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한 이후 중국 인터넷에 김정은을 비꼬는 사진과 풍자하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7일 홍콩 대공망(大公網)에 따르면, 포토샵으로 합성된 ‘김정은 체포 사진’이 중국 인터넷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 떠도는 ‘김정은 체포 사진’ 중에는 북한군이 김정은의 양팔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 있다. 김정은이 군부대를 시찰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합성한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은 이 사진을 두고 “김정은이 북한 군에 체포돼 압송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쿠데타군에 의해 체포됐다는 중국 인터넷의 김정은 패러디.
처형에 앞서 양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 법정에서 국가안전보위부원들에게 끌려가는 장성택의 얼굴 부분을 김정은의 모습과 바꿔 합성한 사진도 떠돌아다니고 있다. 김정은이 ‘독재는 부끄러운 일(獨裁可恥)’이라고 쓴 팻말을 목에 걸고 있는 모습으로 합성한 사진도 있다. 중국 인터넷에는 김정은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사진만 모아둔 사이트도 있다. 포털 사이트에 ‘네티즌 패러디 김정은 전집(金正恩遭廣大網友PS恶搞囧圖全集)’을 검색하면 김정은 사진이 여러 장 뜬다. 이 중에는 김정은을 저팔계로 합성한 사진도 있다.
웨이보에서는 ‘죽기 직전 김정일과 아들(김정은)의 대화’라는 제목의 우스개가 인기다. 김정일이 죽기 직전 김정은에게 “주체사상을 지키고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라”는 유언을 남기면서 중국어로 “부야오구푸(不要辜負·기대를 저버리지 마라)”라는 말을 끝으로 숨을 거뒀다고 한다. 그런데 김정은은 이를 “부야오구푸(不要姑夫·고모부는 필요 없다)”로 잘못 알아듣고 장성택을 처형했다는 것이다. ‘구푸’의 중국어 발음이 같은 것을 갖고 우스개로 만든 것이다.
중국 인터넷의 김정은 패러디. 갖가지 헤어스타일로 희화화했다.
한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에 “김정은은 아직 어려 장수한다면 50여년은 더 살 텐데 이번 사태로 그가 고령으로 자연사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썼다.
김정은과 관련한 미확인 소문은 한국에까지 퍼졌다. 중국 네티즌이 근거 없는 내용을 웨이보에 쓴 내용이 국내로 퍼진 것이다. 지난 16일 북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쿠데타를 일으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체포됐다는 소문이 중국발 SNS를 통해 국내로 급속히 확산됐다.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재의 불안정한 북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날 오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선 최룡해가 군부대 시찰 중이던 김정은을 체포해 구금했다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 기사가 빠르게 번졌다. 미국에 서버를 둔 둬웨이가 15일 저녁 웨이보를 인용해 작성한 것으로, “최룡해가 김정은을 체포했으며, 북한은 정변 상태”라는 내용이었다.
중국 인터넷에 뜬 김정은 패러디 영상.
둬웨이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정보의 출처를 ‘웨이보’라고 밝히며 “정확히 확인된 정보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 글은 웨이보에 북한 주민이나 탈북자, 중국 접경지대에 살고 있는 조선족 등이 올린 트위터 글을 보고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웨이보에선 작년 초에도 근거 없이 북한 내 쿠데타설이 유포되는 등 신빙성 없는 루머들이 자주 올라오곤 했다.
하지만 최룡해가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이 글은 SNS를 통해 국내로 급속하게 전파됐다. ‘중국 옌지의 현지 소식통들이 최룡해 쿠데타와 김정은 체포설을 확인했다’는 얘기까지 나와 진실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룡해가 2인자로 떠오르더니 곧바로 쿠데타를 일으켰느냐” “이젠 북한이 무너지는 거냐”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북한이 시끄러우니 별별 소문이 다 나오네”라는 반박 글도 쏟아졌다.
중국 네티즌들이 김정일을 돼지 영상으로 패러디한 것.
이에 대해 통일부 측은 “최룡해가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아무런 징후도 없다”며 “총정치국장은 군을 감시하는 자리지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쿠데타설은 설득력이 전혀 없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북한군에 이상 동향은 전혀 없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내부나 탈북자 등이 지어낸 말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북한 내부 상황이 생각보다 어지럽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글이 유포될 당시 김정은은 최룡해와 함께 최근 사망한 김국태 당 중앙위원회 검증위원장을 조문했다. 또 최룡해를 비롯한 군 수뇌부는 이날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사망 2주기를 맞아 추모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