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 온 나
박말이
사람이 나이가 들면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요즘 제가 그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돌아가도 되는 나이라는 것을 느낀 그 때 부터입니다. 병이 날까 걱정은 조금 있지만 죽어면 된다는데 아무 위한이 없습니다. 거짓말 아닙니다. 아무리 돌아 봐도 내가 할 일은 없고 단지 내 육신하나 유지하는 것이 일입니다. 만약에 아프면 자식들이 힘들것이 불을 보듯 빤하기 떄문입니다.
엊그제 일입니다. 우리집 강아지를 데리고 아시아드 뒷길을 돌아 오다가 우리 아파트에 사는 나이 십년 차이나 되는 지인을 만났습니다. 나이는 나보다 낮지만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아서 걸음걸이가 많이 불편해 보입니다. 그는 공원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여간해서 앉아 쉴수가 없는 것이 강아지 때문입니다. 꽃동백이 지고 있는데 한두송이 꺽어 꽂아두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꽃이 지는 시기라서 싱싱한 꽃을 찾아 보는데 그 분이 나보고 젊다고 하는 겁니다. 나는 젊은 것이 아니라 아이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병마가 판을치는 이 난리통에 꽃이나 꺽고있는 나를 보면 환심한 생각이 들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고 생각해 보니 나는 이제 철면피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깨우쳤습니다. 나의 버릇이 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미가 있었다 해도 어려져가는 것은 맞는 겁니다. 늙었다는 의미는 치아가 고장이 나고 머릿카락이 하해지고 피부가 쭈굴해지고 걸음거리가 바르지 못하다는 것 뿐이지 정신세계는 아이가 맞는 겁니다. 나 어려서는 명랑한단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까불거렸다가 맞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그 불퉁하다는 인상이 조금은 펴진것 같습니다. 이렇게 삶에 따라서 나이에 따라서 인상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사심없는 아이로 돌아가는 것은 좋긴한데 왠지 청춘이 그립습니다. 좀더 따뜻하고 좀더 열심이 살걸 하는 후회가 생깁니다. 이왕 아이로 돌아갈 바엔 예전 처럼 귀여웠으면 좋겠는데 그건 희망상일 뿐임을 압니다. 그 아까운 청춘에서 울고 불고 싸우고 찌지고 볶고 산 세상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지만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니 조금은 안도가 생깁니다. 그래서인지 꽃 한두송이를 꺽어다 작은 병에 꽂아 두고 자꾸 쳐다봅니다.
이렇게 생리를 어길수는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늙더라도 조금은 곱게 늙고 싶습니다. 되도록 화내지 않고 아이처럼 생글생글은 못되어도 빙긋이라도 웃어면서 하늘과 땅사이를 걸어가 봅니다. 그 속에 바람과 새소리를 들으면서 폐부를 열어놓고 숨을 쉬어 봅니다. 나에게도 사랑이 있었고 고마움이 있었고 정다움이 있었다고 그리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나를 다독거리면서 잘 살았다고 추겨 세워 봅니다. 이 평화로움을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한 낱 인간인 내가 칠십고개를 넘어 팔 십 고개에 당도 했는데 변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겁니다. 이제는 다 내려놓고 싶습니다. 특히 욕심에서 걱정 근심까지 내려 놓은 것 같습니다. 뜻도 모르고 해죽해죽 웃는 아이처럼 그렇게 되어가나 봅니다. 예전에 너무 힘들때 내가 나를 불쌍히 여겼드시 지금은 내가 나를 가슴으로 받아 드립니다. 늙음이 병이라면 아이로 돌아가는 병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서 이글을 마칩니다.
2021년 1월7일
첫댓글 모든 욕심 근심 걱정 미움 분노 다 내려놓으시고 노후를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너울선생님~~^^
이런 시가 생각나는군요.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눈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정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지금이 말이샘에겐 가장 아름다운 나이가 아니가 쉽네요.
아직 새댁인데 이런 글귀를 다 아시니 고맙습니다~~수연 서문순선생님~^^
마음이 편안헤 집니다~~감사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즐기시며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행전선생님^^추위에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삶을 많이 배웁니다.
하온데 '철면피'는 과한 자기비하 같습니다. '철부지'라 하심이 옳지 않을지요.
이미 찾으신 마음의 평화를 부디 잘 간수하시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정암선생님~~^^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철부지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