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61돌 한글날이고, 국경일이 된 두 번째 한글날이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40해 동안 한글 운동을 했다. 이제 나라 안의 모든 글은 한글로 쓰고 있으며 2년 전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었기에 나라 밖에 한글을 알고 쓰게 하는 일에 나섰다. 그래서 올 한글날엔 중국 저장성 월수외대에서 보내게 되었다. 나는 한글날이 되면 해마다 무척 바쁘다. 또 남다른 느낌 속에 보낸다. 올해엔 한글날을 중국에서 맞이하게 되어서 조금 한가하기에 한글날을 앞두고 휴가를 얻어 고국에 다녀왔다. 지난해 내가 주선해 만든 훈민정음 반포 재현식과 세종대왕 어가행렬도 참석하고 ‘우리말 지키기 서명운동’ 모임도 가졌다. ‘2007년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 뽑기’ 발표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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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문과 본회의장, 의원 보람에 쓰인 한자 ‘國’자가‘或’으로 보인다. ©이대로 | 한글날을 앞두고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한글 관련 토론회가 있어 국회에도 다녀왔다. 그 때 내 눈을 거스르는 것은 국회 보람 속의 글자가 한자 ‘或’로 보이는 것과 아직도 몇 사람의 문패와 이름패가 한자로 된 것이었다. 의원 회관의 이름패를 보니 299명 국회의원 가운데 30명이 한자로 이름을 쓰고 있었다. 지난해 국회에 알아봤을 때엔 32명이었는데 두 명이 줄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국민중심당 1명, 무소속 1명(한나라당이었으나 성추행사건으로 무소속이 된 최연희의원)만 빼고 모두 한나라당 의원들이었다. 한나라당의 비례대표까지 여러 명이 들어가 있었으며, 지역은 거의 경상도 출신 의원들이었다. 통합신당과 민주노동당은 모두 한글 이름패였다. 지난해 국회로부터 한자를 쓰는 국회의원의 이름과 출신지역구는 아래와 같다. 孔星鎭(서울 강남을), 權哲賢(부산 사상구), 金淇春(경남 거제시), 金德龍 (서울 서초을), 金命柱(경남 통영시,고성군), 金武星(,부산 남구을), 金映宣(경기 고양시일산구을), 金容甲(경남 밀양시,창녕군), 金在原(경북 군위군,의성군,청송군), 金鶴松(,경남 진해시), 金學元( 충남 부여군,청양군), 孟亨奎(서울 송파구갑), 文姬(비례대표), 朴啓東(서울 송파구을), 朴鍾根(대구 달서구갑) 徐相箕(비례대표), 安商守 (의왕·과천시), 劉承旼(대구 동구을), 李康斗(산청군,함양군,거창군), 李方鎬(경남 사천시), 李聲九(비례대표), 李鍾九(서울 강남구갑), 李漢久(대구 수성구갑), 李惠薰(서울 서초구갑), 張倫碩(경북 영주시), 田麗玉(비례대표), 崔炳國 (울산 남구갑), 崔鉛熙 (무소속/ 강원 동해시,삼척시), 許泰烈 (부산 북구,강서구을) 이정길( 전라남도 해남군.진도군), 金政夫(경남 마산 갑), 柳根粲(국민중심당 / 충남 보령시,서천군 ) 지난해 나는 한자를 고집하는 국회의원에게 “왜 한자로 이름을 쓰는지?” 물은 일이 있다. “한글로 이름을 쓰면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읽지 못하니까?”라고 대답한 사람이 있었다. 한자로 이름을 쓰면 중국과 일본 모두 우리 이름과 다르게 읽는다. 엉뚱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인은 우리 한자를 잘 읽지 못한다. 나는 오늘 내가 가르치는 중국 학생들에게 한글과 세종대왕, 한글날에 대해 알려주면서 한자 명패를 쓰는 국회의원들 이름을 읽어보라고 했다. ‘孔星鎭’은 우리는 ‘공성진’이라고 읽는 데 ‘콩 싱 쯘’이라고 읽었다. ‘權哲賢’은 ‘권철현’이 아니고 ‘츄엔 즈 시엔’이라고 읽었다. 중국어엔 4성이란 성조까지 있으니 전혀 다른 사람으로 들렸다. 중국 대학생이면 배운 사람인데 우리가 이름에 쓰는 한자를 거의 읽고 쓰지 못했다. 오히려 한글로 쓰니 더 정확하게 잘 읽었다. 어떤 국회의원은 ‘내 이름은 부모님이 지어주면서 출세할 좋은 이름이다.“라고 해서 한자로 쓴다고 했다. 한자에 무슨 귀신이 붙은 요술방망이로 생각하는 거로 보였다. 자기 이름에 쓰인 한문이 특이해서 한글로 쓰면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기 힘들어 잘 알고 맞게 쓰라고 한자 명패를 쓴다고 했다. 지금 정부 공문서에도 신문에도 사람의 이름을 한자로 쓰지 않는데 그이는 한자 세상으로 착각하고 있다. 나는 오늘 한자 한자 명패를 고집하는 국회의원들이 한글날이 되면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진다. 온 세상 사람들이 한글로 이름을 쓰는 시대에 자신만 한자 명패 쓰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까? 세종대왕이 왜 한글을 만들어서 자신만 난처하게 할까 불만일까? 한글로 이름을 쓰는 사람들을 모두 무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한자 이름패를 쓰는 지역구민들은 한자를 잘 읽는지도 궁금하다. 우리가 지난 수천 년 동안 우리 글자가 없어서 중국의 한자를 얻어 썼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인 한글의 주인이다. 한글은 배우고 쓰기 쉽고 한국말을 적는 데 가장 적합하고 편리하다. 그런 한글을 버리고 한자를 고집하는 것은 멍청한 한국인이고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한자를 모르는 이웃과 그 불편함의 피해를 생각해야 한다. 지난날 우리가 중국 한자와 중국말만 배우려 했지만 지금은 중국인들이 우리말과 한글을 배우고 잘 하려고 애쓰는 세상이다. 오히려 중국인은 옛 한자로 우리 이름을 쓰면 잘 읽지도 못하고 엉뚱하게 읽지만 한글로 쓰면 더 정확하게 잘 읽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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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대 국회 때부터 많은 의원이 한글 이름패를 달고 있다. 16대 통합신당의원들. © 이대로 | 지금은 한자만 알면 출세하던 조선시대나 일제 강점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한글세상이다. 필요한 사람이 외국말을 배우고 필요할 때엔 써야겠지만 우리 한국인끼리는 한국말과 한글을 바르게 쓰자. 그리고 외국인들에게 우리말과 한글을 가르치자. 다음 18대 국회엔 국회 보람 속의 或 자도 바르게 ‘국회’라고 한글로 쓰고, 모든 국회의원의 이름패는 한글로 쓰길 간절히 바란다. 잘 나고 똑똑하다는 국회의원이 오늘날을 조선시대나 일제 강점기로 착각하고 살아서는 이 나라가 제대로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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