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매수죄”라는 검찰의 농간 -
- 선행을 처벌하는 사회를 바꾸어야
곽노현이 서울시 교육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하자 조중동 등이 일제히 “2억 매수 범죄자”라는 걸로 걸고 나왔다. 이미 예상했던 바이다. 그런데 “사후매수죄”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1. 매수는 사전에 하는 것이지 사후에 할 수 없다. 가령 “후보 단일화를 위한 사후 매수”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후보 단일화는 사전에 결정해야 결과가 나온다. 결정이 이미 되었는데 사후에 매수할 이유가 있는가?
2. 사전에 매수해놓고 그 댓가로 후불제는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결코 사후 매수가 되지 않는다. 매수는 사전에, 돈은 나중에 준 것일 뿐이다. 따라서 사후매수죄라는 개념은 여기에 적용될 수 없다.
3. 당시 검찰은 사전 매수의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단일화의 과정에 매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검찰도 인정한 바다. 그래서 “사후매수”라는 억지 논리를 만든 것이다.
4. 매수 사실은 없는데 돈은 주었다. 이건 사실이다. 그러니 돈의 성격은 매수이자 댓가용이라고 밀고 나갔다. 매수행위가 없는데 매수의 의도를 가지고 돈을 줄 수 있는가? 돈을 준 이유에서 매수는 배제되는 것이 마땅하다.
5. 그렇다면 남는 것은 뭔가, 왜 돈을 주었는가?
6. 돈을 준 이유에서 매수의 의도는 최우선적으로 배제된다. 곽노현은 당시 교육감 선거에 나섰던 박명기가 선거과정에 생긴 재정적 곤경에 대해 함께 후보로 뛰었던 입장에서 도덕적, 윤리적 책임과 함께 선한 의도를 가진 구제성“부조행위”를 한 것이다.
7.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면 돕는다”, 이것은 인간 사회에서 기본윤리다. 선한 행위를 매도하는 것은 그 자체가 악이다.
8. 문제는 액수였다. 누가 2억을 타자가 힘들다고 줄 수 있는가, 에 대한 판단이다. 통상적이거나 상식적인 수준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9. 그런데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어느 행상 할머니가 자신도 가난하게 살아오면서 평생을 모은 이를테면 10억의 돈을 어느 교육기관, 또는 구제기관에 쾌척하는 소식을 우리는 이따금 듣는다. 우리는 그게 말이 되는가? 라고 하지 않는다. 놀라고 감사해한다.
10. 함께 선거에 뛴 후보가 중도에서 그만 둔 다음 경제적 곤경에 처한 상태를 호소한다면, 이를 외면하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닌가? 만일 곽노현이 그랬다면 그것이 그에 대한 비난의 소재가 되었을 것이다.
11. 자, 이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액수다. 그런데 그 액수는 상대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다면 최적이다. 선거를 치루는 것은 대단한 비용과 출혈도 감수해야 한다. 그걸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곽노현 말고 이에 대한 구제성 부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없다.
12. 그렇다고 곽노현이 이걸 굳히 할 이유는 없다. 그런 의무나 책임은 그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다.
13.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노현은 박명기가 필요한 수준의 돈을 흔쾌히 내놓았다. 더군다나 박명기는 선거에서 경쟁자였지만 진보교육의 동지다. 그리고 경쟁후보였던 그가 후보에서 물러난 상태에, 경제적으로도 곤경에 더는 처하지 않도록 해주었다면, 그것은 잘 한 일인가, 못한 일인가?
14. 그래도 액수가 너무 컸다고 말한다면, 더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 액수는 타자가 결정할 권리가 없다. 마침 그때 그래도 곽노현이기 때문에 그걸 할 수 있었던 것은 박명기에게는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15. 하지만 그런 부조행위가 자칫 매수용이라고 비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처지를 깊이 아파하면서 담아 그랬다면 그것은 남이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용기가 요구되는 선행이다.
16. 선행을 처벌하는 사회는 악을 키운다. 지금 우리가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곽노현과 조희연은 선행으로 처벌받았다. 이건 명백히 잘못되었다.
17. 곽노현은 사후매수죄가 아니라, 선행을 한 때문에 처벌받았다. 이명박 정권의 정치검찰과 사법부의 협잡이 만든 결과였다. 지금 그는 그 잘못을 확실하게 바로잡을 자격을 갖추었다.
18. 곽노현이 뛴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보궐 본 선거는 상대가 누구든 윤석열이다. 그와 한판 싸워 “3중 탄핵”을 달성하겠다고 나섰다. 윤석열 정치검찰탄핵, 윤석열 교육정책탄핵,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윤석열 탄핵의 길로 가는 다리를 놓는 일이다. 반드시 이기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과의 싸움 아닌가.
19. 곽노현은 지금 자신도 미처 상상하지 못한 엄청난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저벅 저벅 걸어 들어갔다.
20. 그와 함께 할 것이다. 이길 것이다. 곽노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