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관련된 굿놀이]
우리 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악지대로서 호랑이가 많이 서식했고, 호환이 끊이지 않았으므로 자연히 호랑이와 관련된 여러 굿놀이가 행해졌다.
범굿
동해안 일대에서 행해지는 별신굿의 한 제차이다.
별신굿의 마지막 제차인 거리굿을 하기 전에 하는 과정이다.
호탈굿, 虎席, 범안굿이라고도 한다. 호랑이의 피해(虎食)을 면하고자 하는 기원에서 유래하였다.
경북 포항시 남구 대보면 강사리를 비롯한 몇몇 마을은 호환이 심했던지라 호환이 사라진 지금도 범굿이 마을의 전통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 마을 범굿에서는 범에게 사람 대신 쇠머리를 바치는 의식을 치르고, 굿이 끝나면 뒷산에 묻는다. 위협과 회유, 기원으로 마을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유감주술의 하나이다.
범굿은 무당굿놀이로서도 가치가 있으며, 오광대놀음과 야유에서의 영노과장과도 비교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호환과 관련된 놀이 기록은 1865년 경복궁 중건 당시에 축하공연 모습을 기록한 《기완별록奇玩別祿》에서 포수가 호랑이를 총으로 쏘는
사냥놀이가 확인된다.
굿의 전 과정은 다음과 같다.
- 굿판 가운데 소나무 한 그루를 심고 가까이에 모닥불을 피워 무대처럼 꾸민다.
- 소나무 가까이 잽이들이 앉아 무악을 울리면 종이 호탈을 쓴 男巫가 등장한다.
- 호랑이가 소나무 주위를 돌면서 춤추고 재주를 피우며, 산 닭을 잡아먹는 시늉을 한다.
- 이때 막대기를 총처럼 메고 포수가 등장한다.
- 호랑이는 닭을 가지고 소나무 뒤로 숨는다.
- 포수와 잽이의 대화가 진행된다.
- 포수는 자신의 노정기를 말한 다음 등장하게 된 연유를 말한다. (예전에 이 마을에 서 호식이 발생한 일로 별신굿을 하면 난데없이
호랑이가 나타난다고 하여 잡으러 왔 다고 한다.
- 호랑이를 잡아야 이 동네가 안과태평하다고 하면서 호랑이를 쏘아 잡아 호랑이 가죽 (호탈)을 벗긴다.
- 동네 이장이 돈을 내고 호탈을 사서 모닥불에 태우는 것으로 끝난다.
일반적으로는 호랑이를 산신으로 모시지만 범굿에서는 호랑이를 잡아 죽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것은 호랑이에 물려간 원혼을 달래는 데에 더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범굿·경북 영일군 구룡포읍 강사리
왼쪽·제단
오른쪽·호탈을 쓴 남무가 산 닭을 잡아먹는 시늉을 하는 장면
사신반혼굿
신호랑이에게 물려죽거나 使神으로 다녀온 사람이 조상 중에 있을 때 개를 잡아 놓고 조상의 혼을 달래는 굿.
호서낭, 반혼굿, 개반혼굿, 호영산굿, 식상돋음 등으로도 불리운다.
하나의 독자적인 굿이라기보다 큰 굿을 할 때 중간에 삽입되어 관련 조상을 위로하는 굿이다.
호랑이 뿐만 아니라 개·뱀 등 각종 동물에 물려 죽었을 때에도 하는 굿이다.
오늘날의 교통사고처럼 과거 호환이 심할 때는 많이 볼 수 있었지만 도시화된 이후 거의 사라졌다.
그 제차는 다음과 같다.
- 조그맣게 시루를 찐다.
- 개를 끌고 산에 가서, 또는 마당 밖 멀리 목신(나무)있는 곳에서 개를 잡아 가죽을 벗 긴다. 여기서는 돼지는 쓰지 않는다.
- 조짚이나 수수짚으로 개 모양을 만들어 개가죽을 씌워서 시루 앞에 놓는다.
- 개고기는 삶아서 큰 그릇에 놓고 간단히 굿을 한다. 만신은 개를 사신이라 하여 개를 타고 굿을 한다.
경기도 문산에서는 도당굿을 하고 호영산을 놀리는 놀이굿이 있다. 마을 사람들이 군웅할아버지, 선막동이, 후막둥이, 호대감,
어릿광대 등 여러 배역을 맡아서 탈을 쓰고 노는 놀이로 호랑이를 잡아 액을 풀고, 호랑이를 놀리기 위해 호랑이가 개를 잡아서 산을
헤집고 다니는 놀이를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하여 호영산을 잘 놀면서 동네가 편안하게 해 달라고 기원한다.
그리고 이 놀이가 끝나면 돼지머리를 바위 위에 올려 놓고 호랑이가 물어가도록 한다.
호살량굿
황해도 굿거리의 하나로 호환을 겪은 호영산을 달래기 위해서 행하며, 호영산이 등장해서 굿놀이 형태로 연행되는 굿거리이다.
호환을 겪은 조상이 있는 집안의 집굿이나 마을의 마을굿에서 굿의 마지막 절차인 마당굿(뒷전)만 남기고 집 밖에서 연행되는
굿거리이다.
호살량굿의 특징은 첫째, 주인공이 범이라는 점이다.
호랑이 암컷(호영산마누라)과 수컷(호살량)이 한 짝을 이루어 노는 것이 이 굿놀이의 독특한 내용이다.
호랑이 입장이 되어 호랑이의 행색을 표현하고 호랑이 입장에서 대접을 받음으로써 미래의 호환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둘째, 말보다 호랑이를 재연한 소리와 행동이 연행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물 입장에서 표현하는 데서 오는
독자적 방식이다.
셋째, 이 굿의 주안점이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에 있지 않고 범의 영혼을 잘 달래줌으로써 범들이 사람들을 해치지 않도록
기원한다는 점이다.
넷째, 호환을 주제로 한 다른 굿과 차별된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범굿이나 호영산호대감굿과 호살량굿의 분명한 차이점은
호랑이(자연물)를 어떤 시각에서 표현하느냐인데 호살량굿에서의 호랑이는 굿거리의 연행 주체로 등장한다.
무당이 암호랑이·수호랑이가 되어 그들 스스로의 입장을 말하고 신으로 등장해 노는 방식이다.
반면 범굿과 호영산호대감굿에서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 굿을 진행하며, 호랑이는 부수적 존재로 등장한다. 특히 범굿의 경우 살아
있는 범은 그 자체가 액운의 집합체로 인식되어 물리쳐야할 대상이다. 반면 호살량굿은 범을 물리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람과 같은
자연의 일부로 인식하고 상호 존중해야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상생적 세계관이 반영된 굿거리라 할 수 있다.
호살량굿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이 중 ③④가 이 굿의 독자적인 절차이다.
①사방청배 : 무당이 굿청에 들어서서 춤 장단에 방울·부채· 서낭기 등을 들고 사방에 인사를 하고 맴춤을 간단하게 돈다.
②자진만세청배 : 자진만세장단에 맞추어 만신과 장구잽이·조무의 반복창 형식으로 호영산대감을 비롯한 호영산군웅대감 등 제신을
청하는 무가를 구송한다.
③호영산마누라 : 구체적인 굿놀아가 놀기 시작하는 절차로 무당이 호영산마누라가 되어 재담을 하며 노는 굿거리이다.
호영산마누라는 호랑이굴 안에서 새끼들을 거느리며, 수호랑이인 호살량이 먹잇감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면서
새끼들을 돌보면서 여러 재담을 한다.
④호살량 : 수호랑이가 사냥감을 찾아 돌아다니면서 미리 준비된 개를 발견하면 먹잇감을 사냥하는 시늉을 한다.
⑤날만세 : 굿을 마치면서 신들을 돌려보내는 무가를 자진만세받이 장단에 얹어서 역시 반복창으로 부른다.
호살량굿 모습·인천시 계양산 둑실굿당
1.호살량굿의 자진만세 청배
2.호영산 마누라 놀기
3.호살량 놀기
4.호살량굿에 바치는 제물
출처: http://cafe.daum.net/sanary/IBpf/109?docid=672683759&q=%BB%E7%BD%C5%B9%DD%C8%A5%B1%C2&r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