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단어 알리바이(alibi)는 어떤 사람이 범죄현장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결백하다는 뜻을 내포하는데 공식적인 용어로는 ‘현장부재 증명’ 으로 통용된다.. 이 단어는 라틴어 ‘alius ibi’ 에서 나온 것으로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다른 곳에’ 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수사기관으로부터 억울하게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당사자에게는 현장 부재 증명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긴급재난사태가 발생하여 긴급대응조치를 내려야 할 비상한 시기에 공동체 치안에 책임이 있는 고위 공직자가 현장에 부재하여 적시에 적절한 재난구제조치가 이루어 지지 않았을 경우를 상정해보자. 두말할 것 없이 그 공직자는 자신의 지휘 공백이 야기한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심각한 피해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에 대해서 응분의 형사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29일 할로윈 축제 때 이태원 해밀턴 호텔 옆 경사진 골목에 양방향으로 과도한 인파가 쇄도하여 156명의 내외국인이 숨지고 151명이 부상당하는 전대미문의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에 ‘너무 불안하다. 경찰이 좀 통제 해달라’는 요청을 112 상황실에 전달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사고 발생 2시간 20분 전 현장 담당 경찰관은 ‘교통 기동대라도 빨리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는 기록도 나왔다. 사건 현장에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기동대가 있었지만 실제 경찰 기동대의 현장 투입은 늑장을 부리다 사건 발생 1시간이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사후 약방문 격으로.
이태원 할로윈 축제가 사랑하는 형제자매의 목숨을 앗아가거나 부상을 초래할 정도로 비극적인 대형 참사로 막을 내린 이면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경찰 지휘부의 현장 부재로 인한 지휘공백이 치명적인 요인이 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당일 경찰 112 상황실장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정위치에서 야간 사고 신고 및 대응조치를 총괄해야 했으나 총경급 상황실장은 상황실정위치가 아닌 자기 사무실에 있다가 사고 발생후 1시간 24분이 지나서야 첫 보고를 비로소 받았다.
이태원 관할 용산 경찰 서장은 사고당일 오후 9시 30분쯤 식사도중 ‘이태원 상황이 위험하다’는 연락을 받았으나 오후 11시가 넘어 참사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용산 경찰 서장이 서울 경찰 총장에게 상황보고를 한 것도 사고 발생후 한시간 21분이 지난 오후 11시 36분이었다. 치안 총책임자인 경찰 청장이 사건을 인지한 시점은 다음날 0시가 넘은 시각이다. 소방당국이 밝힌 처음 압사 사고 신고는 오후 10시 15분경이었다.
112 상황실장, 관할 용산 경찰 서장,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 등의 현장 부재로 치명적인 지휘공백을 일으키는 동안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는 이미 수백명이 쓰러져 아비규환으로 변했던 처절한시간이었다.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부를 때 정부 서비스의 소비자인 국민의 필요에 대한 감수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29일 경찰은 재난에 대한 통제와 대응 부실로 한순간에 민중의 잃어버린 지팡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11월 1주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에 나타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따르면 ‘잘하고 있다 29%’ 그리고 ‘잘못하고 있다 63%’ 였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 이유 중 ‘이태원 사고 수습’이 6%를 차지하였고,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 이유 중 ‘이태원 사고 수습 미흡’은 8%를 차지하여 수치상으로 사고 수습조치가 미흡하다는 여론이 조금 더 높았다.
그러나 이번에 나타난 이태원 사고수습에 대한 여론은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이태원 사고에 대한 본격적인 여론의 추세는 이번 사고에 대한 여론형성이 숙성되는 과정을 거쳐 11월 2주 또는 11월 3주 여론 조사에서 좀더 정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갤럽이 실시한 11월 1주 여론 조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 정책 평가’에 따른 분야별 성적은 아래와 같다:
(윤석열)정부출범 6개월 정책 평가
잘하고 있다(%) 잘못하고 있다(%)
경제 21 56
부동산 31 42
복지 27 51
교육 17 42
대북한 33 48
외교 25 57
공직자 인사 19 61
크로나 대응 43 32
기간 중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 힘 32%, 더불어민주당 34%, 정의당 5% 그리고 무당층 29% 이었다.
춘추오패의 한사람인 제나라 환공을 도와 부국강병을 꾀했던 제나라 재상 관중은 자신의 저서 관자(管子) 목민(牧民) 편에서 “정치를 잘 하는 비결은 민심을 살피는 데 있다”고 했다. 백성이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알면 위정자는 민심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백성이 좋아하는 것을 구현하는 것이 민심에 따르는 길이라는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진리이다.
첫째 백성은 근심과 노고를 싫어 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 주어야 한다.
둘째 백성은 가난하고 천한 것을 싫어 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부유하고 귀하게 해주어야 한다.
셋째 백성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싫어 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해 주어야 한다.
넷째 백성은 후사가 끊기는 것을 싫어 하므로 군주는 그들이 자손을 낳아 번성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요즘말로 좀 다듬으면 첫째 국민은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기를 원한다. 둘째 국민은 부유하게 살도록 배려하는 정치를 지지한다. 셋째 국민은 누구나 안전한 생활을 원한다. 넷째 국민은 자손을 낳아 (국가에서 재공하는 복지와 교육의 혜택을 누리며) 건강하게 키워 대를 이어 가기를 원한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는 경세의 바이블인 관자(管子)에서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세번째 욕구에 대한 기대를 정면으로 저버린 실망스러운 사건이었다. 대한민국 각료 중 국민 안전에 관한 최고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 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할로윈 참사 후 한 발언은 국민의 안전 욕구에 정면으로 찬물을 끼얹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태원 할로윈 참사직후 이상민 장관이 한 발언: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찰과 소방인력배치 부족이 사고 원인이었는지 의문이다.
또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는 용산구청장의 발언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용산구청장은 사고 직전 이태원 참사현장을 스쳐서 귀가하면서 사람이 많이 모여 걱정스럽다는 말을 단체 카톡 방에 올리면서도 아무런 선제적 대응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용산구청장의 무책임한 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용산 구청장도 경찰 고위 간부 못지 않은 현장 부재 공직자로서 처신이 적절 했는지 엄밀하게 책임소재를 구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당국에서 말하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운운도 듣기에 따라서 책임의 소재를 “나”밖에 다른 무엇에서 찾으려는 오해를 살수 있는 대목이 기 때문에 그 말에 뉴앙스를 다시한번 음미해 봤으면 한다.
다시 관중의 저서 관자(管子)로 돌아와서 나라에는 네가지 강령 즉 예(禮), 의(義), 염(廉), 치(恥)가 있다 고 목민(牧民)에 기술 되어있다. 네가지 강령 중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가지가 끊어지면 나라가 위태로워지고, 세가지가 끊어지면 나라가 뒤집히고, 네 가지가 끊어 지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사고 난 후 열흘이 지난 오늘까지 굳세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책임 있는 경찰고위간부와 관할 구청장 그리고 행안부 장관의 예의염치는 온전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내적으로 3고일저(三高一低)의 경제위기 즉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와 저성장의 경제파고에다 대외적으로는 지난주까지 북한이 거의 매일 미사일을 쏘며 무모한 도발을 감행하는 적대적 행위 등으로 경제위기와 안보위기의 쌍둥이 위기를 맞고 있다.
손자병법과 더불어 중국의 양대 병법서로 불리는 오자 병법에서 오자는 외부의 적대 행위에 직면했을 때 다음과 같은 불화(不和)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국론 분열로 불화가 있는 나라는 출군하지 못한다.
둘째, 군대 안에 불화가 있는 경우는 출전하지 못한다.
셋째, 진중에 볼화가 있는 경우는 전투에 임하지 못한다.
넷째, 전투 중에 불화가 생기면 승리를 결정 짓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턱밑까지 닥친 경제 위기와 매일 미사일을 쏘며 도발 행위를 일삼는 철없는 김정은 과 맞서 기필코 부전승을 거두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태원 참사 사고로 인한 내부의 소모적인 논쟁을 조속히 매듭 짓고 경제문제와 안보 문제에 정부의 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성공을 전폭적으로 응원 합니다.
최근 일어난 이태원 할로윈 참사 사건과 관련하여 두서없이 소회를 적어 보았습니다. 좋은 한주를 맞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