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설래이는 동기회 날이다.
성일이와 나는 4시쯤 학교 운동장에 도착했다.
아직 아무도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그렇게 높고 가파르게 보이던 정문앞이 지금은 몇발자국만 오르면 운동장이 보일정도... 시작부터 세월의 흐름을 느낄수 있었다.
정말 많은 것들이 변해있었고, 또 그 사이사이에 옛모습이 어렵풋이 남아았음을 느낄수 있었다.
그때와 같은 자리에 버티고 서있는 포플러나무4그루, 몇몇 눈에 익은 놀이기구들, 그리고 그 뒤로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운동장을 지켜주신 이순신 장군님. 아~ 정말 반가웠다. 장군님~.
교실에 들어가보고 싶어서 쭉 둘러봤으나 "세콤"도 설치되어있고.. 해서 안에는 못들어 갔다.
그렇게 한바퀴를 돌고 운동장으로 다시 와보니, 세라. 선명. 선미 셋이 도착해 있었다.
그 뒤로, 석자. 숙화. 근영이. 태호. 이렇게들 모였다.
모여서 밀리 얘기하고, 여기저기 왔다갔다하고, 사진찍고, (여자애들 사진찍는거 무지하게 싫어하더군..)
그리고 나서 누군가가 엽기적인 제안을 했다.
다섯발뛰기도 아닌 닷발뛰기를 하자고.
옛기억을 살려 대충 운동장에 닷발뛰기 경기(?)장을 그리고, 한참동안 기억속에 묻혀있던 닷발뛰기의 규칙을 되살려 결국 우린 게임을 시작했다.
재미없을줄 알았는데 막상 시작하니 다들 신나게 뛰기시작했다.
커진 키에 길어진 보폭은 무뎌진 운동신경으로 상쇄되고....
서산에 걸린 태양과 함께 우린 모교에서의 첫 만남을 닷발뛰기로 즐겁게 마감했다.
초등학교 기억의 단편....
송충이 엄청 쏟아지던 나무들... 이젠 너무나 굵어지고 그만큼 그늘도 더 커졌다.
이순신 장군님.
긴 축에 쇠사슬로된 손잡이가 달린 빙글빙글 돌아가는 놀이기구. 여전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백엽상과 그 옆의 칠판. 거기는 아이의 글씨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은 전국이 맑음." 순간 콧등이 시큰.
초록색 페인트가 칠해진 평행봉 두개.
그리고 언젠가 지난 세월의 우리와 비슷한 모습으로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한 녀석이 우리에게로 다가와 물었다. 몇번은 다른 사람에게도 물어본 적이 있는 듯, 익숙하게..
"동창회에요?"
요즘들 많이 오는 모양이다.
"그래."
"몇기에요?"
"음~ 87년도 졸업생들이다."
"......"
"너 몇학년이냐?"
"5학년요."
"몇 년생?"
"...89년생요."
"..(허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