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비
찬비가 내린다.
쓸쓸하고 쌉쌀한 감성이 스멀거린다.
단풍처럼 붉게 키운 감성 보따리가
행여 찬비 맞아 식을까 적이 조바심까지
김장 배추 무가 갓 입학한 초등생처럼
여리고 대견할 때 내리는 초창기 가을비가
봄의 꽃비처럼 달다면
김장 소금 젓갈 사들이는 오늘 내리는
가을비는 앞으로 더께로 걸칠 세터와
숭숭한 털 조끼가 연상되어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가을비 우산 속에란
저음 가수 최헌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빗소리 처량한 오늘 수업이 없어 한갓진 날
사회복지 정신건강 수업은 일주일에
화목 두 번 있다
인간 행동과 패턴 유아기 아동기 사춘기
성인기 장년기 ~노화
주 두 번 있는 정신건강 수업
유아기 아동기에 매진하시는 교수님
나는 그 수업만 돌아오면 안절부절 마음을
못 잡는다
유아기 애착 형성과 놀이 방법
아동기 보살핌과 인지력 높여 주기
상처받고 자란 아동들의 성장 과정
애착 형성에 실패한 아동들이 자라면서 나타내는
행동 패턴들
정신적 육체적으로 핍박받은 아동기 때 상처들
평소에 숨어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
등등.
힘들다 수업에 집중할수록
나의 내면 깊숙이에서 후회와 반성
괴로움과 분노 자괴감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왜 그럴까?
내가 받았던 상처와 증오심을 내 아이들에게
되풀이했던 무지몽매한 어미의 행위
그 시절 어미였던 나를 용서 할 수 없어서다
수업을 듣는 내내 책에 쓰인 내용과
그래프를 읽고 필기하는
그 시간이 내겐 너무 힘들고 괴롭다
아이는 그렇게 키우는 게 아닌데
무조건 사랑으로 칭찬으로 키워야 하는걸
난 왜?
그렇게 무자비하고
마구잡이 잡초 대하듯 했을까,
단지 먹이고 입혔다고
버리지 않고 키워준다는?
내가 어미에게 학대받고 버려졌으면
나는 내 자식에게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나 또한 내 자식에게 똑같이 했다는 점에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받았던 울분과 고통 상처를 고스란히
그 어린 것들에게 가했던 기억들
단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내 새끼라는?
무지한 믿음과 빗나간 모성이란 걸 왜 몰랐을까,
변명의 가짓수는 너무도 널렸고
용서와 자책과 사과는 시일이 넘어도 한참 넘었다.
이렇게 책으로 배우지 않아도
인간으로서 어미로서 알 것들인데 말이다
한때는
지난날 아이들에게 함부로 했던 것에
마음이 힘들어 딸애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청한 적도 있긴 했다
“혜진아 너 어릴 때 엄마가 모질게 했던 거 기억나지?
”엄마 너무 미안해 지금 그 생각하면서 울었다
“엄마 용서해줄래?
보건 정신건강
중독센터 팀장인 내 딸 김혜진
”엄마‘ 그땐 우리 모두 너무 힘들었잖아요.
“엄마’ 우리를 버리지 않은 것만도 감사하고 있어요.
”엄마 다 잊으세요.
“저도 다 잊었어요.
그렇다고 내 마음이
내 눈물이 거두어질 리가 없건만
다 늦게 뭘 배운다고 나서 가지고
지금 또 괴로움에 시달리는 건
하필 왜 정신건강
사회복지를 전공으로 택해서인가
화목 수업이 있는 날이면 지독한
정신적인 고문을 받는 나다
사람은 자신이 학대받았다는 증언?은
당당하게 할 수 있지만
자신이 학대 가해자라는 것은
어디에도 말할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실토컨대 나는 내 자식만 학대했지
다른 그 누구도 못살게 군 적이 없다. (치졸하고 유치한 변명인걸 )
어쩌나,
말은 이렇게 해도 가슴은 사무치게 아픈걸
내가 받았던 어린 시절 학대와 방임,
외로웠던 떠돌이 생활의 고통만 산처럼
크게 쌓아 놓고 울며 살았지
그 고통과 학대가 학습 되어지는 것도 몰랐고
내 몸과 정신을 지배까지 했는지 몽매한 내가
뭘 알았으리
이렇게 늙어 죽을 때 가까워서
배우고 듣고 읽어 알게 되어
괴로움과 자책에 시달리다니
용코다! 꼬숩다! 하고 놀려도
할 말이 없다.
오늘 가을비 찬비 속에
이 부끄러워 달아오른 심장을
꺼내 식히고 싶어라
사는 게 고해라더니
요즘은 배우면서 깨닫고
후회와 애끓는 심정이 되곤 하는데
그것이 다 지난 나의 과오와 죄상들이
부메랑으로 나를 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알게 되어 다행이고
속죄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바깥의 저 빗소리는 죄 많은 마음에 고인
부끄러운 슬픔에 물기를 더 얹는데
끝내 뻔뻔한 나는 내가 만든
저 합리화의 조각들 속을 헤집어
오늘은 어느 것을 집어 들고
내 이 부끄러움을 덮으려나 궁리나 할 것이다
비가 그치려나 보다
가슴 먹먹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유일하게 카페에서 존경하는 분이 십니다
이젠
그저 건강만 하소서^^~~
석우님 고맙습니다 제발 존경 이런 말씀 하지마세요 전 ㅠㅠ 그런 귀한 말씀 들을 만한 사람이 못됩니다 부끄러운 어미요 죄 많은 여자입니다 어디 내 세울데 없는 .. 요즘 하시는 공부와 일 잘 조율해 나가시는지요 언제나 응원합니다.
신이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어머니도 감정의 동물인 사람인 지라, 자신 안의 한이 깊어지다 보면
주체할 수 없어 폭발하기도 하지요.
그러다 보니 가장 곁에 있는 자식이 파편을 맞아 상흔을 입게 되고,
그건 또 어미에게 더한 죄책감이 되어 마음 속에 깊이 박히게 되구요.
아들이 고3이 되던 해에, 10페이지 정도의 고해성사하듯이 쓴 장문의 편지를
아들에게 건넸습니다. 글 속에 그간 내가 알게 또는 모르고 너한테 상처 준 것이
있다면 용서해 달라는 말도 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의 손을 놓지 않는, 부모로서의 본분을 지킨 것으로 자식들은
부모를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는 속 깊은 따님, 그리고 아드님
삶의 한을 주옥같은 글로 해소해나가는 운선님.
세 사람에게 언제나 행운의 신이 함께 하기를 빌구요,
운선님이라는 분을 알게 된 거, 영광입니다.
언젠가 뵙게 되면 꼬옥 안아 드리고 싶습니다.
오래도록 건안하시고, 행복하세요.
아! 우린님께서도
그래요 저희가 자녀들에게 행했던 언어 물리적 정서적으로 가혹행위? 는 각자 형태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미로서 느끼는 죄책감 안쓰러움 가책 등은 모든 어미들의 공통된 심정일겁니다
예전 같이 한 주방에서 1년간 일한 언니 그 분은 결혼해서 분가해 사는 아들의 전화 받을 때마다 울먹이며 오냐 오냐 어미가 더 못해줘 미안타 하십니다 한 번은 몸이 아프다는 전화에 얼마나 우시는지 전화 끊고도 울음 그치지 않아 우리 모두 아드님 중병이냐 물었더니 아니 그냥 일 몸살이라는데 그 아들 어릴 적 아비 잡아 먹은 새끼라고 모질게 패면서 키웠다네요 늘 맞아서 얼굴과 손등에 멍이 들어 있었다고 그 땐 사는데 악에 받쳐 그렇게 큰 넘만 잡도리 한게 이렇게 가슴에 울혈이 진다고 오열하시더군요 그 심정 충분히 이해 한 우리 가난하고 노동에 지친 어미들 할 말이 없더군요 그렇게 후회로 살게 될 줄 자식이 장성하니 깨닫는 무지몽매한 어미들입니다
여자의 한이란 자신이 받았던 불합리하고 부당한 과거의 기억 몸의 기억 그 걸 다시 자식이라는 소유물로 여기고 자행한데서 오는 잘못된 행위가 아닐까요 그 한은 피해자 면서 가해자가 되는 .. 되었던 참담함
답글이 길어 잘렸습니다 ㅎㅎ
우린님 평안하시구요 어미는 죄가 많습니다 자식 낳기 전 저의 꿈은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 천사같은 엄마 무조건 희생하는 엄마를 꿈꾸었는데 ㅠㅠ 그 중 한개도 못해봤습니다 우린님 고마워요 함께 공감해주셔서...
@운선 결혼하고 일 년 간의 신혼 생활이 전부,
서류상에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함께 하지 않는 가족의 형태로 홀로 아들을 키웠네요.
아들이 백일이었을 무렵에 음주운전자로부터 사고를 당했고,
당시 대수술을 겪고 남편은 생명은 부지했지만, 사회부적응자로 남게 되었지요.
시어머님은 며느리가 잘못 들어와서 그리 되었다 생각하셨고,
남편이나 아들, 제가 생활하려면 필요한 돈인데도 그 얼마의 보상금에 대해서 당신 자식의 목숨같은 돈이라고
돈이 욕심나면 당신 드시는 밥에 약을 넣고 죽이고 가져 가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혀를 내두르고,
어린 아들과 따로 독립했습니다.
남편과의 1년 간의 결혼생활이었지만 의리를 지키고 싶었습니다만,
내가 정신적으로라도 건강해야 자식을 건사할 거 같아서요.
나중에 아들한테 원망 듣지 않을까 아들이 사춘기를 지날 때도 늘 염려하곤 했습니다.
학대까지는 아니어도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라게 한 게 늘 미안했습니다.
어쨌거나 세월이 흐르니 자연스레 평온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린. 세상에! 그 심정 누가 알까요 어렵게 털어 놓으셨지만 아마 그 가슴에 박힌 얼음 그대로 있겠지요 짐작이지만 여기까지 살아 오신 것만도 칭찬 받을만 합니다 아드님에게 향하는 미안함
다 알 것입니다 자식이 결혼하고 자식을 보니 부모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군요 이해의 폭이 현실적으로 되더군요 그 땐 어려워서 엄마는 일에 지쳤으니까 등으로 마음을 열더군요 세월이 약이란 말이 만고 진리입니다 다시 한 번 고마움 전합니다 우린님 행복하시길 기도 합니다.
휴일인 오늘
운선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자신의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시는 중이시군요.
잘살아 오신 겁니다.
"그 때는 그게 맞았고, 지금은 그게 맞지 않게 되었을뿐~."
누가 누구를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
자기 자신조차도 비난보다는 격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도 사랑,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게 되면,
그 때 비로소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쓰셨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ㅎ
귀한 걸음하신 신포도님 말씀 감사합니다 용기 얻고 살겠습니다 그리고 남은 생 죄스런 마음으로 겸손히 살렵니다
고맙습니다.
@운선
운선님 잘못 아닙니다.
죄스런 말씀이라니 당치 않으십니다.
그저 늘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사시면 좋겠고,
마음의 여유가 되신다면 주위 분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사랑의 미소를 보여주신다면 더욱 감사할 것 같습니다.
좋은 휴일 되십시요~ ㅎ
@신포도 늘 고맙습니다 신포도님~^^
@운선
열심히,
아름답게 살아오셨습니다.
그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운 마음으로 언어부자가 되셔서
좋은 작품활동도 하시고.....
남은 생
즐겁게 살다 가십시다~ ㅎ
@신포도 예 명심하겠습니다.
지니어스~
갑자기 제가‥ 천재가 된 기분입니다.
이른 새벽에 늘 제가 해오던 루틴을 해내곤
갑자기 운선님의 늘을 읽고 싶어서
찾았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이유가‥ 있조라
라는 노래가사처럼 이유가 있었던거죠
현재...이렇듯 아름다운 분들과 소통하고 계시니 잘 살아오신겝니다.
자책하지 마세요...저렇듯 잘 자라준 것을요.
운선님 살아가실 날들에 영광과 축복이 깃드시라 응원드립니다.
정말...언제 뵐까요. 늘 먼곳에서 그리움으로 계십니다~ 어젯밤 달이 얼마나 높고 맑던지
눈물이 와락 쏟아졌어요^^
눈물이 .. 무슨 일일까요 어제 친구와 강릉 빛의 축제 장에 갔지요 어둠에서 드론이 쏘아대는 인공 빛의 향연
옛 관아 자리 뜰에서 펼쳐 지는 중에 하늘을 보니 어쩜 달도 그리 맑고 고운지요 색이 가미되지 않은 우주 만물의 작품 신비한 기운에 거기 모인 사람들 입에서 와!~ 달 좋다 예쁘다 소리 들렸습니다 세상에 자연처럼 슬프도록 아름다운게 어디 있을까요 눈물 날정도로 감격한 장면이었지요 그 달을 몽연님과 함께 봤군요 이렇게 뵙게 되어 좋습니다 그 잔잔하고 사려깊은 필체로 써 주시던 몽연님 글 보게 해주시면 소원해봅니다
새벽미사 다녀와 무청 삶고 있답니다 너무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