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

[정승윤]

만월이 차오른다. 내 죄 또한 차오른다. 그믐이 되어 다 사윈 줄 알았는데 오늘 또 덩그라니 허공에 차오른다. 여기가 어디관데 그 아픔 못 지우나. 저기가 어디관데 그 슬픔 지고 가나. 기억과 함께 모두 사라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처연히도 빛나고 있구나. 내가 저지른 죄를 누가 알리요 했건만은 홀로 잠 못 이루는 밤에 만천하에 떠 있구나. 구름이 아무리 흘러도 차마 내 죄를 다 못 가리는구나. 그러나 밤에는, 전율이 흐르는 고요한 밤에는, 검은 구름과 싸우고 있는 내 죄조차 아름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