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에 약품 도매업 도전…25년 만에 매출 3조원 눈앞
조선혜 ‘지오영’ 회장은 첨단 물류시스템, 정보기술(IT) 도입 등 업계 최초를 시도했다. 회사 이름은 조 회장이 직접 지었다. ‘지오그래픽(geographic)’과 ‘榮(영화로울 영)’의 조합이다. [사진 신인섭 기자]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매출순위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중 여성은 단 5명. 권선주 IBK기업은행장과 최연혜(현 국회의원)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전문경영인이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은 오너 일가다. 조선혜(61) 지오영 회장만이 유일하게 자수성가한 여성 CEO다. 지오영은 의약품 유통회사로 전국 최대 네트워크를 구축해 약 업계 최초로 2013년 단일법인 1조 매출, 지난해 그룹 전체 2조원 매출을 달성했다. 요즘 주가가 치솟고 있는 한미약품보다 빠른 행보다.
의약품 유통 ‘지오영’ 조선혜 회장
약대 졸업 후 병원 근무하다 창업
없는 약 없고 하루 2~3회 배송 강점
거래처 1만 곳…중국 진출도 준비
지난달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지오영 사옥에서 만난 조선혜 회장은 “올 상반기 매출이 1조46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증가했다”며 “올해 3조원 매출을 달성해 약 업계의 리더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야 약을 만드는 제약 업체는 연구개발(R&D)이 활성화되고, 약을 유통하는 유통 업체는 혁신적인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약 유통업계에서 ‘선도자’로 통한다. 2007년 인천에 업계 최초로 자동화 물류센터를 설립했고 웹을 통한 주문시스템을 구축했다. 영업사원은 영업과 서비스를 담당하고, 배송은 물류센터에서 진행하는 ‘상물 분류’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그는 “제약업체의 R&D 투자는 신약 개발이고, 유통업체의 R&D 투자는 IT시스템과 물류기반 구축”이라며 “남이 장사를 할 때 우리는 길을 닦았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제2물류센터를 오산에 건립 중이고, 계열회사 뿐 아니라 전국의 약국을 통합하는 차세대 정보기술(IT)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조 회장은 연이은 약값 인하와 그에 따라 줄어드는 마진을 해결할 방법을 사업 다각화에서 찾는다는 전략이다. 2014년 삼성물산 자회사인 대형병원 진료재료 구매대행 서비스업체 ‘케어캠프’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제약사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컨설팅해주는 ‘포커스메드코리아’를 설립한 것도 그래서다. 조 회장은 “기능성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도 곧 출시해 전국 유통망 위에 얹을 것”이라며 “새로운 IT·물류 통합시스템이 정착되면 모바일 앱을 통해 중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약사 출신이다. 숙명여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인천병원 약제과장으로 재직하다 1991년 서른일곱이라는 늦은 나이에 의약품 도매시장에 뛰어들었다. 지오영의 장점은 국내 모든 약품을 구비한 것과 하루 2, 3회의 배송이다. 인수합병을 통한 지역 영업망 확보와 물류센터 구축 덕분이다. 그는 “약품 유통업체의 낙후된 시스템을 보면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며 “작은 규모로는 외국계 기업과 경쟁이 힘들고, 또 국내 의약품 유통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규모의 경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경희의료원 의약품 독점 공급(연 750억원 규모)을 비롯, 대형 병원과 전국 1만여 곳 약국에 약을 납품하고 있다.
글=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