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달러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은 언제일가? / 4/21(금) / 동양경제 온라인
금(GOLD) 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역시 계기가 된 것은 지난 3월 10일 벌어진 미국 SVB(실리콘밸리뱅크)의 경영파탄이다.
이를 발단으로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한꺼번에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국제지표인 뉴욕(NY)상품거래소(COMEX)의 금 선물 가격은 순식간에 1트로이온스(약 31.1g)=2000달러 선을 회복하는 양상을 보였다.
■ 경기침체 우려는 '금값 버팀목'으로
2월의 칼럼 「지금은 「금을 살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2월 12일 배신) 집필시에는, 금은 1800달러대 초중반으로 추이하고 있었으니, 시세는 단번에 10%이상이나 상승한 계산이 된다.
무엇보다 방향성이야말로 정답이었지만 SVB 파탄 등 예상 밖의 전개에 도움을 받은 것도 분명하다. 당초 예상으로는 FRB(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년 이상 적극 금리인상을 단행한 영향으로 경기가 악화, 그 결과 경기후퇴에 빠질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금 수요가 시세를 끌어올리는 시나리오를 상정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은행 파탄이라는 예상 밖의 위기가 발생함으로써 향후 전개에 관해서는 상당히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금시장의 앞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의 경기둔화나 경기후퇴에 대한 염려가 앞으로도 시세의 큰 버팀목이 된다」라고 하는 견해는, 바꿀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미 여러 중요한 경제지표가 미국 경제의 둔화를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4일 발표된 2월 구인노동이동조사(JOLTS)에서는 구인 수가 전월 대비 63.2만명 대폭 감소해 2021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또 3일 발표된 3월 ISM 제조업경기실황지수도 46.3으로 5개월 연속 부진 분기점인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5일인 3월 ISM 비제조업 업황지수도 51.2로 전달의 55.1에서 예상 이상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3월 고용통계(7일 발표)에서는 비농업부문 일자리 수(NFP)가 전월 대비 23.6만명 증가해 거의 예상대로 나타났으나 정부를 제외한 민간 일자리 수는 180.9만명으로 예상 이하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약세 경제지표로 미국 경기가 후퇴하고 있다는 인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기후퇴 우려가 커지면 주가 조정 압력이 높아져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의 도피처로 금시장이 꼽힐 가능성은 높다. 그럴 경우 금값이 더 오르는 전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Y금 선물은 종가 기준으로 보면 6월에는 이미 2020년 8월 8일에 매긴 1트로이온스=2051.5달러의 사상 최고치를 사정거리로 잡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변동률)은 한때에 비해 안정되어 있지만, 언제 최고치를 경신하는 전개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에 발이 묶일 위험도
이 같은 금에 대한 강세 전망에 사각지대는 없을까. 한마디로 단기적으로는 과매수라고 해도 좋고, 어떤 계기로 포지션 정리 매도에서 언제 크게 밀릴지도 모른다.
그럼 그러한 매도의 계기가 될 만한 재료는 무엇인가 하면,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인플레 고공행진의 염려다. 이 경우는 FRB가 금리인상을 계속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견해에서 금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에 일련의 은행파탄이 초래한 가장 큰 문제는 사실상의 금융완화로 진정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대두됐다는 점이다.
연준은 SVB 등이 파산한 뒤 비슷한 문제가 다른 은행으로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 대출한도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당국의 신속한 행동으로 위기 확대를 억제할 수 있었던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당연히 부작용도 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양적완화책(QT)에 따라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꾸준히 축소되다가 이번 대출 확대로 제동이 걸리면서 다시 증가하고 말았다.
또 앞으로도 금융기관에 비슷한 문제가 생길 경우 당국이 신속하게 구제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도덕적 해이가 생길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내다보고 투자자들이 다시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게 되면 자산가격의 고공행진과 왕성한 소비의욕을 불러일으켜 가라앉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유가의 앞날이다. 지난 4월 3일 OPEC 플러스(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가 하루 100만 배럴(배럴은 약 159리터)을 웃도는 추가 감산을 내놨다.
단독으로도 하루 5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고 밝힌 사우디아라비아가 리더십을 취하는 형태로 마련한 이번 감산은 지난 5월부터 시작돼 연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월 말 기준 배럴=70달러대 중반에 있던 WTI 유가는 대폭 감산 결정으로 80달러 고지까지 단숨에 값을 회복했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이르면 4~6월 중 배럴=100달러 선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 이번 감산으로 정말 수급이 긴축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70달러대에서의 추가 가격 하락은 용납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보여준 영향이 크다. 설사 다시 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OPEC 플러스는 또다시 추가 감산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속셈에서 투기적 매수세를 불러들일 가능성이 높아 100달러대 도달도 의외로 빨리 이뤄질지 모른다.
원래 예년 4월부터 5월까지는 여름철 드라이브 시즌 도래에 대비해 휘발유 수요가 증가하고 유가도 그에 따라 상승하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지난해 여름 이후 오히려 인플레이션 억제 요인이었던 에너지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진정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그때까지는 시세도 불안정한 가격변동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거듭 말하지만 안전자산으로서의 금 수요는 앞으로도 큰 상승요인이 된다. 다만 물가에 관해 다시 강세 데이터가 나오면 FRB의 금리인상 지속 관측이 강해져 금리상승이나 달러화 강세 진행에 염증을 느끼는 형태로 금이 크게 팔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두는 것이 좋다.
앞으로 연준이 자신 있게 금리인하로 돌아설 수 있을 정도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라앉으면 금은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 ETF(상장투자신탁)를 포함한 금을 매매하는 경우는, 향후도 물가 관련 지표를 노려보면서, 상당히 불안정한 시세 전개가 계속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