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에 쑥을 보았다.
고향 까마귀를 만난 듯 얼른 뜯어서 코끝에 댔다.
향긋한 내음이 나그네를 잡아끌었다. 그날 이후로
매일 남의 집 화분 쑥 속에서 고향 길을 찾는다.
그딴 쑥 하나 가지고 호들갑이냐고 하실지 모르오나.
우리에겐 지천인 쑥이 베트남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잡초 취급하는 쑥 때문에 이국땅 나그네가
시공간을 뛰어 넘어, 쑥이 탐스럽던 어머니 산소 앞에
서게 되는 걸 이를 어찌 호들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늘 아침에는 묵은 쑥, 그러니까 그저께 코끝에
달고 다니다가 집에 두었던 마른 쑥을 들고 나갔다.
몸속으로 파고드는 냄새가 생 쑥과 아주 달랐다.
생 쑥에서 오는 씁쓰름한 느낌의 진한 쑥 내가 아니었다.
겨울 나목 아래서 피어오르는 가을 낙엽 타는 냄새 같았다.
생 쑥과 묵은 쑥은 사고의 폭을 한없이 키웠다.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언젠가 보았던 백두산 건너편 사람들의 생활상까지 끌어냈다.
그들은 장백산이라는 지역에 살았지만 우리말을 사용한 동족들이었다.
카메라는 동족들의 쑥 범벅을 만드는 곳에 앵글을 맞추었다.
어머니가 만드시던 쑥 범벅 요리과정과 다름없는 과정을
보다가 검은 가루를 뿌리는 것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석탄처럼 시커먼 가루라니요?”
묻는 이에게 그들은 숯가루라고 했다. 몸에 이로운 쑥이지만 소량의
독성이 있어서 대나무 숯가루를 넣어서 중화(법제)시켜서 먹는다고 했다.
그네들이 산에 나물을 캐러 가서 점심을 먹을 때는 모두가 하나같이
대파를 들고 뜯었다. 이유를 묻자. 대파 냄새를 살인 진드기가 싫어한단다.
예전부터 부모님에게서 그렇게 배우셨단다. 나는 절로 무릎을 치며 소리쳤다.
“아하! 현명하시다.”
그렇게 지혜롭기에 중앙아시아 염기에 쩐 땅에 버려졌어도
살아남았을 것이다. 몸 쓸 불곰 스탈린 놈이 있어서 연해주를
옥토로 일궈놓은 우리 동족들을 아무 쓸모없는 땅에 던져버렸다.
버려진 동족들은 추위를 피하려고 두더지처럼 땅속으로 파고들었고
소나 말의 배설물로 땅의 염기를 빼서 무시 못 할 민족으로 거듭났다.
어디 그뿐이랴. 날아다니는 것 중에는 비행기 빼고 모두 먹고,
네발 달린 것 가운데 책상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는 중국인들도
옻은 먹지 못한다. 옻을 즐겨 먹는 민족은 오직 우리민족 뿐이다.
우리는 옻을 오리와 닭으로 중화 시켜 먹음으로써 몸을 이롭게 했다.
이렇게 현명하게 대처하였기에 작은 반도의 민족이 강대국 틈에
끼어서 사라지지 않고 반만년 역사를 이어가며 융성했을 것이다.
수많은 외국의 침범에 시달린 우리로서는 전쟁의 공포에서
죽어나가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남의일 같지 않다.
굶어 죽어도 후손을 위하여 씨오쟁이는 베고 죽었던 우리의
선조님들, 이는 바로 자손을 위해 희생하신 소신공양인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성냥불만 들지 않았을 뿐이지
모두가 제자리서 소신공양을 한다.
-동방의 등불-
뱀발: 불곰이 또 옆 나라를 치고 들어가 흑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남북으로 갈린 우리는 누군가가 오판을 할까 봐 두렵습니다.
멱살을 잡고 드잡이질을 하더라도 전쟁은 절대로 안 됩니다.
지금의 화력으로 톱질 한두 번 해버리면 우리 민족은
영원히 지구상에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에게 일어난 비극의 동족상잔 6, 25를 기적이라고 환호작약했던
일본이 어부지리로 얻을 것이 불은 보듯 뻔합니다. 경제가 추락하는 그들이
다시 부추긴다고 해서, 선제타격 운운하는 무지한 자가 득세하는 나라가
아니기를 바라면서 영사관에 소중한 한 표를 행하러 가겠습니다.
대한민국 만세!
삭제된 댓글 입니다.
투표 내일갑니다. 가까운 곳에 좋은
아우가 있어서 겸사겸사 안녕을 고하려고요.
이 아우도 근 30년 다되어 가는 베트남 고참입니다.
우형이 귀향한다니까 믿기지 않은가 봅니다.
내일 맛난것 다 이야기 하시랍니다.
순대국에 막거리 한사발 주문했어요..^^
@꿈앤들
세상 일 아주라는 말은 못하지만
이나라 별로 정이 안갑니다.
투표는 대통 맞습니다.
선제공격 운운하는 무지한
사람은 절대로 안찍을것입니다.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글의 무게에
휘청거리면서 읽었습니다.
소신공양.
재미있게 적으신 소신공양 1과 달리
진정한 소신공양의 의미를 만났기에
글을 읽는 내내 경건해졌습니다.
사할린이나 연해주 동포들.
그야말로 맨 몸으로 던져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그들은 맨 손으로 땅을 팠다고 해요.
글을 읽는 동안 지난 날 우리 동포들이 겪었을 그 참혹함을 상기하는 동안
분노와 슬픔이 밀려 옵니다.
그래요, 내 형제들은 그렇게 살아남아 뿌리를 내렸지요.
참으로 위대한 민족입니다.
위대한 민족의 위대한 소신공양입니다.
전쟁.
전쟁은 승리한 자도 패배라고 했습니다.
저도 결사반대입니다.
멱살 잡고 드잡이를 하더라도......
선생님.
좋은 글.
주시어 감사합니다.
푸틴 붉은 곰 놈이 우크라이나를 아작 내네요.
예전 영화 하얀 전쟁 준비 할 때 옆방에 우크라이나 선생들이 살았습니다.
베트남이 개방해서 우리들이 밀려들어가면서 한국어 학원이 생기면서
쏘련어를 가르치던 그들은 고국으로 돌아갔지요. 쏘련이 붕괴될
때라서 굉장히 안타깝더군요.
엄마 치마폭 잡고 떠나는 ‘쏘피아’는 5~6살 정도의 아주 귀여운 아이였어요.
귀국할 때 주머니 좀 털었습니다. 맛난 것 먹고 즐거운 여행하라면서요.
돌아가면 선생 자리도 위태로운 걸 알면서도 웃으며 보냈어요.
영화 25시에 안소니 퀸이 금발머리
아이를 보고 웃는 얼굴과 같았을 겁니다.
지금 30대 중반 쏘피아도 총들고 있을려나...ㅉ
좋은 글.
홧팅입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_()_