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한글 정책
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하신 지 580돌을 맞이히는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를 기리고, 한글의 우수성을 자랑하며 한글 전용과 한글사랑을 하자며 매년 한글날 기념행사를 해온 지도 77년째다.
말과 문자는 나라마다 서로 다르고, 말은 있으되 문자가 없어 다른 나라의 문자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들도 허다하다. 조선시대에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말은 있으되 문자가 없어 명(明 지금의 중국) 나라의 한자(漢字)를 우리글로 배우고 쓰며 살아왔다.
이에 세종대왕은 한자는 뜻글이라 배우기도 어렵고 쓰기도 어렵다며, 한자를 배우는 어리석은 백성들을 안타까이 여겼다. 글로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긴 세종대왕은 세종 28년(1446년) 다음 같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을 반포하셨다.
"우리말이 명나라와 달라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아니한다.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가엽게 생각하여 새로 28글자를 만드니 모든 백성들로 하여금 쉬이 익혀 날마다 쓰는데 편하게 할 따름이니라"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쉽게 배우고, 쉽게 익힐 수 있는 글자를 만드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았다. 명나라를 상국으로 섬기던 시대라 유학파 최만리 등 집현전 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한 것이다.
한글보다 외래어를 즐겨 쓰는 한국인들의 풍조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한 뜻과 달리 외래어 문자 사용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해방 이후 국민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한글을 배우면서 한글 전용화가 실시되었다. 일부 병행해서 쓰던 한자가 점점 퇴조되고, 서양 문화를 접하면서 영어권 외래어와 외래문자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정부기관이나 지방행정기관, 사회단체의 일부 명칭에서부터 공문서까지 외래어와 외래문자를 예사롭게 쓰고 있다. 국민을 선도해야 할 신문이나 방송, 패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거리에 간판들이나 건물이름, 아파트 명칭을 비롯해 일상생활용어, 음식이름 등 새로운 외래어 문자들이 봇물터지듯 범람하고 있다.
거리에 나가보면 간판이나 건물, 아파트 등 읽기조차 어려운 이름들이 많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외래 문자나 한글로 쓴 외래어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업소 간판들을 살펴보면 HOLIKA, OLIV YOUNG, KFC, RCAMSAI, LENS TOWN, 포토시그니처, 포슈 엔 쿡 등 간파만 보면 무슨 뜻인지 알기는 고사하고, 읽기조차 어려운 문자들이다.
아파트단지의 이름도 외래어가 넘쳐난다. 아파트가 처음 선보일 때는 건설사들이 일본의 '맨션(대저택)'을 사용하는 곳이 많았다. 1976년 박정희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아파트에 외래어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자 무궁화, 진달래, 개나리 등 꽃이름을 사용한 아파트가 생겨났다.
그 후 외래어 제한이 풀린 2000년 전 후에는 외래어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이파크, 센트럴파크, 힐스데이, 팰리스. 더휴 에듀파크, 래미안자이, 플러스빌, 푸르지오 등 수도 없이 많은 외래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 이름의 의미를 알고 거주하는 주민이 몇 명이나 될까 의문이 든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이름을 영어로 하는 것은 우리말 보다 고급스럽고 우월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부추기는 것이다.
북한의 우리말과 한글 전용화 사정은 어떠한까?
북한이 한국보다 잘하는 게 하나 있다. 북한은 해방이 후 조선어 글 전용화 정책을 펼쳐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의 외래어 사용과 북한의 우리말 전용 사례를 보면, 슬리퍼- 끌신, 립스팈-입술연지, 마스카라-눈썹 먹, 에어컨- 냉풍기, 다이어트-살 까기, 파머-볶음 머리, 스마트폰-지능형 손전화기, 선 글라스- 검은빛 보안경, 스타킹-하루살이 양말, 팝콘- 강냉이 튀기, 코너킥-모서리 공 등 북한은 순수한 우리말과 한글만을 사용하고있다.
외국인들이 보는 한글은 어떠한까?
노벨문학상 작가 펄벅여사는 "한글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단순 글자이며,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면 어떤 언어와 음성이라도 표기할 수 있는 글자"라고 극찬했다. 영국의 역사학자 존 맨이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칭찬했다.
세계 2,900여 종 언어 가운데 훈민정음이 유네스코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우리나라 문화유산이다. 대한민국 국격이 높아지고, 한글의 우수성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세계 각 대학에서도 한국어과를 설립하고, 한글을 배우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글을 문자로 채택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인도네시아 부론섬의 인구 50여만명 가운데 찌아찌아족이 7만여명을 찾이하며, 이들은 바우바우시의 소라올리오마을, 바따우기군, 빠사르와조 군에 모여살고있다.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부족의 문자로 채택한 지 17년이다. 바우바우시는 지난 2009년 훈민장음학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찌아찌아 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안을 채택하고, 소라올리오 마을의 초등학교에서 수업하도록 했다. 찌아찌아족 초등학교에서 찌아찌아 어를 한글교재로 배운다. 찌아찌아족은 한글 수출 1호 사례로 꼽힌다.
첫해에는 교재 집필에 참여한 현지인 아비딘 씨가 가르쳤고, 2010년에 정덕영(58)씨가 유일한 한국교사였다. 2014년 지인과 동창이 주축으로 출범한 '한국 찌아찌아문화교류협회'를 통해 소액 기부금 후원을 받아 교육을 이어갔다. 현지 한글교사를 양성하고, 한국정부와 지방정부가 도움을 주는 것이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정신에도 부합된다.
한글의 과학성 독창성을 말로만 추겨세우고, 칭찬하는 형식적인 기념행사만 할 일이 아니다. 우리 글에 대한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 '굴러온 돌이 밝힌 돌을 빼낸다"는 속담도 있다.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한글이 설자리를 잃고, 외래문자에 자리를 다 내줄지도 모른다. 외래문자에 밀려 한글이 퇴색되어 가는 현실을 세종대왕이 지하에서 안 신다면 어떤 생각이 드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