 않았더라도 그 열매를 부실하다 탓해서도 아니 될 일이다. 기다린 이가 제아무리 공들이고 애썼다 할지라도 땅에 뿌리박힌 몸뚱이 하나로 태풍의 거친 비바람, 대지를 태울 듯 내리쬐는 뙤약볕을 버텨낸 그 수고만 할까.


가을걷이가 끝나면 축제가 열린다. 수확의 풍성함만 즐기려는 뜻이 아니라 애쓴 모든 것의 수고로움을 위로하려는 뜻이 우선일 것이다. 더불어 그 모든 애씀을 결실이 되도록 보살펴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감사의 뜻도 있다. 하늘에, 조상에, 자연에…. 그렇지만 진정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은 하늘과 조상과 자연에 올린 제물(祭物)의 나눔이다. 축제와 함께 그리되었는지, 그것을 위해 축제를 마련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축제가 웃음과 행복의 장(場)이 되는 것은 바로 그 나눔 덕분이 아닌가.


두루 나눔의 손길을 내밀다 보면 절로 깨우치게 되는 내 것에 대한 소중함. 부족한 줄로만 알았는데 나누다 보니 나눠줄 것이 있었다는 사실에 행복할 수 있으니 그보다 더한 소중함이 또 어디 있으랴. 다시 봄이 찾아오면 성장을 계속할 그것들에 대한 애씀이 수고로움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그로 인해 알게 되는 것이고.


글 김정현(소설가)





가을걷이, 빛나는 결실의 지혜를 만나다


추석을 앞두고 가을걷이를 시작한다.

이삭을 가득 채운 벼와 수수, 조를 베고 주렁주렁 나무에 매달린 사과, 배, 감도 거둬들인다.

때를 맞춰 송이를 열어젖힌 밤톨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너른 들판에서는 오미자, 머루, 다래, 으름 같은 야생 초목의 열매도 익어간다. 다 여문 곡식과 열매를 거둬들이며 우리는 풍요로운 가을이 왔음을 실감한다.


논과 밭, 산과 바다까지 풍요로움이 넘실대는 계절, 가을이다. 자연도 사람도 가을 인심은 넉넉하다. 오곡백과가 제 몸을 익혀 아낌없이 내어주고, 추석이 되면 사람들은 땀 흘려 수확한 농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조상에게 예를 갖춰 감사드리며 온 가족이 둘러앉아 기쁨을 나눈다.


가을을 뜻하는 ‘추(秋)’의 한자를 풀이하면 ‘햇볕(火)을 쬐어 고개 숙인 벼(禾)를 거두는 시기’라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누구나 손꼽아 기다리는 추석(秋夕)은 이른 봄부터 씨 뿌리고 나무 심어 정성으로 가꾼 농작물의 첫 수확을 축하하는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예부터 햅쌀과 햇과일을 나눌 수 있는 음력 8월 보름날을 추석으로 정하고, 잔치를 벌인 것에는 구슬땀의 보상이자 자연이 내어준 풍요를 나누고자 한 지혜가 담겨 있다. 또 추석을 앞두고 시작되는 가을걷이에는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열정이, 그리고 빛나는 결실의 지혜도 담겨 있다.


철이 든 곡식을 거둬들이는 일


‘춘경하운 추수동장(春耕夏耘 秋收冬藏)’. ‘봄에는 밭을 갈고 여름에는 김을 매며, 가을에는 농작물을 거둬들이고 겨울에는 이를 저장한다’라는 의미로 1년 농사의 순서가 담긴 글이다.

글귀에 담긴 것처럼 가을이 되면 철이 든 농작물을 수확하기 시작한다. 벼, 콩, 팥, 기장, 조, 옥수수, 수수, 메밀, 귀리 등이 가을에 여무는 곡식으로 이삭을 따거나 줄기째 벤다.

베어낸 것을 말려 알곡을 떨어내는 모든 수고를 가을걷이나 추수라고 한다. 추위가 오기 전에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농가는 가을이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가을걷이 과정을 살펴보면 한 지역에 사는 이웃이 서로 돕고 화합하는 정을 엿볼 수 있다. 때맞춰 제철에 여무는 곡식을 보노라면 계절의 변화,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다. 예부터 이어진 가을걷이 풍속을 좀 더 깊이 알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선조의 지혜를 만날 수 있다. 또 가을걷이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매일 대수롭지 않게 먹어 치우던 한 끼 식사에 대한 감사와 중요성을 되새기게 된다.





가을걷이에 실린 화합의 의미


쌀은 농경 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우리 민족의 주식이다. 선조는 밥을 만복의 근원으로 여겨 밥을 짓는 것은 복을 짓는 일이요, 밥을 버리는 것은 복을 흘려버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간혹 우리 입맛이 서구화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뉴스가 보도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쌀로 끼니 대부분을 해결하고, 밥심으로 살아간다


우리의 주식을 담당하는 쌀은 가을걷이의 대표 곡물이다. 가장 자주 접하고 먹기도 쉽지만, 농사지을 때 손이 제법 많이 가는 까다로운 곡물이다. 쌀 한 톨을 생산하려면 농부의 손길을 무려 88번이나 거쳐야 한다는 말도 있다. 또 벼농사는 양력 9월 23일 무렵,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절기인 추분(秋分)에 추수를 시작해 동장군이 기지개를 펴기 전에 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모를 내고 김을 매는 일과 더불어 단기간에 끝내야 하는 가을걷이를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여겼다.


벼농사는 조선 시대 후기부터 못자리를 만들고 벼의 묘종(苗種)을 키워 논에 옮겨 재배하는 논 이앙법(移秧法)이 보편화되었다. 이앙법의 영향으로 벼와 보리의 이모작이 가능해져 생산력은 극대화되었지만, 단기간에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해졌다. 그 때문에 규모가 작은 농사는 이웃 간의 품앗이로, 큰일에는 두레라는 형태의 조직화된 협력으로 화합하는 풍습을 지니게 되었다.


품앗이는 이해타산을 배제하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또 시기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이루어지던 협력이다. 규모가 큰 농사에는 마을 공동체가 체계적으로 운영하던 두레가 동원되었다.


가을걷이에 동원된 품앗이와 두레에는 규모는 달라도 마을 사람이 화합하고 상부상조하는 가장 한국적인 공동체 의식의 지혜가 담겨 있다. 현대에는 농경 사회가 해체되어 더는 서로 나눌 품앗이도, 두레로 함께할 공동 작업도 많지 않지만, 우리 선조가 품앗이와 두레로 행하던 공동체의 가치와 화합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김홍도 ‘단원 풍속도첩-춤추는 아이’ (39.7x26.7cm, 조선 시대, 국립중앙박물관)
피리, 대금, 해금, 장구, 북으로 구성된 삼현육각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무동의 춤사위와 휘날리는 옷자락에서 신명이 느껴진다.




흥겨운 놀이로 풍년을 기원하다


우리 고유의 농악과 민요도 농경 생활의 공동체 문화에서 생긴 것이다. 가을걷이를 시작하면서 힘든 노동을 극복하기 위해 북, 장구, 꽹과리, 징, 나팔, 태평소를 치거나 불면서 춤추고 노래하는 풍물놀이를 즐겼고, 온갖 근심과 시름을 잊기 위해 노랫가락을 지어 불렀다. 농가에서 이런 풍물놀이를 즐기던 풍습은 농사일의 고단함을 없애고, 즐거움을 나누려는 뜻이었다.


풍물놀이와 노랫가락으로 농사의 고단함을 달랬다면 각 지방에서 즐기던 줄다리기, 고싸움, 강강술래 등의 민속놀이는 마을의 협동과 단결을 드높이는 매개체였다고 할 수 있다. 줄다리기는 풍년을 비는 농경 의식으로 15세기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그 기록이 남아 있다.


남녀노소가 어울려 수십 명 내지는 수천 명까지 함께한 줄다리기는 작은 마을에서는 하루 동안, 큰 고을에서는 며칠에 걸쳐 즐기기도 했다. 그 때문에 단순히 승부를 가르기보다는 줄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놀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협동심에 의해 이루어졌다. 줄다리기를 통해 마을 단위, 크게는 군 단위로 단결심과 향토애를 가지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볏짚을 이용해 고줄을 만들고 고머리나 몸체에 사람이 올라앉아 힘을 겨루는 고싸움은 정월대보름에 즐기는 놀이로 전해지지만, 놀이 이전에 1년 농사의 길흉을 점치고 화합을 도모하는 농경 의식으로서 가치가 높다.
강강술래 역시 우리나라 남서쪽에 있는 지역에서 주로 한가위에 행하던 놀이로 풍작과 풍요를 기원하는 전통 풍속 중 하나였다. 밝은 보름달 아래 마을 처녀들이 모여 밤새도록 춤추며 즐겼는데, 옛날 농촌의 젊은 여성은 오직 이때만 밤 외출이 허락되어 강강술래를 하며 하룻밤의 자유로움을 만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여성들은 손을 맞잡고 함께 춤추며 서로 협동심과 우정을 나눴다.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담긴 풍속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풍습도 있다. 뭍과 물에서 두루 살아가는 상서로운 동물이자 등딱지로 길흉 운세를 알려준다고 믿었던 거북을 장수의 상징으로 여기며 이름 붙여진 거북놀이.

신라 문무왕 때 깊은 병에 걸린 공주가 소년들이 수숫잎으로 거북 모양을 만들어 신명 나게 놀았더니 병이 치료되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민속놀이다.

추석날 거북 모양을 만들어 쓰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던 이 놀이는 거북을 숭배하는 무속 신앙에서 비롯되었지만, 점차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집단 놀이로 성격이 바뀌었다.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 마을 집집마다 누비면서 장수와 만복을 기원하는 인사를 하면 당시 부유한 마을 주민은 기꺼이 축복의 대가로 음식을 나눠주고 곡식과 돈을 기증했다. 거북놀이를 통해 모인 이득을 마을 공동 사업에 사용하면서 십시일반으로 마을 공동 사업의 재원을 마련하는 의식으로 정착되었다.


여성만을 위해 행하던 특별한 풍속도 있다. 여인이 혼인하면 더 이상 친정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친정집에는 발도 들여놓으면 안 된다는 뜻으로 출가외인(出嫁外人)이란 말이 있다. 출가외인인 여인도 1년에 한 번 음력 8월 추석 이후 농한기에는 친정 식구를 만나 회포를 풀 수 있었는데, 이 풍속을 ‘반보기’라고 했다.

공식적으로 친정 나들이가 허락되는 풍속 ‘반보기’는 양가 중간 지점에서 친정 식구를 만나 묵혀둔 이야기를 나누도록 한 것이다. 주로 시집간 딸과 친정 엄마가 만나는 반보기로 이루어졌고, 사돈 간 관계가 원만한 집에서는 안사돈끼리 만나거나 때로는 고향 친구들과 회포를 푸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반보기 풍속으로 며느리들은 짧게나마 그리움과 외로움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후에는 반보기가 적극적인 여성 공동체 교류의 장으로 발전했다. 또 추석은 1년 중 달이 가장 밝고 크게 뜨는 날이어서 달을 구경하며 즐기는 풍속이 많았다. 구전 중에는 남보다 먼저 달마중을 하면 첫아들을 얻는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요즘은 달을 보고 첫아들을 기원하던 여인의 간절한 마음을 대신해 달에게 건강과 행운을 비는 풍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홍도 ‘단원 풍속도첩-타작’ (39.7x26.7cm, 조선 시대, 국립중앙박물관)
옷섶을 풀어헤친 채 풍작을 한 벼를 타작하는 일꾼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일꾼과 양반, 서로 신분이 다른 계층을 한 폭에 담고 있지만 갈등보단 해학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작품으로 만나는 가을, 그리고 달 이야기


풍요로운 가을의 모습은 민화 소재로도 많이 쓰였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조선 시대 풍속화의 대가 김홍도의 ‘벼타작’이다. 그의 작품에는 일꾼이 열심히 볏단을 메어치는 모습과 농사일을 감독하는 양반이 거드름 피우는 모습이 상반되게 표현되어 있는데, ‘행려풍속도병’에도 같은 제목의 작품이 있어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백성이 첫 수확의 풍요로움으로 배를 채우고 달을 구경하며 놀이를 즐길 때 문인과 문객은 다른 시선으로 달맞이를 했다. ‘월만즉휴(月滿則虧)’, 즉 ‘달도 차면 기운다’는 우주 질서를 깨우치고 자신의 유한함에 회의를 느끼며 깊은 상념에 빠져 작품에 표현한 것. 그들에게 보름달의 존재는 풍요의 절정이었지만, 한편 우주의 섭리에 따라 한계에 다다르면 추락하게 되는 것에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며 작품에 그 심경을 담아내기도 했다.


특히 12세기 고려 명종은 중국 후난 성(湖南省) 동정호(洞庭湖) 아래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이 합쳐지는 곳의 절경을 그림 여덟 폭으로 완성한 ‘소상팔경도’에 매료되어 이인로와 문신들에게 ‘소상팔경시’를 짓도록 하고, 화원 이광필에게는 ‘소상팔경도’를 그리게 했다.

이후 ‘소상팔경도’ 는 800년간 우리나라 민화와 산수화의 대표 소재로 자리 잡아 한시와 고소설, 도자기 문양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 되어 많은 작품으로 탄생했다.


구름 사이 달빛 황금빛으로 물결에 일렁대고
서리 내린 뒤에 벽옥 같은 물결이 넘실거리네
한밤중에 바람 이슬 많이 내린지 알고 싶은데
뱃전에 기댄 어부는 한쪽 어깨가 송긋하네


고려 시대 문신이었던 이인로의 시 ‘동정추월’이다.

이 외에 정조도 세손 시절 ‘동정추월’을 남겼고, 조선 4대 화가로 불리는 안견의 작품은 한가로움과 고요함, 그리고 쓸쓸함이 주는 서정과 여백의 미를 극대화해 조선 시대 산수화의 백미로 손꼽힌다.



에디터 방은주

자료정리 홍순채

자료협조 국립중앙박물관 참고도서 및 자료 <우리 문화 길라잡이>(국립국어연구원 지음, 학고재 펴냄), <한국민속대백과사전-한국세시풍속사전>(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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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팔경도 동정추월. 16세기 전반경 개인


동정추월도[ 洞庭秋月圖 ] 16세기 전반경. 일본 대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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