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4월 15일 일요일 맑음
“나 오늘 장이 가야 되어. 머위 팔러” “예 어머니께서 직접 팔아요 ?”
“그려. 영석이 엄마가 오늘 아들덜 하구 놀러간댜. 그래서 내가 팔어야 혀”
장날마다 영석이 어머니께 맡겨서 팔던 달래, 머위를 어머니께서 장마당에 앉아서 직접 팔으신다네. 이러시다간 장맛에 들려 장날마다 나가시는 건 아닐래나 ? “나 늦으면 점심 챙겨 먹어. 충희는 어떡할려 ?” “저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정산에서 사먹을래요” “아빠가 데리러 갈 테니까 집에 와서 먹자” “아냐 아빠. 대전가는 버스 시간 봐서 공부하다 대전으로 갈래” “그래 알았어”
충희 먼저 도서관에 내려주고, 어머님은 장마당에 내려드렸다. 이미 익숙하신 듯 자리를 잡으시고 머위 달래를 펴 놓으신다.
“어머니 돈 많이 버세요” “뭔 돈을 많이 벌어” 하시며 씩 웃으신다.
집으로 와서 접붙일 준비를 하고 불당골로 올랐다. ‘오늘까지 옥광 접은 끝내자. 내일부터는 한가위 접붙이기다.’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오늘은 고접을 했다. 고접은 한 나무를 완전히 다른 품종으로 바꾸는 거다.
재래종 밤나무 가지를 모두 자르고 옥광 접을 붙여서 옥광나무로 변화시키는 거다. 고접의 좋은 점은 원나무의 뿌리를 활용하는 데 있다. 뿌리가 넓게 퍼진 나무에 접순이 잘 붙기만 하면 자람이 왕성해지기 때문이다.
한 가지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은 식물이 뿌리로 빨아올린 물을 수증기로 변화시켜서 잎의 공기구멍으로 내 보내는 증산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접붙인 가지가 정상적으로 자란 후에 잘라주면 된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벌써 한 시가 다 됐다. ‘충희는 점심을 먹었나 ?’ 전화를 해 봤지. “아빠. 나 점심은 먹었고, 지금 한 시차 타고 대전가려고 차부에 나와 있어.” “뭐, 왜 그렇게 빨리 가 ?” “한 시차 다음에는 여덟시 차밖에 없대. 너무 늦어서...” “그래도 아빠하고 할머니 얼굴이라도 보고 가야지. 아빠가 차부로 갈 게” “아냐 아빠 지금 차 들어 와” 할 말이 없네. “그럼 잘 가” 했지만 왜 이리 서운하냐 ? 집에 왔더니 어머니께서 물으신다.
“충희는 어떻게 한댜 ?” “예 지금 버스타고 대전 가고 있어요” “이. 왜 ?”
“지금 차 말고는 저녁 늦게 있대요.” “즘심은 먹구 ?” “예 먹었대요”
“으이구 서운해라. 충희 줄라구 옥식기두 사왔는디.... 차비두 못 주구....”
쇼파에 앉으시더니 눈물까지 흘리신다. 나도 마음이 안 좋더라.
“어머니 자식을 군대 보낼 때는 어떨까요 ?” “그 땐 말도 마. 큰 자식 보낼 땐 내 맘이 아니여. 그래두 둘째는 들 하대”
충희한테 전화를 했지. “할머니께서 서운해 하시니 인사라두 드려” “아빠, 나 차에서 내려서 다시 갈까 ?” “임마 직행버슨데 어딜 내려” 충희하고 통화를 하시더니 마음이 조금은 풀리시나 보다.
부모 마음이 다 그런가 보다. 나도 오후 내내 서운하더라.
바람이 많이 분다. 바람따라 꽃비가 내린다. 화무십일홍이라. 꽃은 필 때가 좋은 거지. 오후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왔다. “날씨가 매살스러워”
“예, 매살스러운 게 무슨 말이예요 ?” “칼칼하다구. 바람이 차자너. 서리 올래나” “서리 오면 큰일이지요”
“고사리 좀 다 읎애여. 허리 아퍼” 불당골에 고사리가 많이 난다. 이 때 쯤이면 여러 사람이 모여 든다. 그 중에서 장모님이 따시는 자리에는 아무도 얼씬 않는다. 그곳이 제일 많이 나는 자리다.
남이 고사리 따가는 것을 보면 배가 아프고, 내가 따려면 허리가 아프고....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말씀인데 빈말이시지.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또 나서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