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토란국을 먹는 까닭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 토란이 전파된 것은 기원전 4,000∼5,000년경으로 추정되며 “고고학적으로는 증명되지 않으나 민속학적으로는 일본에서 토란을 재배한 것은 벼 재배 이전인 것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토란이 농사가 쉽고 수확량이 많으며 저장성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열대식물이니 한반도의 토란 유입은 일본을 통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또 일본에서처럼 벼농사 그 이전부터 토란을 재배하여 먹었을 수도 있다. 토란은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므로 옛날 한반도 남부지방에서는 이 토란을 식량 작물로 삼았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토란을 먼 옛날에 식량 작물로 귀중하게 여겼을 것으로 짐작하게 해주는 민속 음식이 있다. 추석 제사상에 오르는 토란국이다. 제사 음식은 조상이 먹는 음식이다. 그래서 조상이 즐겨 먹었을 것으로 전하는 음식을 올리게 되는데, 시대와 자연환경의 변화와 관계 없이 그 옛날의 음식을 진설하려는 관습이 있다. 따라서, 제사 음식에는 먼 옛날 음식의 흔적이 남아 있게 마련이며, 특히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음식인데 제사에 쓰이고 있는 것이면 그 흔적이 더욱 짙은 음식이라 추정할 수 있다. 추석 제사상의 토란국은 벼농사가 시작되기도 전의 머나먼 옛날에 한반도의 조상이 가을날 먹었던 끼니가 화석처럼 굳어져 있는 것이라 짐작하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