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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린지 5일이 지났다. 각 후보별 선거 현수막이 파도를 이룬 상황으로, 선거가 끝난 뒤 현수막은 '산업폐기물' 그 자체로 전락해 버린다. 선거법 상에는 선거 현수막은 각 후보자가 신고 및 철거의 의무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현수막은 자진 철거를 원칙으로 하며, 철거하지 않을 경우 과대료 100만원 이하가 부과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선거법과 다르다. 이미 지난 2일 각 구청별로 '생활환경정비의 날'을 맞아 선거 현수막 철거를 실시, 수십 트럭대분의 현수막이 철거돼 현재는 보관소에 보관돼 있는 상황이다. 이들 선거 현수막은 보관소에 잠시 머물다가 각목과 천이 분리된 뒤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비용부담을 통해 최종적으로 폐기된다. 산업폐기물에 대한 비용부담은 이제 5.31을 뛴 각 후보자가 아닌 3개 구청의 몫, 시민의 혈세로 쓰여지게 된 것.
'누구는 자진 철거, 누구는 구청이 대신'
취재 중 모 시장후보에게 들은 말이다. "선거가 끝난 뒤 선거 현수막 철거에 대해 문의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며칠 뒤 각 구청 생활환경정비팀에서 일괄적으로 현수막을 철거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른 시장후보 캠프 관계자도 "선거 뒤 현수막을 철거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으나 이미 현수막 모두가 일괄적으로 철거된 상황이었다. 누가 어떻게 철거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반면 자진 철거한 사례도 있었다. 모 도의원 후보는 "선거 종료 후 자진해서 현수막을 철거했다"라며 "시나 구청에서 일괄 철거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원래 후보자가 선거관리위원회 신고 뒤 게첨하고 선거가 끝나면 자진 철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후보자에게 1일까지 철거 요구 Vs 구청에 현수막 정비 협조 공문'
또 "투표종료 즉시 철거가 사실상 불가능해 6월 1일까지 철거하도록 각 후보자에게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자진 철거를 안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돼 있으나 '그런 사례는 없다'는 것도 선관위의 답변이다. 그러나 구청 관계자의 말은 전혀 틀리다. 원미구청 관계자는 "선관위가 공문을 통해 현수막 정비협조를 요청해 왔다"라며 "선거법상 후보자 자진철거 규정이나 과태료 부과 내용 등은 전혀 모른채 민원이 빗발쳐 정비차원에서 일괄 철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자진철거나 과태료 부과대상이라는 점을 알았다면 구청에서 나서서 일괄 철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총선, 대선 등이 많은 데 그때마다 철거의 몫은 각 구청이나 동사무소로 떨어져야 하냐"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500여개 현수막 + 당선사례 현수막' 철거비용은?
5.31 선거에서 각 후보자에게는 동별로 1개씩 선거 현수막을 게첨할 수 있도록 표지가 교부됐다. 일례로 시장후보의 경우 37개 동에 1개씩 선거 현수막을 게첨할 수 있느 것이며, 시의원 후보자의 경우 동수(3~5개)에 따라 혐수막을 게첨하고 있다. 이처럼 5.31에 쓰인 선거 현수막 수는 적어도 500여개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라 투표가 종료된 뒤 엇갈린 명암(明暗)에 따라 누구는 '당선사례', 누구는 '낙선사례'를 게첨한다. 5.31 전 선거 현수막에 곱하기 2를 한다고 해도 1천여개의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메우고 있다가 각 구청의 생활환경정비팀의 손에 이끌려 일괄 철거되게 된다. 이들 대규모 선거 현수막을 일괄 철거하기 위해 투입된 노동력, 철거작업데 투입된 트럭 등 장비, 철거 이후 지불해야만 하는 '산업폐기물 처리비용' 등을 모두 합산하면 과연 얼마일까?
선거법 규정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이젠 선거 현수막 철거비용까지 '시민의 부담'으로 떠넘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