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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은 외국도 많이 나가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요. 하지만 학생들을 심사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 활동이 대학을 위한 보이기식 봉사인지 정말 관심을 갖고 꾸준히 해온 활동인지 금세 드러나요. 차별화를 두기 어렵죠.”
‘왜 이 학교에 입학해야 하는지’나 ‘왜 이 학과 공부를 하고 싶은지’ 고민한 흔적이 드러날수록 좋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은 앞서 설명한 리서치 유니버시티가 무엇인지 제대로 개념도 잡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공하고 싶은 과목을 어떻게 공부하고 싶은지, 왜 이 학교여야 하는지 설명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 샐린저 학장이 강조한 차별화 방법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목적을 끌어내는 것이다. 어떤 행동 자체보다는 그 행동을 특정한 목적에 맞게 해왔는지가 중요하다.
“인생에 영향을 준 사건을 입학하려는 목적과 연계하는 방식이라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가족 중 암환자가 있었던 학생이 암 세포를 이해하고 싶어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싶다고 쓰면 그 학생의 인생이 느껴지겠죠.”
브랜드가 아니라 과를 보고 대학을 결정하자
한국 유학생들이 선택 과정에서 고려하는 것은 대학교의 이름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 이름만 보고 입학을 결정한다. 꼭 유학생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미국은 대학보다는 어떤 과를 나왔느냐가 더 중요하다. 샐린저 학장은 대학 선택의 기준을 다시 한 번 검토해볼 것을 주문했다.
“미국에 좋은 학교가 많죠. 그러나 유명한 학교의 모든 과가 다 인정받는 것은 아니에요. 미국 사회에서 선호되고 인정받는 과들이 각 학교마다 달라요. 대학에 따라 높은 수준을 가진 과들이 다 다르죠. 미국에서는 어떤 학교를 나왔느냐 하는 것보다 어떤 학교의 어떤 과를 나왔는지가 더 중요해요. 브랜드나 타이틀은 앞으로 더 중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학생 개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학과 선택도 중요하다.
“한국 고등학교 학생들은 영어나 SAT 성적은 이미 준비돼 있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요. 그저 부모가 원하는 학교를 가면 실패하기 쉽죠. 좋은 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고민하고 방황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어요. 학교와 학과는 학생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학교에 입학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말고 그 학교에 입학해서 학업을 끝까지 마칠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의 생각대로 유학을 왔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라 갈등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차마 부모에게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학생들은 심한 경우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유학을 결정하기 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샐린저 학장은 중도에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학생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이야기했다. 최근에는 남학생들 중 중도 포기자가 늘고 있단다.
“남학생의 경우에는 군대 때문에 휴학을 하고 귀국해야 하더라고요. 그런데 많은 수의 학생들이 제대 후 학교로 복귀하지 않고 한국에 머물러요. 한국 대학교로 편입을 하는 거죠. 현재 미국의 많은 학교들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만큼 자리가 비어버리게 되니까 최근에는 아예 남학생 선발을 꺼리는 경우도 있어 안타까워요.”
대학교만 바라보고 유학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진로까지 생각하는 거시적인 안목과 플랜이 중요하다. 대학교 졸업 후 대학원 진학 등을 생각한다면 대학 선택에 더 유의해야 한다. 명문 대학을 졸업한다고 명문대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학교들은 보다 다양한 경험을 중시해요. 하버드대에 입학하면 하버드 로스쿨에 쉽게 들어갈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어렵답니다. 다른 학교 학부생들에게 오히려 입학의 문이 넓은 편이에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죠.”
유학을 결정하면 가족들과 떨어져 낯선 환경에서 적응해야 한다. 식습관부터 사소한 문화 하나하나까지 쉬운 게 없다. 많은 학생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고 실패자가 되기도 한다. 이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한 샐린저 학장은 자신만의 사소한 팁 하나를 전수했다. 입학이 결정되면 학기 시작 전 올 것이 아니라 미리 와서 잘 적응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둘 것.
“많은 학생들이 학기가 시작하는 9월부터 학교생활을 시작하는데 스스로에게 준비 기간을 주면 좋겠어요. 합경을 통보 받으면 언제라도 와서 미리 수업을 듣거나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겨요. 여름에 미리 학교에 와서 수업도 들어보고 낯선 환경을 몸에 익히면 좋겠어요. 수업을 듣는다면 학점도 미리 챙겨둘 수 있으니 더 좋은 일이죠. 적응기간 없이 바로 수업에 들어가면 따라가기 쉽지 않아요. 준비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학생들 영어 수준은 상당히 높지만…
한국의 영어 교육에 대한 비판은 늘 존재했다. 주입식 영어 교육이나 기형적일 정도로 과도한 영어 교육열은 실제로 많은 문제를 낳기도 했다. 모국어인 한글을 다 익히기도 전에 영어 학원을 보내고 영어 유치원에 등록하는 한국 학부모들의 남다른 열성에 대해 설명하자 상당히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교육열을 비판하거나 문제점으로 꼽지는 않았다.
“상당히 놀라운 일이지만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영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나라가 많아지면서 과도한 영어 교육열은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까요.”
샐린저 학장이 평가한 한국 학생들의 영어 수준은 놀랄 정도다. 샐린저 학장은 대원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을 직접 만났다. 발음이나 억양이 완벽했고 나쁜 버릇도 없었다는 평가다.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수준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말하기와 듣기 실력이 만족스러울 정도라고.
그러나 유학을 온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유학을 결정했다면 영어는 기본이죠. 유학생들이 영어를 철저히 준비하고 오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문제를 겪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하지만 학과 공부를 따라가려면 말하기·듣기보다는 읽기·쓰기가 더 중요해요.”
미국 대학교는 글을 쓰는 훈련을 많이 한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이를 토대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동석한 관계자는 “같은 내용을 일반 시험으로 테스트하면 시험이 끝난 후 48시간 만에 다 잊어버리지만 글로 쓰게 만들면 평생 기억에 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에 자신감을 갖고 유학을 오지만 글쓰기의 벽에서 막히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읽기, 쓰기가 안 되어 있으면 시험 점수로 학교에 입학할 수는 있어도 제대로 수업을 따라가기는 힘들어요.”
유학 영어, 글쓰기(Writing)가 핵심이다
“영어를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외국인이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아요. 한 번 생각을 정리하고 이걸 다시 영어로 표현하는 일은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죠.”
샐린저 학장은 실제로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들을 많이 봤다. 그들이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실패하거나 우울증을 경험하는 모습도 지켜봤다. 학생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샐린저 학장은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학교 내에 라이팅 센터를 설립했다. UC계열 대학교 중 라이팅 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학교는 어바인대가 최초다.
“한국 학생들뿐 아니라 많은 유학생들이 글쓰기 때문에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2012년 가을 라이팅 센터를 열었죠. 아직 시작 단계라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어바인대의 라이팅 센터는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지만 상당히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글쓰기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진은 많지 않은데 어바인대 라이팅 센터에는 각 분야의 글쓰기 전문가들이 준비돼 있기 때문. 학생들이 수업 중 글쓰기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누구나 찾아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글쓰기는 훈련이다. 교수들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글쓰기 연습을 한다면 금세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 샐린저 학장의 생각이다. 라이팅 센터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리가 가장 염려하는 일은 유학 온 학생들이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지 못하고 실패한 채 돌아가는 일이에요. 조금만 훈련하면 좋아질 수 있는데 이미 상처받고 포기한 학생들을 볼 때 마음이 아팠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학생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진 샐린저 학장은 마지막으로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미국에 좋은 학교들이 많이 있어요. 어딜 가도 좋아요. 진짜 배우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최고의 결정을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