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에 대해 조잘대다 4

[박순환]

대관령은 겨울철에는 춥고, 여름철에는 시원한 편이다. 대관령의 가장 추운 1월의 평균기온은 -7.6℃, 가장 더운 7월의 평균기온은 19.1℃이다. 특히 대관령은 800m가 넘는 고지대로서, 태백산맥 서사면 고위 평탄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7월 평균기온이 낮아 여름철에 서늘한 편이다. 연강수량은 1717.2㎜로 여름철에 편중되어 있고, 겨울철에 서쪽에서 불어오는 시베리아 기단의 지풍과 북동기류가 태백산맥에 부딪혀 강제 상승하여 만들어진 구름으로 눈이 많이 내린다. 이것이 대관령옆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게 된 기후적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들쑥날쑥이다. 어느 해는 눈이 많이 내리다가도 어느 해는 조금 밖에 내리지 않아 스키장이 울상을 짓기도 한다. 자연눈으로 슬로프를 채우면 인공눈으로 하는 것보다 설질도 좋고 눈을 만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눈 만드는 비용이 1억을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지리적 환경과 기후조건으로 목장과 스키장이 발달되었다. 1972년 대관령 삼양목장이 개발되기 시작해 600여만평의 목장이 1985년 마무리되었다. 850m - 1,400m지대에 조성된 초지에는 900여마리의 육우와 젖소를 키운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목장은 배두대간 한쪽 사면을 심하게 훼손한 대표적인 환경파괴사업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백두대간길과 바로 인접한 곳중 숲이 이렇게 완전히 파괴된 곳은 이곳이 거의 유일하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개발독재시대에 삼양사에 주어졌던 특혜의 결과였을 뿐이다.

목장내 위쪽 백두대간 길에는 선자령까지 풍력발전기가 49기가 서 있다. 대당 2000kw 전력을 생산한다니 모든 발전기가 최대출력으로 발전을 한다면 98,000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대략 30만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바람이 매일 최대 출력을 낼 수 있도록 불어야 되는데 실제로 얼마나 되는 전기를 생산하는 지는 알 수 없다.

풍력, 태양광, 조력, 바이오, 수력, 폐기물 등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재생하는 것을 소위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의 에너지 분담비율은 2.5% 수준이다.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은 주로 폐기물로 75%를 차지하고 있다. 2009년에 신재생에너지 공급량 중 폐기물이 74.9%, 수력 10%, 바이오 9.5%, 풍력 2.4%, 태양광 2%, 태양열 0.5%, 지열·연료전지 0.7% 순으로 점유율이 나타났다.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빼면 다른 수단들은 미미한 수준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별 소비 비율은 지난 2009년 기준 석탄 28.2%, 석유 42.1%, LNG 13.9%, 원자력 13.1%에 달한다.

국제적인 신·재생에너지 활용비율은 독일 10%, 덴마크 20.1%, 프랑스 8.1%, 스페인 9.5%, 뉴질랜드 28%, 일본 3.4%, 미국5.7% 등이다.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덴마크를 들 수 있는데 이 나라는 1970년대 석유파동이후 꾸준히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투자해 시설 등을 확충했다고 한다. 선자령에 서 있는 풍력발전기를 제작한 베스타스도 덴마크 기업이다.

최근 인천에서는 강화도 갯벌에 조력발전소 건립을 둘러싸고 인천시와 수자원공사간의 기싸움이 한참이다. 갯벌을 파괴하여 조력발전소를 건립하는 것이 신·재생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속성인 친환경적이라는 취지에 맞는 지 모르겠다. 현재 우리나라 풍력발전소 대부분도 산정상에 설치하였다.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대규모 숲이 파괴되었다. 많은 전기를 얻기 위해 바람이 많은 곳에 설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대규모 숲을 파괴하면서 하는 사업은 어불성설이다. 자연과 환경을 헤치지 않는 바다 위를 활용하는 방식 등에 대해 연구해 보면 답이 나올 수 있다. 독일과 덴마크는 평지나 북해 등을 이용해 풍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근래 100년간 산업화와 따른 이산화탄소 등 온난화물질의 대기 방출(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의 평균온도는 0.7도 가량 상승하였고 우리나라도 50년간 1.3도가량 상승하였다고 한다.

유엔에 설치된 기후변화위원회가 참조한 기후모델에서는, 1990년에서 2100년 사이에 자구온도가 1.1 ~ 6.4 ℃의 온도 상승이 예측되었다.

지구 표면의 온도상승은 해수면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강수량의 양과 패턴을 변화시켜, 가뭄, 홍수 등의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빙하의 후퇴와 기후의 변화는 생태계를 변화시켜, 등의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 생물의 생존에 위협이 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새로운 빙하기가 찾아올 지 모른다는 주장도 있다. (근래의 지구 온도 상승은 자연적 현상일뿐 산업화와 관계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앞으로 얼마 만큼의 온난화가 진행되며, 지역에 따라 어떻게 차이가 있을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온실가스에 대처하기 위한 교토의정서에 서명하였다. 온실가스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거의 절반이 미국과 중국이 배출하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당당히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의무감축국에 포함된다. 탄소배출권이 거래되는 시장이 있다. 유럽은 네덜란드 등에 시장이 개설되었고 우리나라도 2013년을 시장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는 탄소가 배출되는 사업대신 청정에너지로 전환하여 배출 예상되던 탄소량만큼 배출권을 부여하고 이를 시장에서 사고팔수 있도록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면 화력발전소를 세웠을 때 나올 수 있는 탄소량을 다른 신·재생 발전소로 하였을 시 감축될 수 있는만큼 배출권을 얻을 수 있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다시쓰는 택리지의 저자 신정일씨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와 같이 전국팔도를 오직 걸으며 답사하고 인문지리서랄 수 있는 많은 책을 썼다. 신정일씨가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 15선은 다음과 같다.

1. 충북 충주 목계나루에서 섬강이 남한강과 만나는 강원 원주 홍호리까지의 남한강 길

2. 경북 봉화 이황선생이 걸었던 청량산에서 도산서원에 이르는 퇴계 오솔길

3. 전남 구례 피아골 입구에서 경남 하동까지의 섬진강 길

4. 강원 정선군 광하교에서 나리소까지 남한강의 절경 동강길

5. 충북 괴산군 청천면 선유구곡에서 화양구곡까지의 길

6. 전남 강진군 성전면 무위사에서 월출산 아래 누릿재 넘어 영암읍까지 삼남대로길

7. 문경새재 길

8. 강원 양양군에서 홍천으로 넘어가는 구룡령 옛길

9. 전북 임실 덕치섬진강 진메 마을에서 순창군 동계면 평남리까지의 섬진강 길

10. 강원 평창 대관령 넘어 관동대로를 따라 가는 길

11. 남강 상류 화림계곡 거쳐 함양 상림에 이르는 길

12.경남 통영 미륵섬 일주 길

13.전북 고창 해미에서 선운산 넘어 선운사 가는길

14.전북 부안 내변산에서 직소폭포 거쳐 내소사에 이르는 길

15.강원 삼척 용화해수욕장에서 임원을 거쳐 호산리까지 가는길 (관동대로 차마고도

대관령길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지난 4월에 갔던 동강길도 4번째에 있다. 나는 두세군데를 빼놓고는 모두 다녀보았다. 물론 걸어서만 간 것이 아니다. 위에 선정된 길을 모두 가 보았으면 한다. 그러나 대부분 차가 쌩쌩달리는 포장도로로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대관령을 넘어 강릉이 있다. 택리지에서 강릉은 ‘이 지방 사람들은 놀이하는 것을 좋아한다. 노인들은 기악과 술·고기를 싣고 호수와 산을 찾아  흥겹게 놀며 이것을 큰 일로 여긴다.’ 본래 강릉은 예국의 땅이였다고 전해지고 예·맥국의 땅이였던 강원도는 이와 관련된 설화와 전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고려말부터 강릉대호부가 설치되어 원주와 더블어 강원도의 중심도시였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 지역 사람들은 성품이 어리석고 성실하며 욕심이 적어서 청하거나 구걸하지 않는다.’라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영서와는 다른 풍속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단오제가 아닐까 싶다.

이곡은 자신의 시에서 “산맥이 북쪽에서 왔는데 푸르름이 끝나지 않았고, 바다가 동쪽 끝이어서 아득하게 가이 없어라”라 읇었고 김구용은 ‘강릉의 산수경치가 천하에 첫째이다.’라고 하였다.

  대관령 / 최일걸

  생의 고비고비를 넘다보면

　누구나 대관령에 이르는 모양이다

　아흔아홉 고개로 풀어놓는

　생이 유목민처럼 사무친다

　굳이 양떼목장이 아니더라도

　대관령을 울타리 삼아

　구름이 떼를 지어 몰려드는구나

　세상의 이편과 저편을 나누는

　경계가 이만할까

　그래 대관령을 넘으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는 거다

　먹먹한 귀울림에 거듭거듭

　세상이 뒤집히는구나

　양치기가 아니면 어떤가

　고갯마루를 이룬 생의 경계에

　삶을 방목하며

　가물가물한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다음 생을 기약해 볼 일이다

대관령 옛길 / 김선우

 폭설주의보 내린 정초에

 대관령 옛길을 오른다

 기억의 단층들이 피워올리는

 각양각색의 얼음꽃

 소나무 가지에서 꽃숭어리 뭉텅 베어

 입 속에 털어넣는다, 화주火酒─

 싸하게 김이 오르고

 허파꽈리 익어가는지 숨 멎는다 천천히

 뜨거워지는 목구멍 위장 쓸개

 십이지장에 고여 있던 눈물이 울컹 올라온다

 지독히 뜨거워진다는 건

 빙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

 붉게 언 산수유 열매 하나

 발등에 툭, 떨어진다

 때로 환장할 무언가 그리워져

 정말 사랑했는지 의심스러워질 적이면

 빙화의 대관령 옛길, 아무도

 오르려 하지 않는 나의 길을 걷는다

 겨울 자작나무 뜨거운 줄기에

 맨 처음인 것처럼 가만 입술을 대고

 속삭인다, 너도 갈 거니?

 신봉승 시 / 박경규 곡

저기 물안개 소낙비 아련한 산은

그려도 움직이는 한폭의 비단

저기 빨간 단풍으로 색칠한 산은

의연히 손짓하며 우릴 부르네

대관령 아흔아홉 대관령 구비구비는

내 인생 초록물 드리면서 나그네가 되라네

저기 찬바람 하얀눈 소복한 산은

누구를 기다리다 봄은 머언데

저기 진달래 철쭉으로 불타는 산은

구름도 수줍어서 쉬어 넘는데

대관령 아흔아홉 대관령 구비구비는

내 인생 보슬비 맞으면서 나그네가 되라네

라는 노래도 있다.

강릉의 수많은 사람들이 대관령을 넘어 영서와 한양을 오갔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도 그중 한사람이다. 

[마루]

꿈에서도 걷고 싶은 길을 저도 걸어보고 싶네요^^

[새터]

가지않은 길이라 네편으로 끝입니까? 댓글도 안다는 애독자 입장에서 뭐라 말은 못하겠고 '거 참 좋은데...쩝...'

[박순환]

최근에 제가 좀처럼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중단중입니다. 어찌되었던 마무리는 해야겠지요

[빨강츄리닝]

아... 잘 봤습니다. 오늘 목표가 하나 생겼네요. "꿈속에도 걷고싶은 15길" 꼭 도전하렵니다.
그리고 삼양목장은 삼양사가 아니라 삼양식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