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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으로 악을 이기라
로마서 12:14~21
오늘은 교단에서 제정한 ‘평화통일주일’입니다.
분단이 그동안 우리 민족에게 아주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남과 북이 갈등하는 것도 모자라 이념논쟁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도 큰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념 간의 논쟁은 논리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싸움이 되고, 감정이 상하면 서로에 대해 ‘무조건 반대’합니다. 우리 민족을 대변하는 단어를 한 글자로 표현하면 ‘한(恨)’이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도 우리 민족이 얼마나 세심한 감성을 가진 민족인지를 드러내는 말입니다. ‘감성’은 ‘감정’과 단어가 비슷한 만큼, 감성이 풍부한 사람은 감정이 기복 변화도 큽니다. 이것은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데, 국가적인 문제에는 아주 큰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 총칼 없는 경제 전쟁
요즘 우리 사회의 이슈는 단연 ‘일본 아베 내각의 도발’입니다.
아베 신조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삭제함으로 총칼 없는 경제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지만, 아베로서는 더는 한국이 성장하면 일본이 큰 타격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경제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빠트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일본의 극우 세력과 아베를 자극했던 것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부터 북미회담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움트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1945년 전범 국가 일본이 다시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가지며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전쟁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1998년 IMF로 휘청거리던 한국이 다시 일어나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것입니다. 게다가 남과 북의 경제협력이 현실화되면 일본은 상대되지 않습니다. 일본으로서는 이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지요.
■ 아베는 왜 도발했을까?
왜 그런지 두 가지 예만 들어보겠습니다.
현재(2017년 기준) 일본인구가 1억 2680만 명이고 한국은 5147만 명입니다. 북한은 2549만 명입니다. 경제의 지표가 될 수 있는 인구가 남북한 합하면 9천만 명, 거의 1억에 육박하게 됩니다. 거기에다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만일 남북경제협력이 현실화되면 철도 물류가 시작될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베트남 같은 동남아 국가에서 배편으로 물류를 운송할 때 현재 2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철로가 연결되면 5일이면 되고, 양도 엄청나게 많이 보낼 수 있습니다. 14일 걸리던 것이 5일로 단축되면 거기에서만도 엄청난 경제적인 이익이 창출됩니다. 게다가 북한은 천연자원의 보고입니다. 한국이 일본에 의존하고 있던 상당수를 북한 것으로 대체하면 일본경제는 휘청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견제할 수밖에 없는 원인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한국이 일본의 경제력을 앞서면, 당연히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전범 국가 일본이 아직껏 해결하지 않고 있는 역사문제까지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임을 아는 것입니다. 이것은 현 정권이 아니더라도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단지, 이전의 친일정권과 다른 점은 뇌물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본인데, 만일 한국이 아베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그다음 단계는 무엇이겠습니까? 더 큰 것을 달라고 요구하겠죠. 이것이 제국주의의 속성입니다.
■ 아베와 일본 극우보수의 정신적 지주
이런 문제 말고, 그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아베의 태도가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아베와 일본 극우 세력은 언제든지 한국을 도발할 것이며, 기회만 되면 다시 자신들의 식민지로 삼고자 할 것입니다. 몇 가지 상식적인 것들을 여쭙겠습니다. 야스쿠니 신사의 가장 중앙에 제1신 위로 모셔진 인물이 누구인 줄 혹시 아십니까? ‘요시다 쇼인’이라는 인물입니다.
아베 신조 총리을 위시한 일본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일까요? 그들은 일단 천황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천황을 제외하고 ‘요시다 쇼인’입니다. 요시다 쇼인은 일본 사람들이 ‘교육의 아버지 페스탈로치’와 동등하게 여기는 인물입니다. 요시다 쇼인은 29살에 에도막부에 의해 사형당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의 활동 덕분에, 에도막부를 무너뜨리고 메이지유신을 시작하는 길이 열렸습니다. 메이지유신을 열어간 첫 번째 총리가 ‘이토 히로부미’인데 그의 스승이 바로 ‘요시다 쇼인’입니다. 2대 총리 ‘구로다 기요타카’도 그의 제자였고, 그 외의 메이지유신을 이끌어가던 이들 중 상당수가 ‘요시다 쇼인’이 세운 학교 출신이었습니다.
■ 요시다 쇼인의 ‘정한론’
요시다 쇼인은 <유수록>이라는 책에서 일명 ‘정한론’을 주장합니다. 정한론은 훗날 대동아공영권 이론으로 발전되고, 일본의 침략전쟁 정책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이는 태평양전쟁(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고, 오늘날에도 일본의 극우 세력과 아베 신조 총리는 쇼인의 주장을 그대로 신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군함과 포대를 서둘러 갖추고 즉시 홋카이도를 개척하고, 캄차카와 오호츠크를 빼앗고, 조선을 정벌해 원래 일본의 영토를 되찾아야 한다. 북쪽으로는 만주를 얻고 남쪽으로는 대만과 필리핀제도를 확보해 진취적인 기세를 드러내야 한다. ……무역에서 러시아와 미국에게 입은 손해는 조선과 만주의 토지로 보상받아야 한다.”(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 pp.71~72)
아베에게 있어서 ‘요시다 쇼인’은 정신적인 지주이며 우상입니다. 아베의 언행을 통해 뼛속 깊이 요시다 쇼인의 ‘정한론’을 새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상을 넘어서서 종교적인 신념으로까지 이어진 듯합니다. 아베뿐 내각 전체가 ‘요시다 쇼인’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고 본다면, 최근 일본의 행태는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그들의 결론은 분명합니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는 한국을 정벌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 부분이,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인 근본적인 이유가 될 것입니다. ‘요시다 쇼인’이라는 인물은 일본인에게는 존경할만한 인물이겠지만, 주변국 처지에서 보면 국수주의에 사로잡힌 전쟁광일 뿐입니다.
■ 내부 총질하는 매국노들
정세가 정세인 만큼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왜 이렇게 길어졌느냐 하면, 교회는 교회가 발 딛고 사는 세상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역사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헛발질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습니다. 이걸 알지 못하면, 일부 몰지각한 친일파 목사들처럼 헛소리하게 됩니다.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헛소리하는 친일파 목사들의 언변에 놀아나 “아멘, 할렐루야!” 하며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입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은인도 아니고, 최근 우리가 그들의 경제침략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 배은망덕한 일도 아니며, 아베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할 일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강제징용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한국도 전범 국가라고 주장하는 목사를 보면서는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또한, 감사합니다. 이번 기회에 누가 매국노인지 애국자인지 분명하게 구분할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제국주의의 속성은 야금야금 달라고 하다가 자신들이 전부 차지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1945년 해방 후 민중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사행시’가 있었습니다.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을 믿지 말고/ 일본을 잊지 말고 / 조선사람 조심해라.”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 누가 대한민국 편입니까? 믿을 나라 있습니까? 모두 자국의 이익을 위할 뿐입니다. 우리가 힘이 있어야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힘을 갉아먹는 매국노들은 일제 강점기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합니다.
■ 로마서 12:14~21(교회력)
오늘 ‘평화통일주일’에 주어진 교회력 본문은 로마서의 말씀입니다. 주석적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분명한 말씀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삶으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축복하라’ - 요즘 정세에 따라 해석하면 ‘일본을 축복하라’는 말씀입니다. 이런 경우 ‘축복’의 개념을 잘 이해하면 됩니다. ‘축복’이 좋은 선한 일이든 악한 일이든 무조건 잘되라고 복을 빌어주는 것이 아니죠. 일본에 대한 축복이란, ‘과거를 반성하고 제국주의적인 생각을 버리고, 이웃 나라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나라가 되게 해주십시오,’가 되겠지요. 그리고 18절에 ‘할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화해하라“는 말씀도 그렇습니다. 일본이 시비를 걸어도 끊임없이 화해하기 위해서 노력은 하지만, 그들이 계속 시비를 걸어오면 우리는 계속 뺨을 내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할 수 있거든‘ 이라는 말이 붙었겠지요.
그리고 19절에 ‘원수 갚는 일은 하나님께 맡기라“고 하십니다. 왜 그렇습니까? 사람이 갚으면 악순환의 되풀이 되어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원수를 갚을 수 있다면, 원수가 자기에게 한 방식대로 하지 말고 하나님의 방식대로 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원수가 어려움에 처하면 그를 도와주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원수가 스스로 부끄러워할 것이라는 이야깁니다. 이것이 ’악에게 지지 않고 선으로 악을 이기는 방법‘입니다.
■ 행동지침
아무리 일본이 밉고 싫어도, 모든 일본인을 미워해선 안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어떤 해코지도 해선 안 됩니다. 우리는 국내에 거주 일본인들이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들은 이방인이고 나그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나그네와 이방인들에게 선을 베풀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아베 정부와 극렬우익 일본인들은 우리에게 천박하게 행했을지라도, 우리는 그들에게 품위 있게 행동해야 합니다. 악에게 지지 않는 방법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아베의 경제침략에 맞서 품위 있게 불매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원칙들을 열 가지만 나누겠습니다.
첫째, 내가 이미 구매해서 쓰고 있는 일본 제품이 있다면 버리지 말고 끝까지 쓰십시오. 단 시기가 시기인 만큼 SNS에 자랑질은 하지 마십시오.
둘째, 일본 차 타고 다니는 이들에게 손가락질하거나 폭력행위를 하거나 물건을 팔지 않는다거나 하는 행위는 하지 마십시오. 이미 산 차를 어쩌란 말입니까.
셋째, 다른 사람에게 일본제품을 사지 말라고 권유하기보다는, 내가 사용하는 일본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바꿔가십시오.
넷째, 이미 국내에서 거래되고 있는 일본산 중고물건까지 구매하지 않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섯째, 국내 대형 마트에서 일본 상품을 할인판매 중입니다. 안 사면 그만이지 사는 사람들을 비난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리고 구매하면서 ‘보이콧 재팬운동’하는 사람 비난할 필요도 없습니다.
여섯째, 국내에 사는 일본인들을 공격할 필요도 없고, 이런 시기일수록 일본인들을 ‘쪽바리’라고 비하하는 말을 하지 마십시오.
일곱째, 일베나 워마드의 일본상품 구매운동도 너무 역겨워하지 마십시오. 우리 사회의 다양성 아니겠습니까?
여덟째, 과도한 민족주의에 빠지면 안 됩니다. 지금 일본이 국수주의와 과도한 민족주의에 빠져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 중입니다.
아홉째, 단기적으로는 일본여행은 웬만하면 가지 않는 게 필요합니다. 경제전쟁도 전쟁이기에 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 전략무기이기 때문입니다.
열째, 일본기업에 취업해서 일하는 한국인들을 비난하지 마십시오.
■ 선으로 악을 이기라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야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습니다. 로마서에서는 분명히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19)” 우리가 할 일은 선한 일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이 아니라 품위있는 싸움을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참으로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그들을 용서하고 껴안는 일도 힘이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아무 힘도 없으면 용서가 아니라 굴복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열강들의 제국주의적인 속성을 분명하게 볼 수 있게 하시고, 그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를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십시오. 나라가 있어야 교회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기독교 역사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구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고, 그 때문에 이 땅의 빛과 소금이 된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음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우리 한남교회가 이 위중한 시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하길 바랍니다.*
첫댓글 참으로 옳은 말씀입니다.
일본을 제대로 알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야할지 목사님 말씀을 따라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