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이야기 - 축구에서의 국적? ”일요일 새벽 축구를 보는 통에 이틀 동안 정신과 몸이 따로 노는 채 몽롱함으로 헤매면서 보내야 했다. 하필 일요일 아침수업에 한잠도 못자고 들어가야 했고, 또 월요일 아침수업. 겨우 저녁에 기진맥진 혼절 일보직전으로 귀가하여 보통 때는 약을 먹어야 겨우 잠이 들건만 나도 모른 새 곯아떨어졌다가 12시쯤에야 눈이 떠지더라. 그런데 또 수요일 아침에 수업이 있거늘 또 새벽 3시반에 브라질과
...
의 4강전이라.
8강전에서 맞붙은 영국단일팀에 대해 의아해하는 분들이 꽤 있다. 그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이 다른데서 기인한다. 예전 코민테른의 일국일당 원칙처럼 IOC규정은 일국 일위원회 원칙이다. 반면 FIFA는 국가 단위의 개념보다 각 지역 축구협회(FA)라는 개념으로 적용된다. 물론 이것은 FIFA주관의 월드컵이 개최된 이래, 종주권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하여 월드컵에 불참해 왔던 영국을 달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1950년 브라질 월드컵부터 영국의 각 지역별 축구협회들인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즈가 각각 인정되면서 비로소 월드컵에 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장 형님격인 잉글랜드가 당시에 축구에 관해서는 절대 약소국이었던 미국에 1:0으로 패하면서 조별 예선 탈락함으로써 월드컵 사상 최고의 이변 중에 하나로 기록되는 망신을 당하게 된다.
이번 영국은 단일팀이라고 하나 잉글랜드와 웨일즈 출신들로 구성되었을 뿐이다. 특히나 잉글랜드에 대해 콧대 높은 스코틀랜드인들은 관심조차 없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세계 최고의 명장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은 런던 올림픽조직위원회가 그렇게도 간곡하게 영국단일팀 감독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음도 콧방귀만 뀌였다. 또한 한국과의 시합에서 국가(國歌) 연주시 웨일즈 출신들은 딴 짓들만 하고 있었다. 그걸 보니 오래전 봤던 영화 “잉글리쉬맨”이 생각이 나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 영화는 웨일즈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지도에 등재되느냐, 아니면 등재가 안 되는 그저 그런 언덕이 되느냐를 놓고 웨일즈 사람들의 자존심을 영국 영화 특유의 넘치는 위트로 그린 영화였다. 영국식 영어와 영화에 모두 조예가 깊던 어떤 여자후배가 웨일즈 방언의 독특한 억양이 또 다른 묘미라고 했지만 내 귀에는 그게 그거였다.
아무튼 영국 각 협회들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9명으로 구성되어 2/3의 찬성으로 가결되는 FIFA규칙위원회에서 이들 영국 협회들은 각각 한자리씩을 차지한다. 즉 영국 협회들의 동의가 없으면 규칙개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종목들에 비해 축구는 룰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비견한 예로 2명의 선수교체 규정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처음 적용됐다. 그 이전까지는 부상선수가 발생하여 경기를 계속 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도 빠진 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FIFA의 A대표팀의 자격조건도 특이하다. 세계적으로 이중국적을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추세에서 특정국가의 17세이하, 19세이하 청소년대표로 뛰었어도, 또 다른 국가의 A대표로 뛸 수 있으며, A대표는 국가대표간의 A매치에 단 1초라도 필드를 밟아야지 인정받는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전차군단을 진두지휘하며 스타로 부상했던 메수트 외질이 바로 그렇다. 외질은 독일태생이지만 부모가 모두 터키 이민자들로 독일, 터키국적 모두를 갖고 있었다. 일찌감치 천재성을 발휘했던 외질은 독일과 터키의 관심과 양국의 논란의 초점이었다. 특히나 당시 터키에서의 구애는 실로 열정적이었다. 그런 외질을 수호하고 논란을 잠재우기 위하여 독일은 2009년 외질을 대표팀에 전격 발탁, A매치에 단 3분 동안 출전시킴으로서 외질을 지켜낼 수 있었고 외질은 터키 언론들로부터 일제히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공교롭게도 2012 유로예선 독일과 터키는 한조에 편성되었었다. 마침 터키 감독으로 부임한 히딩크 감독은 "외질의 독일 여권은 가짜다. 문서는 독일 국가대표선수로 뛰는 것을 승인 받기 위해 위조됐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 말을 전한 외신들의 번역상의 오류였다고 하지만 히딩크가 누구인가.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심리전의 달인이 아닌가. 분명히 독일의 핵심이었던 외질을 흔들기 위한 전략이었으리라. 그런 히딩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터키는 독일에게 밀려 2012 유로 예선에서 본선에도 오르지 못하고 탈락 했고, 히딩크는 그의 성공신화에 오점을 남겼다.
현재 북한의 A대표이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인민 루니’ 정대세 역시 또 다른 측면에서 특별한 케이스다. 정대세의 국적은 잘 알려졌다시피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이다. 그러나 그는 초·중·고·대학까지 모두 조총련계 학교를 다녔다. 그가 조총련계 학교를 다녔던건 민족교육을 원했던 그의 부모가 집근처에 마땅한 한국학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출중한 기량을 지녔지만 한국은 그를 발견하지도 주목하지도 않았다. 국가대표로서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축구선수로서는 누구나의 꿈이다. 그가 A대표가 되는 방법은 한국의 19세이하 청소년 대표였던 이충성(일본명:리 타다나리)처럼 일본에 귀화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일찍이 정대세의 능력을 알고 있었고 그가 절실히 필요했던 북한이 FIFA에 특별청원을 넣어 그는 북한국가대표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토록 소원하던 월드컵까지 출전하여 첫 경기였던 브라질과의 대전에서 그렇게도 인상적이던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박주영에 필적하는 톱 스트라이커를 어처구니 없이 놓친 것이다.
첫댓글 축구가 뭐길래???에공
영화 “잉글리쉬맨” 안보셨걸랑 꼭 보셔요. 휴 그랜트 주연..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