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핼러원데이가 비교적 조용하게 지나갔습니다.
아직도 유족들과 야당 그리고 사회단체 일부에서는 더욱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 걱정도 됩니다만...
“희생을 추모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방송사 화면에 나올 때면 얼굴이 찌푸려집니다.
시내 곳곳에 붙어있는 현수막 문구를 볼 때도 그러합니다.
희생은 추모할 수 없어서 그렇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희생’과 ‘추모’입니다.
고대사회에서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일이 흔한 일이었던 모양입니다.
그 제물이 사람에서 점차 소나 양이 대신하게 되었고
그 대신하는 소나 양이 곧 희생물이 되었겠지요.
‘희생’은 한자로 ‘犧牲’이라 씁니다.
두 글자 모두 ‘牛’를 의부로 하는, 말 그대로 ‘희생’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犧’나 ‘牲’은 ‘사람 대신 바치는 제물의 소’를 뜻하는 글자이고,
‘犧牲’이란 그렇게 ‘대신 제물이 됨’을 뜻하는 말입니다.
‘추모’는 한자로 ‘追慕’라 씁니다.
‘追’는 ‘추격(追擊)’이라는 말의 예처럼 ‘쫒다’라는 뜻의 글자입니다.
‘慕’는 ‘莫’을 음부로, ‘心’을 의부로 하는 글자로
마음과 관계가 있는 ‘그리워하다’라는 뜻의 글자입니다.
용례로 ‘사모(思慕)하다’, ‘흠모(欽慕)하다’, ‘연모(戀慕)하다’, ‘애모(愛慕)하다’ 따위의 말이 있습니다.
용례로 볼 때 그 대상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追慕’란 ‘(어떤 사람을)쫒아 그리워하다’라는 말입니다.
사람이나 음식뿐 아니라 말이나 글에도 궁합이란 게 있어서
서로 잘 맞는 말과 글이 있는가하면 맞지 않는 말과 글도 있습니다.
‘희생’과 ‘추모’도 그렇습니다. 서로 맞지 않는 말이죠.
희생을 하거나 희생을 당한 사람을 추모하는 것이지,
희생을 추모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희생이 추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천안함 장병의 희생을 추모"하거나
"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희생을 추모"해야 합니다.
“희생을 당한 분들을 추모합니다.”라고 쓰거나 써야합니다.
여러 이견이 조정되어서 국회입법과정을 거쳐 국민안전이 보장되어
희생 없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