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멧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랑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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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시인 이산(怡山) 김광섭 시인이
63세 되던 노경에, 그것도 고혈압으로 쓰러진 후
투병 생활 3년 만인 1968년에 지은 것으로
부드럽고 원숙한 표현이 특징입니다.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둘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비둘기'는 도시화, 산업화로 인하여
소외되어 가는 인간을 상징하고 있으며, 비판자적 구실을 합니다.
지금은 그 시절보도 더하면 더했지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60년대부터 시작된 근대화, 산업화에 따르는 자연 파괴와 인간성
상실이라는 현실 인식이 이 시의 시작 동기(詩作動機)라고 볼수 있습니다.
성북동(서울) 산에 사는 비둘기는
도시 개발에 의해 삶의 터전을 상실한 성북동 사람이며,
나아가서는 산업화의 과정에서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 소외된 인간으로
그 의미를 확대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만이라도 생각하고 다시한번 읽어본다면
새로운 마음으로 마음에 와 닿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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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때 많이 읽던 시입니다. 잊고 있었는데 다시 볼 기회를 주셨군요... 도움이 되셨으면 .....
미서니님 감사하구요 죄송하지만...낭송은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