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오장 마옥(魔獄), 탈출(脫出) - 3
- 유령이 밝은 세상으로 나오다.
‘내, 저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다. 신은 뭐 하다가 저런 괴물 같
은 놈을 만들어 놓았나?’
흑사월의 교주인 천사월 유종금은 속으로 혀까지 차며 한탄을 했
다. 그가 나름대로 알고 있는 삼공의 실력으로 두 괴물들에게 달
려든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다른 세 명의 사패천들도 태공과 비공에게 삼가 애도의 뜻을 표
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봉성이 아무리 무서워도 그들 편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지금 그들에게 소원이 있다면, 단 한시라도
빨리 단엽의 근처에서 멀리 도망가는 것뿐이었다.
태공과 비공은 관패의 패도적인 무공에 잠시 할말을 잃었다. 머
리가 산산이 부서진 검공의 죽음을 슬퍼할 처지도 아니었지만, 그
들은 그럴 시간도 없었다. 이미 피 맛을 보았고, 살심이 치솟은
관패였다.
“이, 쌍놈의 새끼들아! 나 부모 없이 컸다. 왜? 그래서 내가 배운
거라곤 사람 죽이는 것 밖에 없다.”
고함을 내지른 관패가 두 자루 도끼를 휘두르며 태공과 비공에게
달려들었다.
“이, 이놈이.......”
당황한 태공과 비공은 빠르게 방어 자세를 취하며 관패에게 협공
으로 달려들었다. 하나 시간이 여삼추요. 밖이 그리운 마음은 단
엽이나 사패천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시간을 끌, 일이 없었다.
관패가 도끼를 휘두르는 순간, 단엽의 신형이 태공의 면전을 향
해 날아가며 전음을 날렸다.
- 관패, 비공만 상대해라.
그 말이 채 끝을 내기도 전에 관패의 쌍 도끼가 진산마극의 초식
으로 비공을 내리찍었다.
비공은 자신이 가장 자랑하는 장끼인 신법을 펼쳐 도망치려 하였
다. 그러나 그의 신법이 단엽의 유령신법과 비교할 수 없었고, 무려
백여 차례나 단엽과 겨룬 관패에게 통 할리 없었다.
하나의 도끼가 비공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관패의 몸
이 회전하며, 또 하나의 도끼가 벼락처럼 내리 꽂혔는데, 그 도끼는
이미 그의 또 다른 도끼를 피하며, 비공이 움직인 곳을 향해 정확
히 내리치고 있었다. 물론 관패와 비공과의 거리가 좀 있었지만,
도끼에서 뿜어진 기의 날카로움은 그 거리를 처음부터 무시하고 있었다.
“사각”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비공은 정확하게 두 쪽이 나고
말았다. 머리에서 사타구니까지 반으로 갈리지는 모습은, 사과가
과도에 쪼개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르다면 사과는 밖이 붉고 비공은 안이 붉은 차이랄까?
이미 단엽의 신법에 익숙해 있었던 관패가, 두 자루 도끼를 교묘
하게 섞어, 처음의 공격은 내공을 주입하지 않은 허 초로 비공을
유인하였고, 그 허초를 피하는 비공에게 다른 하나의 도끼로 진짜
살수를 펼친 상황이었다.
관패의 내공이나 초식 그 자체는 예전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
만, 초식을 운용하는 방식과 전투 기술은 단엽과 겨루면서 급상승을
이룬 상황이었다.
관패가 비공을 죽이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서 보니, 태공은 이미
죽어 있었고, 그 옆에서 단엽이 단정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사패천이 질린 얼굴로 엉거주춤 서 있었는데, 그들의 눈엔
찬탄과 존경심, 그리고 두려움이 대충 섞여 있었다.
관패가 비공을 처리하고 나자 단엽이 돌아서서 사패천을 보고 말
했다.
“이제 그만들, 갈 길을 가라!”
그 말이 떨어지자 사패천은 슬그머니 그들을 스쳐 호령곡 입구를
향했다. 처음엔 어기적거리며 걷던 그들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
더니, 나중엔 발이 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녹림채로 돌아가면, 저 인간들이 죽었다는 확신이 설 때까
진, 절대 숨어 살겠다.’
‘씨펄, 신인지 뭔지, 이 엉터리 새끼들은 뭘 하다가 저런 괴물 종
자들을 세상에 내 놓았냐? 저, 괴물들이 살아 있는 한 강호에 대한
미련은 버리겠다. 크흐흑, 역시 그냥 내 집에서 신선놀음이나 하
는 것이 제일 좋아.’
‘난 바다 가운데에 있으니, 살아서 저 새끼들을 다시 만나지 않겠
지. 그것으로 행복하다.’
‘살수행을 함에 있어서, 단가와 관씨는 무조건 받아 드리지 않겠
다.’
도망가는 자들의 처절한 외침이었다.
그 이후 청죽림에서는 단가와 관씨에 관한 청부는 받지 않는다.
라는 새로운 살수 규칙이 생겼으며, 녹림채에서는 덩치가 산만하고
대머리에 두 자루 도끼를 쓰는 자나, 그를 하인으로 데리고 다니
는 인간이 있으면, 십리 밖에서 도망치라는 규칙이 생겨났다.
바다를 주름 잡는 해적들의 배에는 단엽이나 관표의 초상화를 붙
이고, 그 초상화와 비슷한 인간이 있는 배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
으며, 흑사월에서는 단씨와 관씨는 교도로 받지도 않았고, 혹여
시비가 붙어도 피해 갔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흑사월의 교칙에 지옥엔 오로지 단씨만 살고, 극락엔
단씨와 관씨가 없는 곳이라고 써 놓았겠는가?
그러나 그런다고 강호 밥을 먹는 그들이 단엽과 관패를 피해 갈
수 있을까?
단엽은 사라지는 사패천을 보면서 관패를 돌아보았다.
“관패, 천혼마인들을 부르게.”
“알았소.”
관패는 뭔가 아쉬운 눈초리로 태공을 보면서 회파람을 불었다.
그는 아직 속에서 끓고 있는 전투 본능을 완전히 해갈하지 못한 것
같았다.
관패가 그 기분을 억누르고 회파람을 불자, 동굴 속에서 무엇인
가 꿈틀거리며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아홉이나 되는 사람들이 나
타났다. 나타난 자들은 모두 벌거숭이였고, 눈동자가 흰자위만 있
는 것이 무척 괴기스러워 보였다. 이들이 바로 사패천이 삼십년
세월동안 만들어 놓은 천혼마인들이었고, 그들이 천금마옥을 탈출
하는 대가로 단엽에게 바친 선물이기도 했다.
처음 사패천이 천금마옥에 들어왔을 때, 그 안에는 무려 삼 십
여명이나 되는 마인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약 십년에 걸쳐 몇
명의 마두들이 더 안으로 들어왔다.
새로 들어온 마인들은 사패천의 먹이가 되었고, 기존에 살아 있
던 마인들은 사패천에게 차례대로 제압당해, 지혼마인과 천혼마인
으로 만들어졌었다.
관패는 나타난 천혼마인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주공, 설마 저들을 데리고 나가려는 것은 아니겠죠?”
“이들을 호령곡 한쪽에 숨겨 놓고 나가자. 어차피 굶는다고 죽는
인간들도 아니고, 차후에 필요할 때가 있겠지.”
“그거 좋은 생각이오.”
관패가 찬성하면서 결론은 내려졌다.
검 끝이 부르르 떨렸다.
그의 검에서 밝은 광채가 은은한 청색의 기운을 뿜어내면서 사방
을 좌우로 베어 가고 있었다. 이는 바로 소천 대검식의 청기종횡
단점(淸氣縱橫斷點)이었다.
진충의 소천대검식은 이미 십성의 경지를 넘어가고 있었다.
진충은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다시 한번 자신이 펼친 검법을 되
새겨 보았다.
몸 안에 충만한 유령신공이 그의 마음을 가볍게 씻어 주며, 검법
의 오의가 새롭게 그의 가슴을 들뜨게 하였다.
“소천대검식은 의외로 유령신공과 궁합이 잘 맞는다. 아마도 그
때문에 나의 스승께서는 내게 이 소천 대검식을 배우게 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소천대검식을 배운 후, 얼마 전에야 내가 유령신공
을 익힌 것을 알았다. 그래서 유령신공에 소천대검식을 완전하게
녹이지 못했었다. 그러나 너는 차후에 소천대검식을 익히게 된다
면 반드시 유령신공과 하나로 녹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사공운의 가르침이 아직도 그의 귀에 살아남아 맴돌고 있었다.
이미 유령신공은 완전하게 삼 단계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죽은
배교의 장로가 남긴 내단 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천대
검식도 거의 완벽한 경지에 도달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유령
검법의 세 초식은 뜻을 품은 순간 이미 형이 되어 나갈 정도로 익
히고 또 익힌 상태였다. 단지 세월의 흐름을 잊은 상태라 자신이
얼마나 많은 시간에 걸쳐 무공을 연마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진충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유령둔형보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보법의 기초 걸음인 음영잠(陰影潛)에서 유령미기(幽靈微機), 십
팔유령환(十八幽靈幻)을 걸쳐 유령보법의 최고 절기인 둔형잠(遁
形潛)에 이르기까지 그의 신형은 거침이 없었다.
십팔유령환은 유령신법에도 있는 초식이었지만, 보법과 신법의
운용은 조금 달랐다. 그러나 기본 방식은 같아서 서로 비슷한 면이
많았다.
사공운이 진충에게 유령신공을 전수할 때, 그에게 완벽한 초식으
로 끝까지 다 가르쳐 준 무공은 유령보법과 유령신권이었다. 그
외에 유령살수나 유령신법의 마지막 초식인 유령이환공, 그리고
유령신공 사단계 이상은 유령문의 직통 후계 단 한사람에게만 전
수 하게끔 유령문에서 정해져 있었고, 유령검법의 후 이식은 차후
에 소천대검식을 익히면서 함께 익히려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아서 전수 하지 않았다. 대신 사공운은 진충에게 유령검법
의 단 세초식만 완벽하게 익히도록 한 적이 있었다.
유령신권마저 전부 펼쳐본 진충은 이어서 유령검법의 세 초식을
펼쳐 보았다.
유령의, 유령무혼, 유령섬쾌의 세 초식이 천천히 그의 몸에서 뿜
어져 나왔다. 비록 단 세 초식뿐이지만, 그 세 초식에 관해서는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 진충이었다.
“소천대검식을 주 검법으로 사용하되, 유령검을 보조용이나 암습
용으로 사용한다면, 그 어떤 무공과 겨루어도 지지 않을 것이다.”
사공운의 말이었다.
진충은 자신이 지닌 모든 무공을 전부 펼쳐 본 다음, 제 자리에
선채 수정관을 보았다.
‘주모님, 조금만 참으십시오. 주공께서는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
다.’
진충은 사공운을 믿었다. 언제이고 자신과 주모를 구하러 올 것
이다. 그때를 믿고 준비해야 할 것 많았다. 우선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 하지만 이제 혼자 무공을 익히는 것은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 그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실전이었다. 그러나 한정된 동굴 안
에서 실전할 수 있는 고수가 있을 리 없었다.
‘이 안에 있다는 밀실을 찾아보자.’
진충은 광혼인이 방안 어딘가의 밀실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
었다.
배교의 장로라는 노인의 글에 그 밀실로 통하는 문이 어디에 있
는지도 이미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엔 광혼인을 지키는 수호
사자가 있다고 했었다. 이들 또한 일종의 강시대법으로 만들어진
생강시로 그 실력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고 적혀 있었다.
생강시란 말 그대로 산사람을 잡아서 강시로 만드는, 극악무도한
대법으로 탄생한 강시를 말하는데, 생강시의 위력은 만든 사람과
강시가 된 인물이 얼마나 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결
정된다고 하였다.
문제는 무공이 일정 이상 강한 자는 이 생강시를 만들 수 없다.
이유는 강시 대법을 펼치는 자가 생강시로 만들려는 자보다 최소
배 이상의 내공을 지니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 안에 있는 생 강시들의 능력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었다. 그
생 강시들을 만든 사람이 바로 배교의 장로로 진충에게 내단을
남긴 아사랍 노인이었기에.
진충은 잠시 더 생각에 잠겼다.
그 동안은 자신이 생 강시들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지
만, 지금은 충분히 해 볼만 할 것 같았다.
‘내가 죽으면 주모님을 지킬 사람이 없다.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배교의 장로라는 노인이 적은 대로라면, 지금 내 실력으로 그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 해보자. 지금 내 실력을 알아 볼 수 있
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어차피 실전이 필요한 상황 아닌가?’
진충은 결심을 하자, 수정관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 벽을 향해 걸
어갔다.
마치 대리석처럼 반질반질한 벽면은 아무리 보아도 이음새가 없
는 것처럼 보였다.
벽의 한쪽에는 돌 탁자가 놓여 있었고, 그 돌 탁자 위 면에는, 봉
성의 역대 조사들 얼굴이 선명하게 음각되어 있었으며, 탁자의 정
가운데는 커다란 돌 기둥하나가 탁자에 박힌 것처럼 돋아나 있었다.
진충은 망설이지 않고, 그 돌 기동을 왼쪽으로 반 바퀴 돌려 위
로 잡아 뽑았다. ‘스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돌아간 돌기둥이 위로
올라오자, 진충은 다시 돌기둥을 오른쪽으로 반 바퀴를 돌려놓았다
. 그러자 돌기둥은 어딘가에 걸린 듯 제자리에 멈추었다.
탁자 아래로 내려온 진충이 이번에는 돌 탁자를 한쪽으로 밀어내
었다. 그러자 돌 탁자가 어렵지 않고 한쪽으로 밀려 나며, 그 자
리엔 암 도가 나타났고, 그 암 도를 따라 돌계단이 가지런하게 나
있었다.
진충은 망설이지 않고 그 계단을 밟고 아래로 내려갔다.
어두컴컴한 실내였지만, 이미 유령신공이 삼 단계에 이른 진충의
유령안에는 그다지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약 일각 정도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자 거대한 돌문이 그의
앞길을 막아섰다.
돌문의 정 가운데엔 ‘광혼문(狂魂門)’이라고 정교하게 음각된 글
씨가 보였으며, 그 글씨는 붉은 색을 띠고 있었는데, 아마도 인간의
피를 글씨체에 물들인 것 같았다.
진충이 돌문에 있는 다섯 개의 돌 단추 중에, 아래에서 두 번째
단추를 누르자 돌문은 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저절로 열렸다.
진충은 마른 침을 삼키고 잠시 멈칫하다가 용기를 내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진충이 앞으로 한 발을 디디는 순간, 그의 머리를
향해 무지막지한 경기가 내리쳐 왔다.
‘생 강시다.’
진충은 순간적으로 자신을 공격한 것이 누구인지 알았다. 하긴
지금 이 곳, 암 도안에 사람이라곤 자신 밖에 없으니, 그것은 당
연한 추론이었다.
평시엔 가사 상태로 자신의 모든 생체 기능을 죽이고, 몸의 에너
지를 밖으로 유출시키지 않으며, 누군가가 접근하면 그것을 신호로
깨어나 상대를 공격하게 만들어진 강시.
그들의 후각과 정신은 이미 자신들이 공격하지 말아야 할 자가
입력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진충의 냄새나 모습은 생 강시들에게
생소했고, 당연히 공격의 대상이었다.
문을 여는 소리에 잠에서 깼고, 문을 여는 순간 후각이나 진충의
모습을 보고 적임을 알고 공격했으리라.
진충의 유령신공으로도 감지하지 못했던 생 강시들의 공격은 마
치 어둠을 가르는 번개 같았다. 다급한 진충은 양 주먹을 연달아
휘두르며, 유령신권의 유령삼점 초식을 무려 여섯 번이나 후려치고
, 유령보법의 음영잠을 펼쳐 상대의 공격을 피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퍼퍽,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뒤로 튕겨지며 나뒹구는 소리
가 들려왔다. 그러나 진충은 쓰러진 상대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
진충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두 가닥의 도기
가 그의 양 옆에서 그를 대각선으로 가를 듯이 날아왔던 것이다.
진충은 유령보법내의 유령미기를 운용하여 미끄러지듯이 한쪽으
로 물러섰다. 그리고 이미 뽑아든 검으로, 산월탄검우의 초식을
펼쳤다. 그의 검에서 뿜어진 검기가 사방으로 비산하며 마치 우산
을 펼친 것처럼 폭사되어 나갔다.
“파바밧, 팍”하는 기음이 연달아 들리며, 진충을 공격하던 도기가
멈추었다.
그리고 진충의 눈에 들어온 곳은 약 백오십 평 정도의 넓은 방이
었고, 방에는 무려 아홉 개의 돌기둥이 삼장 높이로 나란히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방의 바닥에는 세 구의 시체가 널 부러져 있었는데
, 그들의 옆에는 박도가 하나씩 떨어져 있었다.
쓰러진 자들 중, 하나는 얼굴이 부서지고 가슴이 터져 나가 있었
으며, 두 구는 온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유령신권과 소천대검식에 쓰러진 생 강시들이었다.
쓰러진 생 강시들을 지나, 방의 한쪽 벽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
곳에는 검은 관 하나가 있었으며, 그 관에는 검은 액체가 가득 들어
있었고, 그 액체 안에는 한명의 노인이 누워 있었다.
얼굴 안면만 내 놓고 잠자듯이 누워 있는 노인의 모습은 평화로
워 보였다.
진충은 그 노인이 현재 광혼인으로 제련된 자임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진충이 밀실을 점거하지만 않았으면, 벌써 세상을 헤집고 다
녔어야 할 괴물이었다. 지금 노인은 관 안의 액체로 인해 생명이
유지되고 있었으며, 현재 광혼인은 완전하게 제련이 된 상태였다.
단지 주인인 담사우가 섭혼대법으로 깨우기도 전에 밀실이 점거
당한 상황이라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봉성은 강제로
밀실의 문을 열지 못하고 기다리는 중이라 할 수 있었다.
즉 이 광혼인 노인은 진충과 용설아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광혼인의 특색이라면, 광혼인이 되어 그 무공자체가 높아지는 것
이 아니라, 무공이 높은 자를 쉽게 자신의 종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광혼인으로 누워 있는 인물 역시 최소
한 그 만한 가치가 있는 고수일 것이라 생각했다.
‘노인이 말하기를 광혼신단이면 우내 육존이라도 그 약 기운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저 노인이 혹, 우내 육존
중 한명이 아닐까?’
진충은 그렇게 짐작했지만, 더 이상 노인에게 시선을 줄 수 없었
다. 관 옆에 서 있던 다섯 구의 생 강시들 중 세구가 일제히 진충을
공격해왔던 것이다.
“타핫”하는 고함과 함께 진충의 검이 좌우로 휘둘려졌으며, 그
검 끝에는 청색의 검기가 마치 실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끄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세 구의 생 강시 역시 허리와 목이 끊
어진 채 쓰러졌다. 진충은 가볍게 숨을 몰아쉬며 노인에게 다가
섰다. 한데 노인에게 다가서던 진충이 그 자리에 멈추었다.
‘이건 다르다.’
쓰러진 다섯 구의 생 강시 말고 아직 살아 있는 두 구의 생 강시
가 진충에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도가 전의
생 강시들과 큰 차이가 있었다.
진충은 긴장한 채 다가오는 두 구의 생 강시들을 보다가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 두 구의 생 강시 중에 한 구가 누구인 줄 기
억해 낸 것이다.
‘저 자는 혹시 호연광이 아닐까?’
호연광이라면 아주 오래전 담사우의 제자로, 냉면쾌검이란 별호
를 가지고 있었으며, 담숙우의 사제 뻘이 되는 자였다. 한데 어느
날 갑자기 봉성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만약 그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십대 고수 중 한 명이 되었을 것이란 소
문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인물이었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호연광을 진충이 알아본 것은, 그의 이마에
있는 커다란 사마귀와 준수한 얼굴, 그리고 왼쪽 뺨에 있는 검상을
보고서였다.
아직 확정할 수 없지만, 진충의 직감은 그가 냉면쾌검 호연광이
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또 한명의 인물은 누구이고
저 정도의 생강시가 지키고 있는 광혼인은 누구란 말인가?
무엇보다도 호연광과 호연광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또 한명의 인
물을 생 강시로 만든 자의 능력이 놀라웠다. 진충은 호연광을 보
면서 무엇인가 이상함을 눈치 챘다.
‘여기 있는 생 강시는 전부 배교의 장로인 아사랍이 만들었다고
했다. 한데 아사랍의 내공이 무서운 것은 알겠지만, 호연광의 두
배가 될 수 있을까? 설혹 두 배가 된다고 하더라도 생 강시를 만
들려면 안전하게 제압하고 반항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호연광
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이것은 무엇인가 음모가 있었구나.’
사연이 어떻게 된 것 인줄은 모르겠지만, 상대가 호연광이라면
진충에게는 벅찬 상대가 분명했다. 그리고 또 한명의 생 강시 역시
호연광에게 뒤지지 않는 힘을 지닌 듯 했다.
진충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졌다. 그의 손에서 흐른 땀이 그의
검을 미끈거리게 만들었다.
‘좋지 않다. 자칫하면 여기서 뼈를 묻어야하겠구나.’
진충은 자신의 경솔함을 책했지만, 이미 늦은 다음이었다.
첫댓글 ㅎㅎㅎ
잘보았음니다
ㅈㄷㄳ
감사해요~~~^~
잘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ㅈㄷㄱ~~~~~~````````````````
잘읽었습니다
즐독!!!!!!!!!
생강시
즐~!
잘읽었습니다
즐감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잘읽었습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