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을 앞둔 대한민국 U-23 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마지막 평가전을 치렀다. 이번 대회는 올해 브라질 히우 지 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올림픽으로 가기 위해 대표팀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으로, 3위까지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지난 UAE와 평가전에서도 많은 선수들을 교체하면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번 경기에선 선발 출전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일부 선수 변화를 주면서 조직력을 가다듬는 모습이었다. 지난 UAE전과 마찬가지로 전반전은 대체로 부진했지만, 황희찬과 권창훈이 투입된 후반전 경기력은 괜찮았다. 이미 어느 정도 베스트11은 구성되었고 이를 받쳐줄 백업 선수까지도 어느 정도는 정해진 듯 하다.
(△ UAE전에 나선 U-23 대표팀. 3위 이상을 해야 히우 지 자네이루로 갈 수 있다. 출처:KFA홈페이지)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대표팀이 경기력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을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지는 엿볼 수 있었다. 신태용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전술은 탄탄한 수비와 함께 펼치는 빠른 역습인 듯하다. 이른바 '선수비 후역습'이다. 다만 아직 전술이 가다듬어지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최근 축구 흐름에서 점유율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지표가 아니다. 오히려 점유율을 낮게 가져가더라도 치명적인 찬스를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잘 가다듬으면 낮은 점유율에서도 치명적인 찬스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신태용 감독의 전술 선택은 일리가 있다.
신태용 감독은 전반 초반부터 낮은 위치에서 수비를 두 줄로 구축하면서 사우디가 우리 진영 가운데로 공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잘 되는 장면도 있었지만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듯 몇 차례 수비-미드필더 사이의 위협적 공간으로 공이 투입되기도 했다. 수비적 역할을 맡은 미드필더 박용우의 파울이 많았던 것은, 개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공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긴밀하게 간격을 유지하지 못한 수비 조직력의 문제였다. 전후 및 좌우 간격을 긴밀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가 볼을 잡은 후에서야 쫓아가는 식의 수비가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미리 막는 수비를 해야 한다.사우디 전에서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한 심상민-송주훈-연제민-이슬찬 포백 라인과 이창민-박용우 미드필더 라인이 대회에서도 주전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경기를 조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1차적으로 수비에 개선할 점이 있었지만 대표팀에겐 더욱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바로 역습 전술을 가다듬는 것이다. 선수비 후역습 전술이 위협적이기 위해선 수비뿐 아니라 역습도 날카로워야 한다. 선수비 전술의 일환으로 수비 라인을 깊숙이 내린 것은 역습에 유리한 점이 있다. 전진한 상대 수비의 배후 공간을 충분히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비가 튼튼하고 상대가 배후 공간을 노출한다고 해도, 역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수비만 내내 하는 경기양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후반전에 나아졌다곤 하지만 전체적으로 역습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결국 우리는 오히려 수비 진영에 갇혀 상대의 전방 압박에 시달리는 장면이 있었다. 더불어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할 경우 상대의 수비에 공을 다시 빼앗겨 재역습을 당하는 상황이 매우 치명적이다. 역습을 위해 전체적인 팀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기 시작했을 때 재역습을 당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도 그런 문제점을 몇 차례 노출했다. 역습은 간결하고 날카로워야 한다.
전반전은 총체적으로 난국이었다. 원톱 김현이 공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 공격을 도와줘야 할 2선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의 공격 가담이 부족해서 원톱의 고립을 심화시켰다. 다행인 것은 후반전의 경기력이 훨씬 나아졌다는 것이다. 후반에 투입된 황희찬이 탄력 있는 몸싸움으로 공을 잘 지켜냈고, 저돌적인 돌파를 통해 직접 전진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상대 수비의 라인을 깨는 움직임을 시도하면서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동시에 마찬가지로 후반에 출전한 권창훈의 미드필드에서 공격적 활로를 열었다. 특유의 드리블 능력과 함께 간결한 원터치 패스로 전진하는 동료들에게 공을 내주면서 역습을 효과적으로 연결했다. 역습을 통해 어느 정도 공격 진영까지 전진하는 것이 가능해지자 수비적으로도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다. 역습을 통해 수비적인 안정도 도모할 수 있었다.
(△ 형들을 상대로 자신의 능력을 맘껏 뽐내고 있는 황희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출처:KFA홈페이지)
올림픽으로 향하는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습 전술을 어떻게 가다듬는가에 걸려있다. 후반전의 역습이 전반에 비해 훨씬 날카로웠던 것은 사실이나 치명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역습을 통해 골을 노릴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역습 전술이 더 위협적이기 위해서는 상대의 공을 탈취한 이후에 공간으로 빠르고 간결하게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격수는 공을 받아서 우리 선수들이 공간을 노리고 전진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동시에 2명 내지 3명의 선수는 공간을 찾아 빠르게 전진해야 한다. 더불어 공격 속도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공을 트래핑하거나 드리블하는 과정을 최소화시켜 공격을 연결해야 한다.
공을 잡아주는 선수는 주로 중앙 공격수이고 전진하는 선수의 대부분은 공격 2선에 위치한 선수들이다. 때로 측면 수비수들의 오버래핑도 좋은 공격 옵션이 될 수 있다. 효과적인 역습을 위해선 선수들의 세부적인 움직임이 약속되어 있어야 한다. 전방에서 공을 받아주고 지켜줄 공격수, 공격수가 지켜준 공을 받아 연결해줄 미드필더, 동시에 전진한 수비의 배후 공간으로 침투해 줄 2선 공격수의 움직임까지 약속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전술 상의 세밀함은 아직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정적으로 선수들이 하나의 역할만 수행할리는 없다. 아마 여러 선수가 각각의 역할을 번갈아가면서 수행하겠지만 서로의 움직임을 알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 대회까지 남은 기간 동안 역습의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경기에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들과 황희찬과 권창훈이 포함하면 대략적인 베스트11의 윤곽이 그려진다. 백업 선수들까지도 충분히 시험해봤다. 남은 기간 동안 역습 전술을 제대로 가다듬기만 한다면, 역동적인 역습 전술로 승리와 함께 보기에 즐거운 축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의 선배들의 뒤를 따라 또 한 번 히우 지 자네이루에서 쾌거를 노릴 수 있을까. 그 시작은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해 1월 12일부터 열리는 AFC U-23 챔피언십이 될 것이다.
http://blog.naver.com/hyon_t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