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된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소장 박문수 신부) 주최로 한국사회 복음화를 위한 예수회 사회사도직의 방향을 성찰하는 토론회가 지난 11월 19일 예수회센터 2층 대강의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예수회의 사회사도직 뿐 아니라 서강대를 비롯한 사목전반에 관한 이야기와 사도직의 구체적 방향전환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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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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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발표를 맡은 한상봉 편집국장(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은 2000년 예수회의 ‘사회정의사무국’에서 발행한 <예수회 사회사도직의 이상형>이란 책자를 소개하며, 예수회 설립자인 이냐시오가 “우리가 가난한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서약을 했다면 아주 당연하게 우리는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빌어 예수회는 사회사도직의 영감을 '가난'에서 찾고 있다고 밝혔다. 예수회원들은 가난한 이들과 접촉하면서 불의의 근원에 더욱 깊이 다가가고, 더욱 철저한(radical) 투신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어 예수회가 서강대를 중심으로 한 교육사도직과 이냐시오 영성수련을 중심으로한 영성사도직, 그리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기조로 하는 사회사도직으로 나뉘어 있지만, 결국 "신학과 영성과 실천은 분리될 수 없으며, 통합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예수회, 교수신부는 있어도 신학자는 없어
이런 점에서 한상봉 국장은 예수회원이었던 스리랑카의 알로이스 피어리스, 인도의 마이클 아말라도스, 엘살바도르의 혼 소브리노와 같은 급진적 신학자들을 사례로 들며, 한국 예수회에는 "교수신부는 있지만 신학자가 있는지 자못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신학자란 지식전수자나 정보제공자의 차원을 넘어서, 현실세계가 요구하는 시대의 징표 한가운데서 기존 지식에 대한 새로운 해석, 고유한 자기 경험에 대한 신학적 숙고, 현실세계에 대한 신학적 비평 등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신학자들이 박물관 사서 역할을 중지하고, 지금여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신앙인들과 세계를 향해 설득력 있게 발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예수회원들이 교수신부로 포진하고 있는 서강대의 경우에 어떤 신학자도 급진적 견해로 인해, 또는 대중운동에 대한 참여로 인해 단죄 받거나 주의를 받은 바 없음을 상기시키며, 엘살바도르의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가 “박해받지 않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니다”라고 한 말을 인용하며, 마찬가지로 “박해받지 않는 신학자는 그리스도의 신학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교회 안에서 유일하게 교황청과 주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신학자는 서강대학교의 정양모 신부(안동교구)와 서공석 신부(부산교구), 그리고 마산교구 소속으로 광주가톨릭대학 교수로 있던 이제민 신부 등이지만, 예수회원 가운데는 어느 한 사람도 정권으로부터, 또는 교권세력으로부터 단죄 받은 바 없다고 지적하며, 이것은 "교회와 세상의 엄혹한 현실 앞에서 이를 자랑해야 할까? 아니면 신학자의 직무유기라고 비난해야 할까? 아니면 게으름을 탓할까? 능력부족이라고 가슴을 쳐야할까?" 물었다. 그처럼 비판적 지식인, 비판적 신학자가 없는 한국교회와 예수회의 현실을 안타까와했다.
금호아시아나 바오로 경영관, 삼성 가브리엘관 대학의 상업화..기업이름에 성인이름 붙인 건축물, 대학 상업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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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봉 편집국장 |
또한 한국예수회에서 운영하는 ‘서강대학교’의 상업화 경향을 비판하며, "서강대가 다른 여느 대학교와 다른 점이 과연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서강대는 지난 수십년 동안 숱한 대기업의 찬조를 받아 건축물을 지어왔으며, 그중에는 ‘금호아시아나 바오로 경영관’, ‘삼성 가브리엘관’ 등 기업 이름을 그대로 엮어 지은 건축물도 있고, 화려한 곤자가플라자 등이 있지만, 정작 학생강의실은 1980년대 그대로인 것처럼 "대학의 주인인 학생들의 거처는 돌보지 않고 부동산을 늘이고, 돈 되는 동문회관이나 쇼핑몰은 번듯하다"고 덧붙였다.
한상봉 국장은 이어 예수회의 영성수련에 대해서도 쓴 말을 했는데, 예수회원들은 자기중심성에 빠질 위험이 크다며, "내 학식이 높아서 학생들이 따르고, 내 영성훈련이 기가 막혀서 아주머니 팬들이 몰려오고, 내 영험이 커서 성령세미나에서 인기가 좋다고 착각할 위험"을 지적했다. 성령세미나보다 좀더 섬세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영성수련’이며, 예수회원 가운데서도 꽤 많은 이들이 ‘영성센터’에 몰두하고 있는데, "이러한 영성수련이 이냐시오 성인이 요구했던 ‘가난한 예수’ ‘맨발의 그리스도’에게로 향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정작 예수회원들조차 "내가 지금 부유한 아주머니들의 ‘영신적’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는지, 가난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위해 일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국장은 영성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영성수련 등에서 습득한 능력이 있고,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치유하는 재능을 가진 예수회원들은 영성센터에 앉아 고상한 음악과 쾌적한 환경 속에서 유복한 내담자나 부드러운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회사도직 분야에서 예수회원들이 만나고 있는 '세상의 버림받은 사람들의 상처'에도 접근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김수환 추기경이 1970-80년대에 늘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찾아서 조언을 듣곤 했다는 정일우 신부는 단순히 빈민활동가나 사회사도직의 모범이 아니라 영성가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한편 사회사도직과 관련해 ‘한국사회의 복음화’라는 추상적 지향을 "신자유주의 시대에 물신주의와 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활동 등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인권, 정의, 평화, 환경(생태위기 극복)라는 네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여기서 한상봉 국장은 16명의 사회사도직에 종사하는 예수회원뿐 아니라, 주변에 지지, 연대그룹을 확보해야 하며, 특히 "신학적 확신이 영적 활력의 도움을 받으며 세상으로 나아가 일하는 것"이므로 신학과 영성과 실천이 통합될 수 있도록 각기 다른 사도직 분야의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예수회원들이 집결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수회, 영성만 부르짖다 영성과 영영 멀어질수도
지정토론에 나선 김녕 교수(서강대)는 특별히 서강대와 교수신부들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서강대가 예수회 교육기관으로서 '남을 위한 삶'을 추구하는 교육이념에 부합하지 않으며, 다른 대학들 처럼 대학평가 순위에 휘둘리고, 기업형 총장을 영입하기도 했으며,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그 기업의 이름을 성인이름 앞에 붙여 건물이름을 지었다는 점에서 타 대학과 차별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수회원 가운데 "뛰어난 신학자나 탁월한 사회운동가도 없다'며, "학생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나 헌신도 안 보인다"고 문제 삼았다. "그저 교수이기에 멋진 신부, 교수신부일뿐"이라며, 예언자적 사명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또한 예수회원들이 "영성 영성 하다가 '영성'에서 영영 멀어지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덧붙여 가톨릭사회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서강대학교와 예수회 안에서 사회교리가 얼마나 강조되고 있는지 묻고, "가톨릭사회복지 전공 박사과정이 신설된 현재에도 가톨릭사회교리가 개설조차 안 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강대가 풍성한 인적 자원과 공간,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소외층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좌 등 시민사회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찾아보도록 주문했다.
한편 지정토론에 나선 김성환 신부(예수회)는 "오래 전부터 몇몇 예수회원들, 아마도 적지 않은 예수회원들은 서강대학교가 가난한 사람들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라고 질문해 왔다"면서, "전반적으로 서강대학교가 가난한 사람들과 별로 연관이 없다는 답을 한다"고 꼬집으며, 그 원인으로 "현장성이 없는, 즉 신학자가 없는 현실과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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