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행주내동 메주콩 타작작업을 마치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아침부터 작업준비를 마무리해준 구매팀장과
형준군이 역시 큰 일꾼이다.
아침부터 시작된 작업이 5시가 되어서야 종료되었지만 그간의 수고에 비하여
소출이 턱없이 모자라다.
콩줄기는 산을 이루었지만 가뭄으로 인한 쭉정이가 의외로 심각하니 일의
즐거움보다는 안타까움에 어찌할 수 없었다.
우리 밭만 이러는지..,
같은 날짜에 콩을 턴다는 산골지인에게 전화를 넣어보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꺼질듯한 한숨이 대강의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소출량 뿐만 아니라 콩의 상태 또한 씨받이보다도 못하니 일등메주를 담겠다는
당초의 포부가 미꾸라지 꼬리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부족한 양을 맞추기 위하여 경기이북 장단콩 농가를 섭외하였지만 농군님의
아찔한 소리가 역시 가슴을 저민다.
"수확량도 형편없지만 품질이 워낙 떨어져 집의 메주로만 쓸려고~"
다시 도매시장을 두드렸지만 타작 중이라 다음주 금요일께 필요량을 보낸다니
콩 농사만큼은 올 한해 참으로 힘겨운 전투였다.
500여평의 밭에서 고작 3가마반이니 여타 직원들의 수고는 차제하더라도
씨앗으로부터 농자재비용도 건지질 못하였으니 일컬어 '부도'...
위로로 삼는 것이 고추, 땅콩, 호박, 고구마였으니 그나마 체면은 살린 셈이다.
작업에서 나온 콩깍지 하나까지 퇴비삼아 골고루 밭에 뿌리고 새 봄
경운을 위하여 이런저런 잡초까지 말끔히 한해농사를 마무리하였다.
추운날씨 가운데 진행된 수확작업이었지만 농사의 힘겨움을 몸으로 체득한
직원들에게는 배추한포기를 판매하더라도 농심(農心)을 담아내는 산교육장으로
이름하였기를 간절히 소원하였다.
3가마로 낙점된 메주콩이지만 석발과정을 거쳐 그 어느 상품보다도 값진
우량메주를 탄생시킬거야(^.^)
사무실로부터 인연된 지인들과의 크고 작은 송년회가 줄을 잇는다.
다사다난했던 양띠해였지만 고통으로 이어지는 무게와 굵기앞에서 이런 해도
있었던가 뒤를 돌아보지만 고중작락(苦中作樂)이라 괴로움 중에도 소소한
기쁨인들 어이 없었을까?
새주의 원숭이는 이미 12월 초하루를 새해로 여기며 재롱을 떤다.
새해부터 시작되는 방송사의 일일드라마 촬영건을 협의하기 위하여 서강점을
찾았다.
인근지역 재개발과 경기침체로 인해 매출실적이 다소 둔화되는 현실이지만
촬영기간만이라도 서로에게 실익이 되는 동기와 계기로 자리메김하자 입을
모았다.
과음정도가 지나침보다는 딸래미의 기말고사가 종료되며 덩달아 긴장을
풀은 모양이다.
눈을 뜨니 7시를 향해 달려가는 시간..,
딸래미녀석 아침을 마다한체 대문으로 내달린다.
아침미팅을 마치고 산지에서 상경한 지인과 점심을 나누었다.
진정기미없는 한우 원료육가격의 해법을 찾기 위하여 도체거래 등 가공공장과
농가, 산지직원이 연계된 직판을 논의하지만 배송에 따른 중간비용부담 또한
유통비용의 적지 않은 해결과제이다.
신년을 기점으로 산지 축산농가와 도체공장을 직접 방문하여 한우전문식당
두레우가를 찾는 손님들에게 더 나은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경주하자 지인의 손을 꼭 쥐었다.
산지별로 기 출하된 햇메주콩의 품질이 각양각색이라 하여 도매시장을
찾았다.
예년대비 상승된 가격이 수요공급의 어려움을 이미 반영하고 섰다.
필요수량과 품질의 우수성 정도를 확인하고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주인장~
"송년인데 탁배기 한잔 하시지요?"
"아이고~"
이러저런 농산물의 정보를 체득하는 곳이라 여느때같으면 쾌히 응할 법한데
'걸음아 살려라' 시장을 빠져 나왔다.
밤이 이슥하며 기온차가 상당하다.
송년회 주간이라 두레우가의 바쁨이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더불어 두레우가의
역할과 브랜드를 홍보하는 최적의 시간이라 지배인으로부터 써빙직원들까지
나름의 각오와 수고가 참으로 야무지시다.
공부방 마친 딸래미를 보쌈하여 여유있는 간만의 데이트!
"시험기간 수고 많았어^^"
"진행형인데요 뭘^^"
씩씩한 녀석의 발걸음이 예쁘다.
"송년회할까?"
동네에서 유명한 튀김가게-
고구마튀김과 오뎅, 순대, 떡볶기까지 부녀지간 송년회가 참으로 요란스럽다.
(수고하는 직원들이 어여쁘고 정리된 밭이 또한 흙처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