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는
제 살을 도려내라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김지혜
학창시절
불렀던 졸업식 노래를 보면 이런 가사가 나온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어떻게 보면 압축적으로 선후배사이의 바람직한 관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끈끈한 관계가 너무 강해 다 같이 한 배에 탔다가 좌초중인 곳이 있다. 경제개혁 현신의 첫 번째 방안인 비정상의
정상화의 대상, 바로 공공기관이다. 이번에 비리가 터진 곳은 한국농어촌공사인데 그 내용이 마치 학창시절에서나 벌어질법한 이야기이다. 승진을 하기
위해 시험지를 미리 유출했고, 이를 거액의 돈을 받아 넘겨주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웃지 못 할 비리가 1997년부터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시험의 공정성을 위해 외부기관에 출제를 맡겼는데 오히려 두기관이 서로 이득을 취하며 부정하게 승진시험을 치룬
것이다.
3급
승진시험과 5급 내부 채용시험에서 최근까지 이런 비리가 벌어지고 있었고 지금까지 유출된 문제와 답안을 산 직원 60명은 전원 그 시험에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시자들에게 1인당 1000~2000만원을 대가로 시험지를 제공했는데 이를 실행한 윤모씨 등은 총 6억원이 넘는 대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응시자들에게 승진 시험 팁으로 “너무 다 맞으면 의심하니 한 두 문제는 틀리라”고 했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금액의
반만 받은 후 “불합격하면 돈을 돌려주겠다.”는 에프터서비스(?)까지 했다고 한다. 승진 시험 때마다 응시자를 소개하는 알선책과 돈을 받아오는
전달책까지 따로 두면서 조직적으로 시험지 유출 사업을 한 것이다. 이들이 저지른 비리 중에는 공소시효가 지나서 경찰이 사법적인 처벌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직원 30여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중요성을 알기에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해당직원들에게 아무런 징계 없이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15일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부정행위자도 포함하여 모두 중징계를 할 것이라고 하였다. 부정 승진한 혐의로 기소된 28명은
파면할 것이고 공소시효가 지난 승진자들은 직전 직급으로 강등할 방침이라고 한다. 공소시효의 도과 여부가 파면과 강등의 차이로 빚어진 것인데,
범죄의 행태가 같은데도 이런 차이는 부당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파면은 공무원을 강제로 퇴직시키는 중징계 처분 중에 하나인데 상대적으로 강등보다
처벌수위가 높다. 따라서 언제 승진시험을 치뤘는지에 따라 앞으로 농어촌공사에서 월급을 받고 다니는지가 결정된 것이다. 그리고 아직 중징계의
범위가 그 내용이 실행된 것은 아니기에 어디까지 이를 지킬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번일이 워낙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지난 승진자들도 내부적으로 상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말도 안 되는 비리가 직원
일인당 평균 보수액이 5천만원대인 국가의 책무를 수행할 공공기관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직원들의 평균 근속년수가 18.9년으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근속년수 17~18년을 고수해왔다. 이는 대기업 직원들의 평균 근속년수가 11.5년인 것을 비추어보아도 월등하게
높은 수치이다. 이런 공공기관들의 비리는 성실하게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만든다. 1000만원 2000만원으로
매관매직하는 곳에서 얼마나 성실히 그 목적을 다하려 하겠는가? 이참에 농어촌공사를 없애버리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이전에도 직원들의
허술한 복무태도, 업무용차량 운전원 여비지급 부적정, 재택당직근무지침 미준수, 모바일장비 구매 관련 업무 등에서의 부당처리, 농어촌공사의
사업자체 내의 문제 등 온갖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매관매직사태는 그동안 허술하게 관리되어온 공기관의 썩은 병폐를 다시 확인시켜준
것뿐이다.
진짜
더 어처구니가 없는 부분은 이런 승진비리가 시작된 계기에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지개량조합, 농어촌진흥공사 등 3개 기관이
통합하면서 탄생한 공기관이다. 여기서 3개 기관들의 내부 권력다툼이 빚어졌고 자신들 기관 소속의 세력을 늘리려 승진시험 문제를 유출하게 된
것이다. 농어촌공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좋은 보직에 어떻게든 자기 쪽 사람을 넣으려고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세를 키워서
자기들끼리의 이너서클에서 한탕 해먹으려고 했는지 한탄스럽다. 내부 밥그릇만 챙기느라 정작 본인들이 해야 할 농‧어업인들에 대한 서비스는 뒷전인
것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딱 그런 것을 바라며 돈으로 선후배의 끈을 만든 것이
아닌가?
또한
이번일이 청년들한테 얼마만큼 상실감과 분노를 일으켰는지 봐야 한다. 금번 농어촌공사 행정직 신입공사 공채 83명 모집에 총 7210명이 지원해
경쟁률 87:1을 기록하였다. 이는 작년의 47:1을 기록했던 것보다 2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이들은 힘들게 선의의 경쟁을 뚫고 얻는 그
자리가 누군가에게는 돈으로 쉽게 갈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왜 자꾸 젊은이들의 선망하는 곳,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들이 실망스런 작태를
뽐내는 것일까? 그만큼 실체없는 그림자 같은 관리기능, 허울은 좋으나 내실없는 제도들이 방만한 경영을 나아가 내부 직원들의 비리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후 한국농어촌공사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인지 묻고 싶다. 직원들의 양심에만 기대기에는 한국농어촌공사
내부 사정이 턱없이 부실하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자기 살을 제대로 도려내지 않는다면 결국 그 역할은 외부에서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더 큰 희생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첫댓글 철도마피아뿌리뽑자♥!♥
철밥통을깨자♥!♥
매관매직부패관료척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