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밖 나서는 '스마트홈'… 차에서 세탁기·TV 제어한다
글로벌 업계 '홈투카(Home to Car)' 전략 강화
이해인 기자 입력 2024.09.26. 00:40 조선일보
국내 최대 가전 기업과 자동차 기업이 손을 잡았다. 25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기아는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업무협약(MOU)을 맺고 삼성전자의 가전 연결 플랫폼인 ‘스마트싱스’를 현대차·기아의 자동차로 확대하기로 했다. 차 안에서도 가전을 제어하고 집에서도 가전과 스마트폰을 통해 자동차 일부 기능을 제어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전경훈 삼성리서치장(사장)은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집을 넘어 차량에서도 ‘스마트싱스’를 활용해 편리한 일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자·IT 기업들이 ‘스마트홈’을 넘어 자동차를 집과 연결되는 하나의 공간으로 확장하는 ‘홈투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로 자동차를 제어하는 이른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자동차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기업들은 자사의 가전 ‘앱’이나 가전 운영체제(OS)를 자동차에 탑재하며 집과 비슷한 공간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소니는 자동차에서도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혼다와 협력하고 있다. 기존 사업으로 집이라는 공간에서 쌓은 경험을 자동차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확장해 새롭게 다가올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하경
◇집과 차가 하나의 공간으로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모빌리티에 힘을 쏟고 있다. TV 운영체제인 웹OS를 차량용으로도 개발해 지난해 말부터 제네시스 GV80 등 현대차 일부 모델에 탑재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IT 기업들이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연동해 하나의 기기처럼 활용할 수 있게 생태계를 만든 것처럼 집안의 TV와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주행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연결해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현대차와 함께 콘셉트카를 개발하고 내부에 신발을 쾌적한 상태로 관리해주는 신발 관리기 ‘슈케어’와 의류관리기, 캡슐형 커피머신 등 차량용 가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자동차가 이동 수단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이 될 것으로 보고 집에서와 비슷한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현대차와 MOU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홈투카’ 협업을 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집 안에서 TV나 냉장고의 화면을 이용하는 가정 내 차량 모니터링 시스템, 반려동물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차량 환경을 원격으로 조절하는 펫 케어, 차량 내부의 카메라와 갤럭시 워치 등 갤럭시 웨어러블 기기를 연동해 탑승자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는 헬스 케어 등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본부 사장은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차량은 이동 수단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미래
이들 기업이 가전과 IoT(사물인터넷), 스마트폰에서 쌓은 경험을 자동차로 확장하는 건 모빌리티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자율주행 기능 등 직접 운전할 필요성이 줄어들수록, 모빌리티가 집과 같은 또 다른 생활 공간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공간을 개개인에게 맞춰 어떻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느냐가 업계의 미래 경쟁력이 된다고 보고 기존 집이라는 공간에서 확보한 고객 경험을 자동차까지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서 스마트홈과 자동차는 더욱 긴밀하게 결합될 수 있다. AI가 집에서 출발하는 고객의 기분 상태나 피로도 등을 파악해 최적의 환경을 미리 설정해주거나 반대의 경우도 가능해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미래에는 스마트홈과 자동차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하나의 독립된 개인 공간’으로 어디에 있든 최적의 생활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홈투카(Home to Car)
집에서 차량을 원격으로 제어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기능. 집 안의 가전 플랫폼 등을 활용해 시동을 걸거나 온열 장치를 켜는 등 자동차의 일부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반대로 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집 안의 에어컨이나 텔레비전, 난방을 제어하는 것을 ‘카투홈(Car to Home)’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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