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일백 번째
순임금 독장사
예로부터 장사는 사람을 속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국 속담에 ‘순임금 독장사’라는 말이 있답니다. 중국 삼황오제의 마지막 군주 순舜임금이 세상 물정을 알아보려고 독장수가 되어 깨진 독을 지고 다니며 “깨진 독 사시오”하고 사실대로 말했더니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다음날 똑같이 깨진 독인 데도 거짓으로 “성한 독 사시오”하고 외치자 아무런 의심 없이 독을 사 가더랍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상술로서 녹심과 난전, 고점의 세 방법이 전해옵니다. 녹심이란 신용거래를 하는 단골을 많이 확보하는 일이고, 난전은 범칙 물자를 불법으로 파는 일이며, 고점은 수요가 급증하는 때를 맞추어 매점매석하는 일입니다. 오늘날에도 다를 바가 없지요. 실학자 이덕무가 일본에 관한 정보를 종합 정리한 <청령국지國志>에 국제무역이 성행했던 나가사키가 소개됩니다. 아란타(네덜란드), 타이, 인도지나, 타이완, 중국의 배가 와서 무역하는데, 일본은 조선 인삼을 자기네 토산품이라 속이면서 아란타 상인에게 팔아 막대한 이익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이때 이미 ‘장사꾼 일본’으로 인식했던 모양입니다. 최근 일본의 간판스타 도요타자동차가 차량 양산에 필요한 품질 인증 취득을 위해 부정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일본 경제계에 충격을 주고 있답니다. 일본의 전체 제조업에서 자동차 산업이 약 20% 정도 차지하고 종사 인력도 550만 명쯤 된다고 하니 일본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정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에게 “머리에 호소하면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지만, 마음에 호소하면 사람들을 지금 당장 움직이게 만든다.”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상인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명언인 듯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