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가자지구에 폭격과 살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이 끊임없이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우리 주님께서 나시고 살아가셨던 성지(Holy Land)가 고통 속에서 병들어 갑니다.
작년 10월 초 이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가자지구에서 34,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제네바에 본사를 둔 비영리 인권단체인 유럽-지중해 인권 감시단에 따르면 희생자 중 90퍼센트가 민간인이라고 합니다.
현지 가자 보건국에 따르면 이 중 14700여명이 아동이고, 9700여명이 여성, 1000여명이 노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는 서안지구에서도 489명(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추산)이 이 폭력의 여파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도 1500여명의 사람들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아마도 이 수치들은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더 증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인명손실로 인한 충격과 아픔은 결코 수치로 환산될 수 없습니다. 특히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형상 따라 창조된 존재이며, 인간의 생명은 그 자체로 말씀이신 하느님의 빛임을 믿는 우리 그리스도인들로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미 가자지구는 전쟁 이전 이스라엘의 봉쇄가 시작된 2005년 무렵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감옥으로 일컬어져왔습니다. 봉쇄 이래로 생필품을 포함한 각종 물품들의 유입이 철저히 이스라엘 정부의 관리 하에 통제되어왔습니다. 가자지구의 인구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하며, 인구의 70퍼센트 가량이 1948년 이스라엘 건국, 1967년 전쟁 이후로 고향에서 쫓겨난 난민들과 이들의 후손들입니다.
앞서 저는 ‘전쟁'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전쟁을 단순한 전쟁을 넘어선 학살 혹은 제노사이드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이런 관점에 동의합니다. 불편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이 학살은 극단적인 힘의 비대칭 속에서 이루어지고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힘의 비대칭은 미국, 영국, 독일로 대표되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대한 서방 선진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원 내지 동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역사적으로 서방 그리스도교는 이들 국가들의 정치적 이해와 문화 침략의 매개가 되어왔던 역사가 있습니다. 현재 성지(Holy Land)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이 그와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더 광범위하게 보자면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에 속하는 부유한 선진국들의 암묵적인 동조 내지 묵인도 있어왔습니다. 여기에는 동아시아 문화권의 일본과 우리 대한민국 같은 비서구 국가들도 포함됩니다.
이같은 힘의 비대칭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도, 오랫동안 핍박 속에서도 휴머니즘의 문화를 꽃피워 온 유대 문명에도 결코 좋지 못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저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문제와 더 나아가 중동 지역의 불안정한 정세에 대해서 일종의 연대 책임을 느낍니다. 그래서 미약하고 보잘것 없는 제가 온라인 공간을 통해 그리스도인 형제자매들께 간청합니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점령과 봉쇄, 학살, 전쟁의 종식을 위해 기도합시다.
2천년 가까이 그 땅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지켜온 팔레스타인 아랍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무슬림 이웃들과 유대교도 이웃들을 위해서도 기도합시다.
마침내 한 성지(Holy Land)에서 그리스도인, 무슬림, 유대교도들이 서로 화합하고 화해하여 한분이신 하느님을 섬기며 서로를 존중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팔레스타인을 넘어 중동 지역, 더 나아가 세계 각지에서 고통받고 있는 난민들을 위해서도 기도합시다. 그들에게 주님의 수호천사를 보내주시기를 기도합시다.
마침내 지구상에서 모든 전쟁과 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